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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무슨 바람으로~~ [비빔밥]

| 조회수 : 10,578 | 추천수 : 203
작성일 : 2009-09-07 20:30:33


오늘...제가 어떻게 됐었나봐요...ㅠㅠ...
느닷없이, 비빔밥이 하고 싶은거에요, 비빔밥이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거요...
그 손 많이 가는 비빔밥 말이에요.
차라리 먹고 싶은 거였으면 한그릇 사먹고 말면 되는데,
만들고 싶다 보니...어흑...

아니, 느닷없이 비빔밥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구요,
어제 고아둔 사골국물을 넣어 비빔밥용 밥을 짓고,
어제 구워먹고 두장 남은 고기 구워 잘라 넣고,
그리고 kimys가 선물받아 들고 들어온, 울 친정엄마 고추장 만큼 맛있는 고추장도 넣고,
후배 시어머니께서 후배네 먹으라고 짜준 걸 후배가 제게 준 너무나 고소한 참기름도 넣고,
요렇게 먹으면 유명백화점 내 8,9천원짜리 비빔밥이 부럽지 않을 듯 하여,
비빔밥을 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비빔밥 재료를 중심으로 장을 봤습니다.
비빔밥용 나물 너무 많이 사면 다듬어서 무치고 볶기 나쁘다고, 아주 조금씩 사기는 했지만,
어쨌든, 비름나물, 고춧잎, 취, 가지, 맛타리버섯, 콩나물, 호박을 샀습니다.
(호박 나물은 바빠서 못했어요.)
그런데...지금도 알 수 없어요..왜 이렇게 나물을 여러가지 샀는지...
머리가 어떻게 되었거나, 아니면 요즘 음식을 많이 하지 않아 손이 근질근질했었나봐요..

다른날 저녁보다 1시간은 일찍 부엌에 나와서,
비름나물은 데쳐서 된장소스에 무치고,
고춧잎도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치고,
취도 데쳐서 들기름에 볶았습니다.
가지는 쪄서 간장에 무치고,
콩나물도 데쳐서 소금에 무치고,
맛타리버섯은 참기름에 볶았습니다.

먹버섯은 지난번에 소금에 갈무리해뒀던 것을 꺼내서 소금기 빨아내고 꼭 짜서 초고추장에 무치고,
생고사리 해동해서 국간장에 볶았습니다.

제가 나물 여러가지를 하면 더 바쁜 것이..
가능하면 조리법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머리를 느~~무 쓰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별로 덥지도 않은 날씨에, 땀까지 쪽 흘리가며 저녁 준비를 했답니다.




달걀도 식구수 대로 부치고,
고기도 구워서 채썰고,

사골국물에 한 밥, 밥맛은 괜찮았는데, 밥이 다소 질게 됐어요.
제가...사골국물을 오버해서 부은 거죠..^^;;
밥만 좀 고슬고슬하게 지어졌으면...금상첨화였을텐데요..




놋그릇 꺼내서 밥을 담고, 달걀 먼저 올린 다음,
비빔 재료들을 빙 둘러 담으니...밥이 안보이네요.

한손에는 숟가락을, 또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밥을 비벼 한 수저 입에 넣었는데.
제가 한 음식 요렇게 얘기하면 좀 웃기지만...정말 맛은 있었어요.

헥헥 거리면서 바쁘게 준비하면서도,
제 취미생활로 한 것이니 누구 원망도 못했지만, 아욱국 곁들여서 한 그릇 뚝딱하고 나니,
마음이 아주 넉넉해집니다. ^^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risp
    '09.9.7 8:34 PM

    비빔밥에 딱 맞는 그릇을 고르셨네요.
    저는 가끔 밥, 국그릇 쓰는데 국그릇이 너무 뜨거워져서.....ㄷㄷㄷ 입니다.

  • 2. 살림열공
    '09.9.7 8:51 PM

    어머 정말 멋진 상 입니다.
    저도 비빔밥 넘넘 좋아해요. 하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건 엄두도 못 내요.
    선생님의 요리일기를 보면서 점점 용기를 키우고는 있습니다만.
    아욱국은 저도 이제는 끓일 줄 알아요.
    얼마전에 맛 보았는데, 호박잎으로 아욱국처럼 끓인 것도 맛있었어요.
    갑자기 생각 나서요. ^^

  • 3. 비올라
    '09.9.7 9:01 PM

    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제 코끝에 풍기는 것 같네요.
    전 이렇게 준비하려면 한나절 부지런히 움직여야 되는데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내일 저녁 메뉴는 비빔밥으로 정했어요.
    맛있는 비빔밥으로 식사하신 행복한 가족 모습 떠올리며
    저도 내일 시어머님과 즐거운 식사시간 갖으렵니다.

