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에 하루...오늘은 친정어머니께 할애된 시간...아침일찍 친정어머니께 갔습니다.
꼭 2년전인 2007년 4월16일 친정아버지께서 타계하셨습니다.
그래서..제사를 양력으로 모신다면, 오늘이 아버지 제사인셈인데,
제사는 음력으로 이미 지냈기 때문에, 오늘은 아무날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4월15일, 제가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뵌 날이기 때문에...참...마음이 그렇습니다.
아니, 제 속 마음으로는...오늘이 아버지의 기일인 셈입니다.
작년에는 4월16일날 아버지께 다녀왔는데 올해는 그렇지도 못하고...
그러던 차에, 마침 친정어머니께서, 절에 들러서 연등 달고, 대명포구 가자고 하시는 거에요.
친정어머니는 물좋은 꽃게 좀 사다가 게장을 담그시고 싶어서 대명포구에 가자고 하시는 건데,
저는....아버지 고향인 김포며, 아버지를 모시고 자주 가던 강화 언저리에 가는 셈이라..
오늘 가기 참 적당한 행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에는 잠시 화창하기도 하더니,
대명으로 향하는 도중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대명항 어시장에 가보니, 아직 꽃게가 제철은 아닌 듯 싶어요.
양도 많지 않고, 가격도 아직 떨어지지 않았어요. 살아있는 암놈이 1㎏에 3만5천원이에요.
값도 값이지만 알이 아직 꽉 차지 않아 꽃게를 사지 않았습니다. 꽃게가 맘에만 들었다면 기꺼이 샀을텐데...
그리고 아마 이녀석이 제철인듯, 집집마다 잔뜩 쌓여있었어요.
어느 집은 '쏙'이라고 하고, 어느 집은 '바다가재'라고 하고..
암튼 얼핏보기에 바닷가재네 자손인듯하여, 1만원어치를 사왔습니다.

할 줄 몰라서 못사겠다고 하니까 한 아주머니가 간장게장 담그듯 간장을 부으면 맛있다고 하셔서,
그렇게도 하고,
물에 삶아먹으라고 해서, 그렇게도 했는데,
물에 삶은 것은...뭐 그저 그래요. 새우나 꽃게의 맛과는 게임도 안되고, 먹기도 좀 불편하구요.
기대가 컸던 만큼 좀 실망했습니다.
간장을 부은 것 어떠려는지...
그래도...안 사본 거, 사서 먹어봤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대명에서 말로만 듣던 삼식이매운탕을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게 먹어서,
꽃게는 못샀지만, 헛걸음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집에 들어와보니, 또 논산에서 올라온 커다란 택배상자.
종이상자 안에 스티로폼 박스가 두개 들어있었는데,
하나에는 가지런하게 놓인 두릅이, 또 하나에는 생고사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아, 맞다, 아버지 삼우제 마치고, 두영오빠네 가서 밥먹고, 상복입은채로 산으로 기어올라가 고사리를 꺾었지...'

이렇게 생고사리를 삶아서 비빈 후 말려두면, 일년내내 두고두고 잘 먹을 수 있습니다.
작년에도 이 맘때 두영이 오빠가 생고사리 보내줘서 말려서,
친정어머니도 좀 드리고, 저도 명절때마다 너무 잘먹었어요.
지금 생고사리 철입니다.
생고사리 말려두고 드셔보세요. 중국산 고사리, 북한산 고사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답니다.
고사리를 꺾을 곳이 마땅치 않다면 큰 마트에 한번 가보세요. 요새는 생고사리를 파는 마트도 많거든요.
아...고사리 얘기를 쓰다보니, 고사리가 너무 꺾고 싶어지네요.
고사리 한번 꺾어보면, 그 묘한 매력이...^^
고사리를 꺾자면 논산까지 가야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멀고...
올해도 또 생고사리, 집에서 말리는 선에서 만족해야할 듯...ㅠㅠ...
p.s.
그리고 16시간 말린 고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