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횡재를 한 기분이었습니다.
몇년전, 한 그릇가게가 정리세일을 할 때, 예사롭지 않게 생긴 접시 두장 거저 줏다시피 사온 적 있습니다.
처음 사왔을 때는 예쁜 그릇들만 모아놓은 그릇장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릇이 너무 많이 늘면서, 주방 싱크대, 막 쓰는 그릇들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리고...있는 것도 까먹고 있었습니다.
(기억이 났더라면 이번 칭찬받은 쉬운요리에 한번 써주는 건데..)
어제 다른 그릇을 꺼내려다가 눈에 띄어서 꺼내 쓰면서,
혼잣말로, '얘는 참 예사롭지 않은 앤데...어디꺼지?'하면 접시의 뒷면을 보니까,
허걱, 자르스네요...신세계의 피손에서 무지 비싼값으로 파는...몇십%세일하기 전에는 절대로 건드려 보지도 않는,
그 자르스...
자르스든 아니든, 같이 어울려서 쓸 그릇들이 좀 약해서, 홀대받았던 건데,
요즘 새로 지른 초콜릿 시리즈랑 같이 쓰면 좋을 듯 합니다.
그동안 구석쟁이에 처박아 뒀던 것이 미안해서, 오늘 점심에도 다시 꺼내 써줬죠.

지난번에 끓인 너무너무 싱겁고 맛없는 사골이 냉동실에 있었어요.
여름에는 더워서 엄두를 내지 못했고,
이제 조금 시원해졌길래, 끓여야 겠다 싶었어요.
된장국을 끓여먹든, 아님 비빔밥용 밥을 지을 때 밥물을 잡든, 어떻게 먹어야하겠길래, 사골을 꺼내는데..
사골이 들어있던 냉동고 서랍의 안쪽에, 한우 불고기 거리가 고이고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완전 돈번 기분인거 있죠!
요즘 장보러 가서 몇만원 들여 장을 봐와야 별 뾰족한 수도 없는데,
불고기용 고기면 대박이잖아요.
어제 저녁 냉장실에 넣어두고 해동해보니, 등심은 아닌 것 같고, 제법 도톰하게 썬 우둔살 같았어요.
핏물 좀 빼고 불고기 양념해서 재웠습니다.
jasmine님의 불멸의 불고기 전처리~~,포도주에 양파를 넣고 믹서에 곱게 갈아 전처리를 한 다음,
체에 밭쳐 물기 좀 빼서 불고기 양념을 했어요.
저희 집은 불고기는 좀 달게 먹는 편이라, 좀 달달하게 간하고,
제가 즐겨 쓰는 비법, 유자청을 조금 넣었습니다.
간장, 포도주, 유자청, 설탕은 믹서에 한번 갈아주고, 파 마늘 후추 참기름 깨소금만 더 넣어 양념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준비했더니, 점심때 먹을만 하게 간이 배었습니다.
재운 불고기를 한장 한장 펴서,
가스렌지의 그릴에 윗불만 켜고 조신하게 구웠습니다.
구워진 건 칼로 한입크기로 자른 다음에, 잣가루까지 뿌려줬지요.
접시에, 고기에...횡재한 기분이 들어서, 정성껏 구워 담았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