  • 4. 하늘
    '09.9.7 9:13 PM

    세상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나물 비빔밥~
    놋그릇이 심히 부럽사와요. 비빔밥전용 놋그릇 사고싶던 저 깊은 속 지름신이
    요술램프 거인처럼 펑하고 나오는 순간이네요. 어찌해야 하나요~

  • 5. 지나지누맘
    '09.9.7 9:34 PM

    눈이 호강!!!

    눈만호강하기보다...
    한그릇만 주세요 -_-;;;;

    ^^;;

    지금부터 열심히 음식해서
    언젠가..
    저도 다른저녁보다 한시간 일찍 부엌에 들어와 비빔밥을 완성하는 날이 오기를...

  • 6. 지나지누맘
    '09.9.7 9:36 PM

    참.. 선생님 그 간장소스 가지튀김 말인데요???
    히트레시피로 들어가면 희망수첩에선 검색이 안되나요???

    희망수첩에서는 검색 안되고 히트레시피로만 보이더라구요
    히트레시피는 로그인 되어야 볼수있는거라
    링크 막 걸어 홍보할수가 없어요

  • 7. 만년초보1
    '09.9.7 9:40 PM

    캬, 그릇이며, 나물이며...
    혜경쌤이 하니까 계란 노른자도 남달라 보여요. ^^
    전 언제쯤 저런 그릇을 모셔 올 수 있을까요?

  • 8. 쪼매난이쁘니
    '09.9.7 9:42 PM

    와...정말..한 그릇 대접받는 기분이겠어요.

    그릇부터 정성까지..가족분들 너무 행복한 저녁상 받으셨네요.

  • 9. 호수처럼
    '09.9.7 9:43 PM

    역시 비빔밥은 그 어떤 그릇보다도 유기그릇에 제일 잘 맞는가봐요.
    너무 먹음직스럽기도 하고 품격있어 보이네요.
    오늘 은근히 날이 덥던데 땀 흘리시면서
    고생하셨지만 가족들에겐 행복이겠죠^*^

  • 10. 김혜경
    '09.9.7 9:45 PM

    지나지누맘님..
    이거 말씀이시죠??
    희망수첩에는 음식 이름을 정하지 못해서..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note&page=1&sn1=&divpage=1&sn=off&ss...
    내일 낮에...사러가에서 볼까요?? 한그릇 비빌 정도의 나물은 남았는데...

    만년초보님, 하늘님,
    유기 이쁘긴한데..너무 비싸요...ㅠㅠ...
    비빔밥 담은 저 그릇 하나가 얼마나 비쌌는지...

    비올라님,
    내일 비빔밥 맛있게 해서 드세요...^^

    살림열공님,
    요리란게...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쉬운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하시면 금방 늘거에요.

    crisp님,
    저도 뭣 모르고, 국그릇은 아주 작은 거 샀는데..
    국을 뜰 때마다 괴롭습니다.
    국냄비 앞에서 식탁까지 가져가면서..앗뜨거를 몇번이나 외쳐야 하는지...

  • 11. 김혜경
    '09.9.7 9:46 PM

    쪼매난 이쁘니님...
    문제는 우리집 식구들, 행복한 걸 모른다는거..
    너무 당연하게 아는 것 같아요..ㅠㅠ..

    호수처럼님,
    비빔밥은 돌솥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비빔밥을 담을 돌솥이 없어서, 유기에 담았어요.

  • 12. 지나지누맘
    '09.9.7 9:54 PM

    앗!!
    제가 찾을땐 왜 안나왔을까요? ㅎㅎㅎㅎ

    비빔밥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

  • 13. 쉴만한 물가
    '09.9.7 9:59 PM

    저 나물들만 보면
    완젼 패닉
    정말 먹고 싶습니다.

  • 14. chatenay
    '09.9.7 10:28 PM

    와~사골 국물로 한 밥은 무슨맛일까~~~요?
    비빔밥...정말 맛있어보여요!
    정말 손 많이가서 둘이 먹을땐 못하고...어른들 오랫만에 모셔서 비빔밥만 떡~내긴 그렇고..
    ㅎㅎ ~
    내일 친구랑 점심약속 있는데 한그릇 사먹어야 겠어요....

