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루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집 앞 방사선과에 가서 받고 왔네요.
11시가 다 돼서 집에 돌아와, 토스트며 커피며 허겁지겁 먹어대고, 점심도 한 그릇 먹고는...
늙은 호박을 처치해주기로 했죠.
저녁에 모임이 있어서, 일찌감찌 식구들 저녁준비 준비해놓고 나가야하기 때문에, 어디 갈 수도 없고,
아무 것도 안하고 맥놓고 앉아있자니, 시간이 아깝고...
지난번 강화장에서 사다놓은 늙은 호박~
여지껏, 다용도실에 놔두고...감상만 하고 있었거든요.
호박 속 파내고, 삶고, 죽 쑤고 하는 건 하나도 겁이 안나는데...호박에 칼을 넣어 가르는 것이 어찌나 겁이 나든지...
잘못하면 칼이 들어가서...나오지도 않고, 더 들어가지도 않고..이럴 때 진땀이 삐질삐질 나잖아요.

가르는 거 자신없어서..kimys에게 애교떨어 잘라달라고 해서...오늘은 금방 쉽게 해결을 봤답니다.
호박의 속살만 발라내니,큰 곰솥으로 하나 가득!!
호박이 크긴 컸던 모양이에요.
푹 삶아서 핸드블렌더로 갈아놓고 보니, 한꺼번에 죽을 쑤기에는 너무 많은 듯해서, 반은 남겨두고 반만 죽을 쒔어요.
남긴 건 식혀서 냉동해두려구 해요.
죽을 쑤면서...찹쌀가루로 했는지, 멥쌀가루로 했는지..아삼삼한데..그렇다고 컴퓨터 켜고 레시피 찾아보기도 그렇고..
그냥 찹쌀가루, 멥쌀가루 다 동량으로 섞어서 넣었어요. 단맛은 황설탕으로 내구요.
다른 사람들은 단호박으로 죽을 쑤면 맛있다고 하는데..제 입에는 늙은 호박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단호박은 색은 이쁘긴 한데..좀 텁텁한 맛이 도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전 단호박은 주로 스프를 끓이거나 아니면, 늙은 호박의 색을 더 예쁘게 하기 위한 보조재료 정도로 써요.
그나마 오늘은 단호박이 없어서 안넣었지만요.
너무 단게 싫어서,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았더니..완성된 죽의 단맛이 좀 모자라네요.
그래도 너무 단 것보다는 덜 단 게 낫다 하면서..한그릇 금방 비웠어요.
찹쌀가루, 멥쌀가루 섞어서 한 것도 괜찮았던 것 같구요.

제가 만드는 방법은 요..
1. 호박의 겉껍질을 벗기고, 씨와 씨에 붙어있는 섬유질을 모두 떼어낸 다음 푹 삶아요.
2. 호박이 푹 삶아지면 핸드블렌더로 어느 정도 갑니다.
3. 호박이 어느 정도 갈아지면 여기에 멥쌀가루 찹쌀가루 황설탕을 넣고 좀더 갈아요.
이때 비율은 갈아진 호박 5컵에, 멥쌀가루 ¼컵, 찹쌀가루 ¼컵, 황설탕 ½이에요.
4. 불에 올려 폴폴 끓어오를 때까지 저어가며 끓여요.
5. 끓이면서 소금도 ½작은술 넣어줘요.
Tip!!
※ 찹쌀가루가 없다면 멥쌀가루만 ½컵 정도 넣어도 됩니다.
※ 황설탕이 없다면 백설탕을 같은 분량 넣어도 됩니다.
분량의 황설탕을 넣었을 때 단맛이 덜합니다. 기호에 따라 설탕을 더 넣으세요.
※ 팥을 좋아하시면 삶은 팥을 넣으시면 단맛이 더욱 강해집니다.
이제, 슬슬 외출할 채비를 해야겠어요. 머리도 매만지고, 화장도 좀 하고...
kimys 떼어놓고 나가는 저녁 나들이인지라...ㅋㅋ...약간 흥분도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