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에서 momy60님의 산초장아찌를 보다가...문득 저도 못먹는 음식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평소 못먹는 음식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 추어탕 못먹습니다. 아니 먹을 수는 있는데 안먹습니다.
한 20년전 정동 MBC 앞에 추어탕 잘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동료들과 몰려갔었어요.
저 그때까지 추어탕 못먹어봤어요.
"이거 어떻게 먹는거야?", 친한 기자에게 물었죠. 차라리 묻지 말고 그냥 먹고 말 껄...
"이거 넣어서 먹어봐"하며 뭔가를 양념통에서 덜어내 타주며 먹으라고 하는데...
임신도 안한 여자가...헛구역질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왜 추어탕에서 비누냄새가 나냐고요??
그거..산초라면서요??
암튼 산초 덕에 추어탕 못먹습니다. 회사 다닐때 회사근처에 용금옥이라고 유명한 추어탕집이 있습니다.
연세 지긋한 영감님들을 상관으로 모시려면 자주 먹어야하는 음식 중 하나가 이 용금옥 추어탕이었는데...
전 가면 미꾸라지 튀김만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물론 산초 안치고 추어탕 먹으면 되는데 왜 그리 싫은지...

제가 고등학교 때 한창 고기 파동이 났던가..
암튼 왜그랬는지 고기가 부족하니까,
정부에서 양고기를 수입, 잠시 양고기 소비를 권장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 고기나 생선이 이틀만 상에 올라오지 않아도 엄마를 부를 때 "음매 음매" 한다거나, "와 그린 필드네" "엄마 우리가 송아진줄 알아" 등등 세녀석이 투정을 하니까, 엄마가 양고기를 사다가 불고기를 하셨어요.
양고기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는 사전지식을 갖고 있던 엄마는 생강과 마늘 무지 많이 넣고 매운 양념을 해서 구워주셨어요. 저희에겐 돼지고기라고 하고...
전기프라이팬 뚜껑을 여는 순간 뿜어져 나온, 고기의 누린내 때문에 그 먹성 좋은 삼남매 식욕이 사그라진데다가, 한 점씩 입에 넣고는....말문이 막혔었습니다.
"엄마 이거 무슨 고기야" "이거 꿀꿀이 아니지?"
우리 엄마의 그 때 그 난감한 표정!!
참, 그때 한판 구운 고기, 애들이 안먹은 그 고기는 어떻게 하셨을까?? 엄마가 혼자 드셨으려나..,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회사에 다닐 때 롯데호텔의 양고기 스테이크 맛있다고 가자는 사람들이 있었는데..."네에~ 먹은 걸로 할게요" 하고 말았죠.
얼마전 코스트코에 갔는데 양고기 시식회를 하더군요. kimys가 한 점 먹어보더니, "괜찮다!"해요.
"냄새 나죠?"
"아니, 당신도 먹어봐.., 괜찮아, 우리도 사자!"
가장 작은 조각을 하나 입에 넣었다가, 삼키지 못하고 뱉었습니다. 그리고 얼른 도망쳤습니다. 양고기 사잘까봐...
마지막~~
10여년전 파리 출장갔을 때 당시 K신문 파리특파원의 아내가 아는 후배였습니다.
그 후배의 초대로 그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아 갔는데...앞앞이 나온 샐러드 위에 예쁘게 올라앉은 초록빛 잎사귀.
입에 넣었다가 죽는 줄 알았어요. 그게 뭘까요? 네~~ 맞습니다. 코리앤더,고수,팍치...이런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입니다.
태국음식 좋아하면서도 이건 못먹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참 이상하죠? 일산에 있는 태국음식, 태국음식에 이 고수를 안넣는거에요.
그런데 이게 안들어가니까, 제맛이 안나더라구요...
들어가긴 해야하지만, 못먹고 건져내는 고수..그런데 고수에 맛들이면, 안먹고 못산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