남편의 아침상입니다.
요즘 써야할 글이 많은지, 매일 새벽에 잠들어서 아침에는 10시나 다 되어서야 일어납니다.
늦게 일어나니까, 어떤 날 아침은 얼굴을 보고, 또 어떤 날 아침은 얼굴도 못보고 제가 집에서 나옵니다.
아침상은 주로 이렇게 차려놓지요.
하얀 뚜껑접시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ㅋㅋ
그날 그날, 되는 대로 입니다. ^^
작년에 담근 김장 김치는 한쪽도 없는데,
재작년에 담근 김장 김치는 비록 크지 않은 통이기는 하나, 어쨌든 아직도 한통이나 남았습니다.
빨리 먹어서 통을 비우고 싶은데..
그런데 새 김장을 담았는데 묵은 김치를 빨리 먹기는 참 어렵지요.
어제 밤,
두포기를 꺼내서 속을 털어내고, 물에 담가 짠맛을 잠시 뺐습니다.
손으로 쪽쪽 찢어서, 멸치가루와 들기름, 그리고 된장을 아주 조금 넣어서 조물조물 주물러 두었습니다.
오늘 여기에 물을 붓고,
파 마늘 청양고추를 넣고 바글바글 끓였습니다.
우거지 찌개지요.
예전에 김치냉장고도 없으면서 김장을 100포기씩 하던 시절,
봄이 되면 군내 나는 김치를 우려서 우리 엄마가 이렇게 잘 해주셨어요.
우리 엄마는 들기름을 별로 많이 쓰시는 편이 아니라 참기름에 주물러 두셨더랬죠.
어렸을때는 진짜 이 우거지찌개 맛있는 지 몰랐어요.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가 들어있으니까 고기 건져 먹는 맛에 먹었지만,
겨우 멸치가 들어있는 김장김치 우려낸 우거지찌개라니..
그런데 이렇게 나이가 들다보니, 이런 음식이 맛있고, 이런 음식이 편안합니다.
내일은 묵은 김치로 쌈을 먹을까봐요.
삼년된 김장 김치인데도 아직 배추가 사각사각하니 맛있어요, 색깔은 좀 시커멓고 미워졌지만.
물에 씻어낸 후 참기름과 후추로 무쳐서 밥 싸먹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