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때는 한 유머, 한 위트 했었는데..., 에구 '세월이 미워라~~'하던 용필오빠 노래가 생각나네요.
자유게시판에 싱글들 모임 공지를 보니 중간고사 때문에 안된다는 댓글이 있던데...그걸 보고 생각난 짧은 이야기 몇가지~~

▩ 꽃이야기 1
제가 학생이던 시절, 지금처럼 여의도 윤중제의 벚꽃이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벚나무를 심지 않았거나, 아니면 어린 나무였거나, 아니면 윤중제가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암튼 별 이벤트가 없던 당시, 밤벚꽃놀이(속칭 야사쿠라)가 하나의 중요한 행사였는데, 그건 주로 창경원(그때는 창경궁이 아니라 창경원으로 불렀답니다)에서 가서 하는 걸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벚꽃이 만개하는 때가 꼭 중간고사와 겹쳤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간이 배밖으로 나왔거나, 아니면 중간고사가 우리 학교랑 다른 옆 학교 학생이거나, 아니면 평소 공부를 '열씨미' 하기 때문에 중간고사 기간 중 하루 쯤 놀아도 동티가 안나는 애들은 사귀는 남학생이나 아니면 미팅을 해서라도 창경원 밤벚꽃놀이를 다녀왔습니다.
다녀와서 아뭇 소리 안해주는 게 도와주는 건데, 왕벚꽃의 화려한 자태에 대해, 꽃 아래에서 만난 남학생의 수려함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으니...
전 보기보다 새가슴이라, 감히 시험기간중의 벚꽃놀이 같은 사고를 칠 배짱이 없었죠.
게다가 모든 시험을 당일치기로 해치우는 하루살이인생이니, 시험기간 중 금쪽같은 시간을 꽃구경에 쓸 수는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벚꽃이 한창일때 시험은 보는 거야'하며 투덜거리곤 하면서, 밀린 시험공부를 하느라 , 창경원 밤벚꽃놀이는 해마다 소원으로만 남겨뒀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3학년 때 였는지, 4학년 때 였는지, 암튼 어떻게 하다보니 중간고사가 일찍 끝나게 되었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하며, 제일 친구랑 건수를 만들어 창경원엘 갔는데...
아, 무정한 벚나무는 꽃잎을 다 떨어뜨리고, 푸른 잎 뿐이었다는 슬픈 전설이...
학교 졸업후 밤벚꽃놀이는...시시하더이다. 스릴이 없어서 그랬나...
▩ 꽃이야기 2
남산의 하얏트호텔 앞을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감미로운 추억 한자락...
때는 1990년 봄.
kimys와 함께 하얏트호텔에서 무슨 볼 일을 보러 갔습니다.
J.J.마호니스가 생긴 지 얼마되지 않았던 때로, 지금이야 더욱 훌륭한 사교장이 많지만, 당시로는 그곳이 새로운 형태의 사교장(?)으로 매스컴의 총애를 받고있었습니다. 물 좋은 곳으로 첫손 꼽혔고...
너무도 가보고 싶은 나머지 J.J.마호니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kimys를 꼬셔서 들어가봤는데...
재미, 별로 없더이다.
당구치는 사람, 술 마시는 사람, 춤추는 사람..., 저희 둘은 들어갔으니까 그냥 무슨 음료수 한잔 사마시고, 멀뚱멀뚱 사람 구경하고 나왔습니다.
돈, 아깝더이다.
그랬는데...
나무 아래 세워뒀던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순간, 제 차의 지붕이며 보넷 위에 떨어져 있던 벚꽃잎이 날리는데...
눈이 오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꽃비였습니다.
공전의 히트 드라마 '다모'에서는 오린 종이를 뿌린거였지만, 저흰 실물을 보았습니다.
J.J.마호니스에서 마신 음료수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꽃비가 내려줬습니다.
보넷위의 벚꽃잎이 날려 흩어지는 그 장관....
가끔, kimys랑 그 꽃비 얘기를 하면서, 벚꽃이 떨어질 무렵, 하얏트호텔에 한번 다녀오자, 말은 하는데, 그후 그 꽃비를 맞으러 한번도 못갔습니다.
▩ 꽃이야기 3
전 切花를 잘 사지 않습니다.
처음 보기엔 예쁘지만, 곧 꽃잎이 말라들어가는 걸 보면, 괜히 기분이 나쁩니다.
물 갈아줄 때 나는 냄새도 싫고...
그래서 절화를 사느니 차라리 화분을 사자 하는 편인데, 화분 역시 물을 잘 주지 않아 자꾸 죽이기 때문에 잘 사지 않습니다.
대신 전 야생화를 좋아합니다.
저 대신 자연이 키워주는 걸, 전 그냥 감상하기만 하면 되니까...
여름철 국도 변 아무 길가에서나 자라는 달맞이꽃, 풀 틈사이로 자세히 들여다 봐야 보이는 제비꽃, 엄마네 마당에 봄이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는 며느리밥풀꽃...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입니다.
접시꽃, 그건 빨간색만 좋아합니다.
민들레꽃도 좋아하구요.
몇년전 여름,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인 조카녀석을 태우고, 어딘가를 다녀오는데, 그 녀석은 가족 행사가 있을 때 저희 엄마 아빠 차 내버려두고, 꼭 제 차를 탑니다.
암튼 녀석을 조수석에 태우고 어디를 갔다오는데, 창밖을 내다보더니, "저기 고모가 좋아하는 달맞이꽃이 많네요"하는 거에요.
기특한 녀석...
"너 고모가 무슨 꽃, 좋아하는 줄 알아?"
"그럼요, 달맞이꽃, 며느리밥풀꽃, 제비꽃, 접시꽃, 채송화..."
어머, 어쩜 녀석이 정확하게 알고 있더라구요. 한번도 말해준 적이 없는데...
허긴 이 녀석 유치원때 사진, 아직 제 지갑에 있구요, 제가 애인이라고 말하는 남자는 이 녀석뿐입니다.
그런 녀석이니까 제가 좋아하는 꽃을 아는 것도 그리 이상한 건 아닌데..., 감동적이더라구요.
그날, 집에 돌아와서 kimys에게 시험을 보였습니다.
"당신, 제가 무슨 꽃 좋아하는 줄 알아요?"
무정한 kimys, 단 하나도 못대더이다.
"흥 조카만도 못한 남편!!"
하고는 삐진 채, 모범답안을 가르쳐주고, 주입식 교육을 했습니다.
그 결과, 한때, 답안지를 곧잘 채우곤 했는데...물론 옆구리 찔러 절받기지만...
요즘도 가끔 시험봅니다, 저에 대한 관심도가 여전한지 어떤지 확인해보려고...
그런데, 이 무정한 남편은 시방 달맞이꽃밖에 못외우고 있습니다, 어찌하오리까?!
상추잎을 한장 따서, 그걸로 한대 후려 갈기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