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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조신하게 한 접시 [불고기]

| 조회수 : 12,074 | 추천수 : 275
작성일 : 2009-09-06 14:37:47


어제는, 횡재를 한 기분이었습니다.

몇년전, 한 그릇가게가 정리세일을 할 때, 예사롭지 않게 생긴 접시 두장 거저 줏다시피 사온 적 있습니다.
처음 사왔을 때는 예쁜 그릇들만 모아놓은 그릇장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릇이 너무 많이 늘면서, 주방 싱크대, 막 쓰는 그릇들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리고...있는 것도 까먹고 있었습니다.
(기억이 났더라면 이번 칭찬받은 쉬운요리에 한번 써주는 건데..)

어제 다른 그릇을 꺼내려다가 눈에 띄어서 꺼내 쓰면서,
혼잣말로, '얘는 참 예사롭지 않은 앤데...어디꺼지?'하면 접시의 뒷면을 보니까,
허걱, 자르스네요...신세계의 피손에서 무지 비싼값으로 파는...몇십%세일하기 전에는 절대로 건드려 보지도 않는,
그 자르스...

자르스든 아니든, 같이 어울려서 쓸 그릇들이 좀 약해서, 홀대받았던 건데,
요즘 새로 지른 초콜릿 시리즈랑 같이 쓰면 좋을 듯 합니다.
그동안 구석쟁이에 처박아 뒀던 것이 미안해서, 오늘 점심에도 다시 꺼내 써줬죠.




지난번에 끓인 너무너무 싱겁고 맛없는 사골이 냉동실에 있었어요.
여름에는 더워서 엄두를 내지 못했고,
이제 조금 시원해졌길래, 끓여야 겠다 싶었어요.
된장국을 끓여먹든, 아님 비빔밥용 밥을 지을 때 밥물을 잡든, 어떻게 먹어야하겠길래, 사골을 꺼내는데..
사골이 들어있던 냉동고 서랍의 안쪽에, 한우 불고기 거리가 고이고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완전 돈번 기분인거 있죠!
요즘 장보러 가서 몇만원 들여 장을 봐와야 별 뾰족한 수도 없는데,
불고기용 고기면 대박이잖아요.
어제 저녁 냉장실에 넣어두고 해동해보니, 등심은 아닌 것 같고, 제법 도톰하게 썬 우둔살 같았어요.

핏물 좀 빼고 불고기 양념해서 재웠습니다.
jasmine님의 불멸의 불고기 전처리~~,포도주에 양파를 넣고 믹서에 곱게 갈아 전처리를 한 다음,
체에 밭쳐 물기 좀 빼서 불고기 양념을 했어요.
저희 집은 불고기는 좀 달게 먹는 편이라, 좀 달달하게 간하고,
제가 즐겨 쓰는 비법, 유자청을 조금 넣었습니다.
간장, 포도주, 유자청, 설탕은 믹서에 한번 갈아주고, 파 마늘 후추 참기름 깨소금만 더 넣어 양념했는데,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준비했더니, 점심때 먹을만 하게 간이 배었습니다.

재운 불고기를 한장 한장 펴서,
가스렌지의 그릴에 윗불만 켜고 조신하게 구웠습니다.
구워진 건 칼로 한입크기로 자른 다음에, 잣가루까지 뿌려줬지요.

접시에, 고기에...횡재한 기분이 들어서, 정성껏 구워 담았다고나 할까요?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산에피는꽃
    '09.9.6 2:48 PM

    불고기를 저렇게 조신하게 만들 수 도 있군요!!

  • 2. amenti
    '09.9.6 2:50 PM

    제가 사각형접시를 원형보다 훨씬 이뻐라 하는데
    이 접시들은 크기도 알맞고 색감도 참 좋네요.
    모던하우스의 중국산 까만 접시와는 확 한눈에 다르네요.
    사진보다 실물은 더 이쁘겠죠?
    피손을 가면 눈은 호사하는데 항상 빈손으로 나오게 되는데 정말 요즘말로 득템하셨네요.

    역시 잣가루를 뿌리면 한식은 특히 고기요리는 정갈하고 얌전해보이는 느낌인듯.

  • 3. 손맛
    '09.9.6 2:52 PM

    저도 요즘 그릇에 눈길이 많이 가는데 짙은 색도 괜찮네요

  • 4. 샤오잉
    '09.9.6 3:28 PM

    그릇과 고기가 참 잘어울리네요..^^
    한정식 집에서 먹는느낌일것 같아요..^^

  • 5. 하늘
    '09.9.6 5:26 PM

    럭셔리해보입니다~ 그릴에 구워진 고기 훨씬 고소할 것 같아요.

  • 6. 나오미
    '09.9.6 9:17 PM

    잣가루 솔솔~~
    력셔뤼 불고기입니다 ㅎㅎㅎ
    그릇과의 조화두 참 멋진데요~~

  • 7. 좋은소리
    '09.9.6 10:19 PM

    와우...접시도 대박이고..
    얌전한..불고기..멋지네요..

  • 8. mulan
    '09.9.6 11:05 PM

    밥 한그릇 뚝딱일것 같아요. 아... 맛나겠어요. 접시두 이쁘궁...

  • 9. 초록하늘
    '09.9.7 8:53 AM

    예사롭지 않은 그릇을
    올려놓은 매트도 예사롭지 않네요...
    파스텔톤 자수가 참 예뻐 보입니다...

    고기의 육즙이 그대로 살아서
    정말 "조신한" 불고기 맞습니다.. ㅎㅎㅎ

  • 10. Terry
    '09.9.7 12:24 PM

    정말 조신한 그릇이네요. ^^

    저도 요즘은... 그릇장 깊이 들어박혀 있는 그 이쁜 애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복숭아도 담아먹고 빵도 썰어서 담아먹고 ..별다른 요리 하지 않아도 막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릇 살 때의 감동의 쓰나미가 살짝 다시 밀려오네요..어쩜 그렇게 이쁜지 복숭아 몇 조각을 담아도 폼이 제대로...ㅎㅎㅎ 귀찮다고 맨날 쓰던 그릇만 쓰지 말고 골고루 돌려써야할 것 같아요. 물려줄 딸래미도 없는데...며느리들은 시엄니 쓰던 그릇을 좋아나 할까, 나중에???

  • 11. 옥당지
    '09.9.7 12:41 PM

    자르스가 뭔지 검색하러 가는 일 인....ㅋㅋㅋ

  • 12. 앨런
    '09.9.7 1:16 PM

    자르스가 뭔지 검색하러 가는 이 인.... ㅎㅎㅎ

  • 13. 아이보리
    '09.9.7 4:29 PM

    암것도 입에 당기지 않아 거의 굶다시피 하고 있는중인디..
    요즘 약먹으며 정양중인데 도대체가 입맛이 이렇게 없을수가..

    요것 한점만 딱 먹어보고프네요..
    지금 언제 고기 구하고 절이고 굽고 하냐구요..
    지금 딱 한점이 절실한데.. 책임지셔요--^^;;

  • 14. 하나
    '09.9.7 5:27 PM

    자스르가 뭔지는 모르지만...
    얌전하고 맛있게 생긴 불고기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어른들에게 대접하면 참 요리같다는 생각이 파바박~~~~~!!

  • 15. 들꽃
    '09.9.8 4:20 PM

    불고기가 저렇게 조신할 수가 있단 말이예요?
    저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조신한 모습^^

  • 16. ♥ 연이&빈이 ♥
    '09.9.16 10:09 PM

    넘 맛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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