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치과 예약이 있는 날이어서 아침에 버스를 타고 치과엘 갔는데,
정작 진료대에 앉아가지고는 "오늘, 쎄게 치료하실거에요?"하고 물으니까,
이십여년간 제 치아 치료를 받아주시는 원장선생님, 그냥 살펴만 보시더니 내려오라고 하시네요.
컨디션 좋을 때 치료하자고...
광화문까지 나간 김에 책도 좀 사고, 정리에 필요한 문구도 좀 사야하는데, 걸을 힘도 없어서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지난번에 떨어지면서 안경이 망가져서 새로 맞춘 안경 찾으러 가는데도,
마음은 빨리 걷고있는데, 발걸음은 안떨어지고 땅속으로 몸이 들어가는 것 같은것이..
기운이 없는 거에요.

안경 찾아 들어와서 쌍화탕 한컵 마시고, 누웠어요.
한참 자고나니 좀 나은 것 같아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는데요,
kimys가 "아프니까 나가서 먹지 말고, 라면이나 하나씩 끓여먹지!"하는 거에요.
그러자고 일어나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언제 사다뒀는 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가운데 호박이 하나 눈에 띄는 거에요.
애호박은 포장재에 쌓여있어서 칼만 안대면 꽤 오래 가는 것 같아요.
호박, 감자, 양파, 당근, 파 마늘을 꺼내서 칼국수를 끓였습니다.
마침 칼국수 생면도 한 봉지 냉장고에 있었습니다.
냉동실에서 바지락 푸짐하게 꺼내서,
호박 감자 양파 당근 파 마늘 홍고추를 넣어 칼국수 한그릇 끓이고,
파 마늘 청양고추 홍고추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후춧가루 깨소금을 넣어 양념장도 만들어 상에 올렸습니다.
얼마만에 집에서 만들어먹는 식사인지요.
칼도 무뎌져서, 잘 썰리지도 않지만, 칼 가는 것도 힘들어서 대충 쑹덩쑹덩 썰었습니다.
곱게 채썰어 넣었으면, 아니 채는 고사하고 반달썰기라도 좀 얄팍얄팍하게 썰면 더 얌전해보였겠지만,
쑹덩쑹덩 썰어더니, 투박하기 그지없는 바지락 칼국수 한그릇!
그래도 마누라 손으로 끓인 칼국수여서 인지 kimys는 달게 한그릇, 국물까지 싹싹 비워내네요.
오늘은 정리고 뭐고 잠시 미뤄두고 푹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해야할 것 같아요.
그래야, 내일 말복인데 뭐라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연휴의 시작입니다.
비록 서울에는 비가 오지만, 그래도 즐거운 연휴 보내시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