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kimys 생일 무렵에 안면도 꽃박람회에 갔었어요.
황도의 근사한 펜션에 묵으면서, 꽃구경인지 사람구경인지 모를 박람회를 다녀와서는 늘어져 낮잠을 한잠 자고 있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려요.
나가보니, 바지락을 커다란 양동이 가득 든 여자분이 서 계셔요.
황도 펜션을 예약해준 kimys의 후배가 부탁해서 지금 막 바지락을 캐왔다는 거에요.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이건 너무 많으니까 조금만 주세요"하니까 "서울 가져가서 냉동해서 드셔도 돼요" 하길래 반쯤 쏟아 달라고 해서 가지고 왔었어요.
그거 먹으면서 안가지고 왔으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서울에 가져와 해감을 시킨 후 한번 먹을 만큼 냉동했다가 된장찌개에 넣으니, 바지락살만 발라놓은 것보다 훨씬 맛있는 거 있죠?
지난 번 지미원에서의 포트럭 파티때, 참석자 한분 한분 모두다 너무 고마웠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분이 서산댁이었어요.
아드님 둘을 데리고 서산에서부터 올라오신 정성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게다가 그 조개와 굴들...아시잖아요, 껍질 조개 무거운 거...그 무거운 걸 들고...
솔직히 그날, 그 조개를 전 두알밖에 못먹었어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더라구요.
제가 바지락 굉장히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냉동실의 필수품으로 '바지락살'을 꼽기도 하고...
집에 가서 많이 아쉬웠어요. 싱싱한 바지락을 많이 먹지 못해서...
그랬는데 얼마전 어느 글에 서산댁님이 저희 집 주소를 가르쳐달라고 댓글을 달아놓은 걸, 제가 일부러 모른척 했어요.
82cook을 사랑해주고, 찾아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포트럭파티때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준 것만도 어딘데, 바지락신세 지기 싫어서요.
그랬는데, 며칠전 'well-being 밥상' 편에 서산댁님이 섭섭하다고 댓글을 달아놓으셔서...
쪽지로 주소 알려드렸습니다. 정말 민폐 안끼치려고 했는데...
그 바지락이 오늘 아침 도착 했습니다. 낮에 결혼식장에 갈 일이 있어서 나가면서 소금물에 담가놓고 들어와서 저녁에 바지락을 가지고 콩나물 끓이고, 바지락 볶음을 했습니다.
맹물 끓이다가 바지락과 콩나물 파 마늘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 바지락콩나물국은 정말 시원했구요...
팬에 마늘 양파 풋고추 홍고추 넣고 슬쩍 볶은 후 바지락 푸짐하게 넣고 간장과 청주로 간한 후 뚜껑 덮어서 익힌 바지락 볶음은 바지락살의 쫄깃함이 정말 일품이었어요.
요즘이 바지락철이라서 그런 지 살이 어찌나 통통한 지..., 익혀도 살이 줄어들지 않고 껍질 속에 꽈악 차있네요.
식탁에 패총을 만들고 있던 kimys "정말 맛있다. 그런데 나 이거 처음 먹어보지?"
미워서 눈 흘겼어요. 여러번 해줬는데, 꼭 먹을 때 마다 처음 먹어본다고 하는 거 있죠. 먹을 때 마다 맛이 새로운가?!
서산댁님, 택배 잘 도착해서, 이렇게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내일은 매운볶음 해먹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