  • 15. 간장종지
    '09.9.7 10:29 PM

    정말 얌전한 비빔밥이네요.
    저는 내일 거친 비빔밥이라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 16. 보아뱀
    '09.9.7 10:38 PM

    결혼 전에는 그 흔하고 맛없었던 나물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알게 되네요 ㅜ_ㅠ
    침이 마구 고이네요...씁쓸한 나물들이 저를 불러요~~~

  • 17. 옥당지
    '09.9.7 11:34 PM

    ....선생님의 취미는 제 입장에선 "복" 받은 것인지 "벌" 받은 것인지 가늠이 안됩니다.ㅋㅋ

    희망수첩 읽고 볼 때마다...늘 묻고 싶었던 것.

    "...식구들은 고마워 하시나요? " ㅋㅋㅋ

    뭐...저야 늘 식구들에게 사과를 하며 지내는 수준이라...^^;;;

  • 18. 김혜경
    '09.9.7 11:42 PM

    옥당지님,
    우리 집 식구들 '그다지' 고마워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남들보다 잘 먹는다, 남들보다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건 아는 것 같은데,
    늘 그렇게 해주다보니, 새삼스럽게 고맙다는 생각은 안하는 것 같고,
    또 제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중요한 건, 우리 식구들도 불쌍하다는 거...제가 레시피 테스트 하느라,
    때로는 엉뚱한 재료의 배합, 엉뚱한 소스로 만든 음식을 마구 상에 올리거든요.
    실패작은 희망수첩에 안 써서 그렇지..나름 우리 식구들도 고충이 많답니다.

  • 19. 또하나의풍경
    '09.9.8 6:10 AM

    정말 [명품비빔밥]!!! 입니다 ^^
    반짝이는 유기그릇도 이쁘고 그안에 정성을 다해 만드신 각종 나물들도 빛을 발하는거 같아요 +_+
    이런 비빔밥이라면 하루 세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거 같은데요 ^^

  • 20. 초록하늘
    '09.9.8 9:43 AM

    저도 새집으로 이사가면
    밥그릇만이라도
    유기로 바꾸고픈 소망을 늘 가지고 사는데
    혜경샘께서 비빔밥 그릇도 하나 추가하고 싶게 만드시는군요... ^^;;

    그전에 먼저 10년된 신랑차를 바꿔줘야할텐데... -.-

  • 21. 애플
    '09.9.8 11:55 AM

    헉!!!!!!
    놋그릇에 담긴 비빔밥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라......그저 감탄.....부러움......ㅜ.ㅜ

    오늘 점심은 무조건 비빔밥입니다.... 사기 아니면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ㅜ.ㅜ

    근데 사골국물로 밥을 하시네요? 신기@.@.....맛이 매우 궁금해집니다......^^

  • 22. 들꽃
    '09.9.8 4:17 PM

    정성이 듬뿍 담긴
    그리고 품위마저 느껴지는 비빔밥이네요..

    품위있게 비벼서 품위있게 먹고 싶어지네요..(오늘 품위 너무 남발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용^^)
    옆에 사이좋게 나온 아욱국~~~이것 또한 너무 먹고 싶어요~

  • 23. 산녀
    '09.9.8 10:16 PM

    저는 유기그릇은 아직 거리가 멀고 저 나물 담긴 작은 스뎅 그릇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디서 사신 건지요? 햐! 생전 처음 해보는 질문. 남들이 할때는 왜 저런 것까지 물어보나 했는데 그 마음 이제사 알겠네요. 궁금해요! 저도 조만간에 제대로 된 비빔밥 한번 할 것 같습니다.

  • 24. 칭크
    '09.9.9 1:38 AM

    아... 그릇이... 그릇이... 정말로... 예뻐요!!!

  • 25. 리인
    '09.9.9 10:59 AM

    정말이지 저 놋그릇을 보니,,,
    점심에는 비빔밥을 먹어야겠습니다

    놋그릇이 너무 훌륭해요~

  • 26. Terry
    '09.9.10 8:23 PM

    사골국물로 밥까지 지으시고..완전 식객에 나오는 비빔밥 아니예요? ^^

    저희 집 비빔밥은 오직 세 종류입니다.
    첫째..친정엄마가 비빔밥 하실 때 나물 왕창 받아오기.
    둘째.. 열무김치랑 있는 무생채따위랑 김가루넣어 고추장. 참기름넣어 머슴밥처럼 비벼먹기
    세째.. 반찬가게에서 한 팩 달랑 사오기..

    정말 요리하는 건 즐거운데 비빔밥 같은 건 왜 할 생각이 안 드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시간 많이 걸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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