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낮에는 계속 집에 있다가 저녁 때 잠깐, 장을 보러 불광시장에 갔었습니다.
벌써 유자가 끝물인가봐요? 별로 파는 곳이 없어요.
예전 희망수첩 보면, 김장 끝내고 나서 유자차를 담았다고 써놓은 것도 있는데..
암튼 여러 집을 돌아다니가 간신히 10개를 샀습니다.
더 사고 싶었지만, 맘에 드는 걸 고르기도 어렵더라구요.
나온 김에 밤(栗)도 좀 사서, 밤(夜)에 삶아서 까뒀습니다.
실한천도 불리고, 찹쌀도 씻어서 불리고...

유자는 소금에 박박 문질러 씻은 후 체에 건져서 물기를 완전히 뺀 다음,
올해 처음으로 채칼로 밀어봤어요.
와...정말 쉽게 잘되네요. 무엇보다 껍질의 노란 부분만 채로 밀어낸 다음 하얀 부분을 뜯어버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이런 방법으로 하면 유자 한상자도 거뜬할듯..ㅋㅋ...
설탕에 버무려 두었다가 아침에 담았습니다.
이유는, 바로 병에 담으면 설탕이 녹으면서 병에 빈공간이 너무 생겨요.
(이런 걸 우리 친정에서는 꿇는다고 표현하는데..표준어는 아닌가봐요,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네요.^^;;)

유자 10개가 별로 크지도 않은 병으로 겨우 세개 나왔습니다.
하나는...요즘 밤을 잊어가며 너무 바쁘게 일하는 동생에게 주려구요..이 글 볼거지, 힘내!!

며칠전 TV에서 약식이 나오니까, kimys가 "약식 먹고 싶다!"하는 걸 모른척 했었어요.
근데..사실 밤만 까면, 약식 별 것도 아니잖아요.
그것도 귀찮으면 맛밤 사다 넣으면 되구요.
근데 그때는 만사가 귀찮아서, 해주겠다 소리가 안나오더라구요.
어제는 낮에 쉬었던 탓인지 의욕이 불끈 솟아서 밤에 찹쌀을 씻어준더죠.
저는 여태까지 전기압력밥솥으로 하면 중간에 김을 뺄 수 없어 꼭 가스불에다 했는데, 오늘 해보니까 정말 잘되네요.
백미급속으로 했더니 딱 알맞게!!
오늘 약식의 특징이라면 유자를 좀 넣었다는거..맛이 이상하면 어쩌나 했는데...
약식 킬러 kimys , 맛이 괜찮다고 하네요.
유자를 넣은 이유는...
삶은 밤을 약식에도 넣고 양갱에도 넣고 하자니 좀 모자라는데다가 대추도 여섯알 밖에 없고,
잣은 어디 뒀는지 안보이고, 겨우 피스타치오 몇 알 넣었는데, 건과류가 너무 적은 듯해서,
유자향이나 나라고 넣었던 거에요.

재작년, 밀레하우스에서 특강을 하고 받아온 로젠탈 접시, 있는 것도 잊고 있었어요.
불쌍한 접시들!!
주인이 시원치 않아서, 제 기능을 못하고, 여기 저기 구석에 쳐박혀 울고 있습니다...ㅠㅠ...
생각나길래 꺼내서 닦아서 약식을 담아줘 봤지요.
약식과 어울리죠?? ^^

이제 양갱은 거의 선수가 됐습니다.
허긴 실한천과 팥앙금만 있으면 못만들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너무 쉽거든요.
표면에는 기포가 좀 보이지만 뒤집으면 빤딱빤딱 이쁜 양갱이 됩니당~

전 양갱에 계피맛이 많이 나는 게 좋은데 kimys는 좀 그렇대요.
그런데 오늘 껀 계피맛이 적당하고 딱 좋다고...
이렇게 주말을 잘 놀면서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