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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투박한 칼국수 한그릇

| 조회수 : 16,865 | 추천수 : 20
작성일 : 2011-08-12 22:04:46
집안을 다 치우려면 아직 멀었는데...그만 제가 병이 나버렸습니다.

오늘 치과 예약이 있는 날이어서 아침에 버스를 타고 치과엘 갔는데,
정작 진료대에 앉아가지고는 "오늘, 쎄게 치료하실거에요?"하고 물으니까,
이십여년간 제 치아 치료를 받아주시는 원장선생님, 그냥 살펴만 보시더니 내려오라고 하시네요.
컨디션 좋을 때 치료하자고...
광화문까지 나간 김에 책도 좀 사고, 정리에 필요한 문구도 좀 사야하는데, 걸을 힘도 없어서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지난번에 떨어지면서 안경이 망가져서 새로 맞춘 안경 찾으러 가는데도,
마음은 빨리 걷고있는데, 발걸음은 안떨어지고 땅속으로 몸이 들어가는 것 같은것이..
기운이 없는 거에요.




안경 찾아 들어와서 쌍화탕 한컵 마시고, 누웠어요.
한참 자고나니 좀 나은 것 같아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는데요,
kimys가 "아프니까 나가서 먹지 말고, 라면이나 하나씩 끓여먹지!"하는 거에요.
그러자고 일어나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언제 사다뒀는 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가운데 호박이 하나 눈에 띄는 거에요.
애호박은 포장재에 쌓여있어서 칼만 안대면 꽤 오래 가는 것 같아요.

호박, 감자, 양파, 당근, 파 마늘을 꺼내서 칼국수를 끓였습니다.
마침 칼국수 생면도 한 봉지 냉장고에 있었습니다.

냉동실에서 바지락 푸짐하게 꺼내서,
호박 감자 양파 당근 파 마늘 홍고추를 넣어 칼국수 한그릇 끓이고,
파 마늘 청양고추 홍고추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후춧가루 깨소금을 넣어 양념장도 만들어 상에 올렸습니다.

얼마만에 집에서 만들어먹는 식사인지요.
칼도 무뎌져서, 잘 썰리지도 않지만, 칼 가는 것도 힘들어서 대충 쑹덩쑹덩 썰었습니다.
곱게 채썰어 넣었으면, 아니 채는 고사하고 반달썰기라도 좀 얄팍얄팍하게 썰면 더 얌전해보였겠지만,
쑹덩쑹덩 썰어더니, 투박하기 그지없는 바지락 칼국수 한그릇!
그래도 마누라 손으로 끓인 칼국수여서 인지 kimys는 달게 한그릇, 국물까지 싹싹 비워내네요.

오늘은 정리고 뭐고 잠시 미뤄두고 푹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해야할 것 같아요.
그래야, 내일 말복인데 뭐라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연휴의 시작입니다.
비록 서울에는 비가 오지만, 그래도 즐거운 연휴 보내시어요. ^^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린
    '11.8.12 10:09 PM

    아휴휴~~
    결국 병나셨네요....ㅜㅜ
    가만히 있어도 힘든 무더위에
    공사하시고 정리까지 마무리 하시려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어차피 쓰시면서 편한대로 해야할 터이니
    정말 쉬엄쉬엄 여유있게 정리하셔도 될 듯 싶어요.
    선생님이시야말로 연휴 편안하고 널널하게 푹 쉬시어요.....

  • 2. 사과꽃향기
    '11.8.12 10:10 PM

    아 싸 ~~~ 2등

  • 3. 사과꽃향기
    '11.8.12 10:11 PM

    ㅎㅎ.. 글 읽고 1등 댓글 달려고 했더니 어느새 ...

  • 4. 사과꽃향기
    '11.8.12 10:12 PM

    쌤~~~ 몸살 약 드시고 푹 쉬세요...

    이 더운 날씨에 병나셔서 어쩌시나요?.....

  • 5. 꾸에
    '11.8.12 11:02 PM

    에고~ 그 힘든 와중에 그래도 사진 한장 찍어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안그래도 너무 힘드셔서 병나실까 걱정했는데...
    일단 다 놓으시고 기운부터 차리세요~~

  • 6. 주원맘
    '11.8.12 11:33 PM

    몸살이에요~~~거기다 날씨고 꾸물꾸물....몸살나시기 딱인 조건이죠...
    푹 주무시고...내일 맛난 거 기운나게 드세요~~`

  • 7. 발상의 전환
    '11.8.12 11:46 PM

    역시 82의 무게중심은 희첩이에요.
    키톡에서 아무리 찧고 까불어봐야 희첩이 비어있으니 주인없는 집마냥 휑~
    엎어진 김에 쉬랬다고 한 며칠은 그냥 쉬세요. 꼭이요!!!

  • 8. 놀부
    '11.8.13 12:01 AM

    에고에고 몸살나셨나봐요
    무리 하셔서 그런거예요
    한동안 잘드시고 피로회복에 편안한 휴식하세요

  • 9. 예쁜꽃님
    '11.8.13 1:46 AM

    비오는날 건강 유의 하시고
    얼릉 좋은 컨디션 만나세요
    훨씬 좋아 보입니다 집안이
    어디든 선생님의 손길이 느껴져요

  • 10. Eco
    '11.8.13 4:36 PM

    칼국수를 담은 도자기 그릇 빛깔이 오묘하니 이쁩니다.

  • 11. Blue Moon
    '11.8.14 12:14 AM

    이것저것 신경 쓰지마시고 몇일 좀 푹 쉬세요...
    집안이 좀 어질러져있으면 어때요.

    몸이 가벼워지면 휘리릭~~~정리하면되잖아요...
    얼른 나으세요....^*^

  • 12. 키위
    '11.8.24 9:29 PM

    맛있는데...요즘 칼국수 먹기 많이 힘드네요....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많이 불편하시고 사랑하는 오라버니가 기도중에 있는데 심각하네요...혜경님 음악 잘 듣고 지냈는데 ...카루소는 실제 인물인가요?
    혜경님,킴스는 잘 지내시지요?
    여기는 지방 언젠가 설 가면 한번 뵈도 되는지 시간되면 연락하고 지내요...오늘은 음악 검색하고 가던중 그냥 가요?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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