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여태까지 제가 했던 볶음 중 가장 고급재료로 한 것이 아닌가 싶은 럭셔리 볶음을 했습니다.
며칠전 사다왔는데, 두릅 먹느라 홀대했던 아스파라거스를 데치고, 냉동고 안의 럭셔리 비상식량을 꺼냈습니다.
전복, 송이버섯, 가리비살, 새우...
생물과 비교하자면 럭셔리일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저희 집에서는 고급재료들이죠.
이중 송이버섯에 대해 한 말씀.
냉동 진열장에서 이걸 발견하고는 잠시 망설였어요.
중국산인데, 우리나라 송이보다 크기가 작고, 냉동상태라 무슨 송이향이 있을 까 싶어서요.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샀는데...
결론적으로는 잘 산 것 같아요. 제법 송이향이 나던데요.
팬에 기름두르고, 마늘편과 파를 볶다가 재료 모두 넣어서 볶았어요. 간은 맛간장과 참기름으로 맞추구요. 완성할 무렵 생각해보니 녹말물을 준비하지 않은 거 있죠? 럴수 럴수 이럴수가...
그냥 녹말물 안넣고 말았어요. 국물이 한강물처럼 풍덩했지만, 저희 집 식구들 아무도 뭐라고 안해서 무사통과!!

하는 김에 바지락 매운볶음도 했어요.
방법은 매운홍합볶음과 같구요, 두반장과 고춧가루로 맛을 내는...
역시 음식의 맛은 재료가 좌우하는 것 같아요.
재료가 좋으니까 정말 맛이 좋더군요. 바지락살이 얼마나 맛이 있는지...
지금 이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데, 친정어머니가 전화하셨네요.
"저녁 먹었니? 뭐해서 먹었니?" 하시더니,
"얘, 무슨 바지락이 이렇게 맛있니? 살이 달다 달아"하시네요.
아까 낮에 바지락 조금 가져다 드렸더니, 그걸 가지고 저녁에 바지락칼국수를 끓여서 아버지랑 둘이 드셨대요.
업소에서 파는 것 처럼 호박이랑 이런 저런 야채 넣고 끓였는데 굉장히 맛이 있었대요.
아버지께서 "우리 둘이 먹기 아깝다, 애들이 왔으면 좋았을 것을..."하시더래요.
부모라는 존재는 조금만 맛있는, 조금만 별난 음식이 있으면 자식생각부터 하는 그런 존재죠?
전 럭셔리볶음 먹으면서 친정아버지 생각 안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