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저녁에는 설거지를 하는데, 부엌 형광등이 그만 사망하시고 말았어요.
지갑 들고 형광등 사러 집 앞 가게에 나가려고 하는데,
kimys가 형광등을 하나 꺼내 들며,
"이게 색이 좀 그런데...그냥 끼워줄까?" 하는거에요.
나가기 귀찮길래, 어마 잘 됐다 싶어서,
"색이 무슨 상관이에요..얼른 끼워요, 설거지 마저하게..."
그리고 형광등을 끼웠는데..허걱...주황색이에요, 아주 주황색....
형광등 색 아래에서 음식하고 설거지 하다가, 주황색 불빛 아래에서 하자니...영 적응도 안되고...
멀쩡하지만, 또 빼서 비상시 사용하기로 하고, 형광색 사다가 다시 끼워야할 모양이에요.
적응도 적응이지만,
사진을 찍을 수 없네요.
어제 닭찜...나름 맛있는 색으로 잘 됐었는데...그 불빛 아래에서 찍으니까, 어찌나 이상하게 나왔는지..
할 수 없이 포토샵에서 오토컬러를 돌려서 붉은 기를 빼기는 했는데...영 사진이 이상합니다.
이제 본론인 닭찜으로 들어가서...
며칠전 친정어머니랑 같이 장을 보는데, 친정어머니가 그러시는 거에요,
"목우촌에서 나오는 토막낸 닭 사다가 볶았더니 맛있더구나, 닭이 맛있는 것 같더라"
저는...우리 친정어머니 따라쟁이 입니다. 엄마가 뭐 해먹었는데 맛있더라 하면 바로 따라 합니다.
가끔, 엄마가 저를 따라 하시기도 하지만, 주로 제가 따라하지요.
엄마가 그러시길래, 볶음탕 용 토막낸 목우촌 닭 한팩을 사들고 들어왔더랬어요.
그 닭을 어제 조리했는데,
지난번에 쇠고기로 불고기를 할 때, 레드와인과 간장, 설탕, 유자청을 한꺼번에 갈았어요.
갈고 보니까 너무 많아서 반쯤 쓰고, 반은 남겨 뒀었어요.
남은 양념이 아까워서, 토막낸 닭 깨끗이 씻은 다음에 양념을 부어 30분 정도 재웠어요.
그 다음에 감자, 당근, 파, 마늘, 후추, 참기름 등등 더 넣어야할 재료들을 넣어 닭찜을 했는데요,
여기에 청양고추 1개, 마른 청양고추(빨간색) 2개를 넣었습니다, 칼칼하라구요.
그런데 참 신기한게 바로 이 청양고추에요.
칼칼함과 더불어, 간장의 맛을 참 좋게 해줍니다.
이렇게 해서 처음에는 센불에서,
끓고나서는 약한 불로 줄여서 간이 푹 배이도록 닭찜을 했는데요,
정말 맛있어요. 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kimys까지, 닭고기도 건져 먹고, 국물도 떠먹고, 감자도 건져 먹고...
양조간장을 넣고 하는 찜이나 조림 볶음 같은 음식에 청양고추를 조금 넣어보세요.
저는 한개 또는 반개 정도만 넣어요.
그러면 매운 맛이 날듯 말듯 하면서도 맛이 참 좋아집니다.
참...자연이란 신비한 존재입니다.
불과 며칠전만해도 더워더워 하면서 살았는데..
지금 서재의 창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살짝 춥다고 하면 너무 과장인듯하지만, 어쨌든 kimys가 긴팔 옷을 찾아입는 걸 보면...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