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밤, 과제를 끝에사 홀가분한 마음에 모네 그림을 뒤적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막 잠들려고 하는 순간, 보람이 방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아프다고 먼저 잠들어 있던
아이, 한 번 잠들면 거의 깨는 일없이 자는 아이라서 이상한 마음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몸을 마구 떨면서 춥다고 하는 겁니다. 머리를 만져보니 너무 뜨거워 깜짝 놀랄 정도이고요.
콜 택시를 불러서 가까운 종합병원에 도착한 것이 새벽 2시 조금 지난 시간
그 때부터 도대체 39도가 넘는 열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기 위한 여러 가지 검사가 이어지고
액체로 된 해열제와 링겔 주사가 한 없이 이어지더군요.

어린 시절에도 그런 고열에 시달려 본 일이 없는 아이라서 긴장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아이가 하는 농담이라니, 엄마 나 소원 풀었다, 무슨 소원?
어려서 입원하는 아이들이 부러운 적이 있었거든, 응급실의 침대에 누워 있는 것도 입원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그런 농담을 하는 것을 보니 그래도 죽을 맛은 아닌가 보다 싶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목이 심하게 부은 것이 아니란 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그렇다면 도대체 열의 근원이
어딘가, 혹시 폐에 이상이 있는지 모르니 엑스레이를 찍어 보아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지요.
그런데 이상이 없으니 그렇다면 다른 의사가 또 와서 몸의 여러 군데를 눌러 보는 겁니다.
갑자기 악 소리가 나고 그렇다면 이 곳이 맹장과 난소가 있는 부근이니 염증으로 인한 발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그래서 CT 촬영을 하겠노라고요.
그런 경우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든가, 비용은 얼마나 드는 가 이런 질문을 하기 참 어려운
상황이더군요.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예상해서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서 벌써 7시가 넘었습니다. 잠을 잘 수 없으니 저는 정말 죽을 맛이더라고요.

응급실 안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러 가지 증상으로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고, 한 어린 꼬마는
어디가 아픈지 말로 할 수 없어서 한없이 울고 있습니다. 그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젊은 부모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아이를 안고 복도를 서성거리고, 저도 의자를 둘 붙여놓고 조금이라도 잠들고 싶었지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복도를 걸어다니다가 벽에 걸려 있는 여러 점의 클레 그림을 볼 수 있었지요.

해열제를 두 팩이나 투여 했어도 열이 1도 내리는 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더군요. 결국 퇴원할
무렵까지 37도 4 부,지금으로서는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집으로 가서 상황을 보고, 열이
더 오르면 외래 진료를 보러 오라고 합니다.
원무과에 가니 진료비가 무려 25만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CT촬영이 비싸서 그렇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미리 말을 해주면서 선택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다행히도 개인 의료 보험에 가입한 것이 있어서 담당자의 출근 시간을 기다려서 연락을 해보니
전액 지급이 가능하다고요.
만약 개인적으로 따로 보험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국민 의료보험만으로는 이런 상황,혹은 이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걱정이 되네요.

집에 와서 아침을 차려놓고 약을 먹는 것까지 지켜보고는 하염없이 잠을 잤습니다.
하루 밤 못 잔 것으로 이렇게까지 몸이 피곤하다니, 놀라울 정도였지요. 그러다보니 화요일 하루는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그냥 흘러가버리고, 도서관에 가니 그 때서야 연평도에서의 일을 들을 수 있었지요.
밤에 돌아오니 열이 조금은 가라앉은 보람이가 티브이 앞에서 뉴스를 들으면서 말을 겁니다.
엄마, 내일 출근할 수 있을까?
아직도 많이 아프니? 하루 더 쉴 수 있으면 쉬면 어떨까?
그게 아니라, 연평도 일때문에 내일 서울에 무슨 일 생길까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