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월요일, 길담서원 프랑스어문반의 어린 왕자 14,15장을 번역할 책임이 주어진 날입니다.
꼼꼼하지 못한 저는 차례가 돌아가던 중 켈리님 다음이라고 선뜻 맡았던 두 장이 우선 양이 절대적으로
많았고, 무심코 선택한 날이 하필이면 수능 시험 주간 바로 다음 주라서 지난 주에는 제대로 공부할 여건도
아니었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수능 시험 한 주 전에 일종의 개인과외를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히소산님이 일부러
시간을 내주어서 도서관에서 만나 번역해야 하는 부분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받고 어려운 부분은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도 이상하면 다시 한 번 이렇게 꼼꼼한 체크를 할 수 았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한 번 점검을 했어도 토요일 저녁에 다시 읽어보는데 발음이 부정확한 부분, 문법적으로 어떻게
풀어서 설명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부분.,의미가 매끄럽게 풀리지 않는 부분도 있네요.
다 알면 무엇하러 일부러 먼 길을 배우러 가나, 모르니까 물어볼 것이 있으니까 가는 것이지
이렇게 배짱을 부리면서 색연필로 체크를 해놓았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낮 시간 마리포사님 집으로 갔지요. 아직도 네이버에서 프랑스어 사전 찾는 법을 익히지 못한 제겐
말로 해주는 설명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편할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리허설식으로 소리내서
번역을 해보려고요.
공부 시작하기 전 , 정성껏 차린 점심을 함께 먹고 자리에 앉아서 꼬박 한 시간 넘게 소리내서 읽고
번역을 했습니다. 발음 모르는 것은 네이버에 물어서 소리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요.
그 전에 번역을 맡은 사람들이 네이버 사전을 이용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종이 사전 두 권으로 (불한, 불일사전)
어찌 어찌 해결해가던 제겐 네이버 사전의 장점도 단점도 다 보여서 그렇다면 우선 내 식대로 밀고 나가면서
필요할 경우만 도움을 받으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예습을 마무리 하고 나머지는 수업중에 해결하면 되겠다 싶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길담서원에 갔습니다.
마침 15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선생님을 붙들고 발음 공부를 했지요. 역시 공부는 길잡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
더구나 새로운 언어를 막 시작한 사람들에겐...
색으로 칠해서 질문하기 쉽게 해 놓은 발음을 다 해결하고 나니 그나마 긴장이 풀리네요.
한 시간이 넘게 번역하면서 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니 함께 한 사람들에게도 감사하고, 여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온 내 자신에게도 축하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1기 수업이 마무리되는 날이 12월 27일, 그 날 송년모임도 한다고 해서 제가 우겼지요. 그 때는 여행떠나서
함께 하지 못하니 어린왕자만이라도 그 전주에 끝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요. 멤버들이 동의해주어서
여행떠나기 전 어린 왕자 한 권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런 맨 땅에 해딩하는 것같은 무모함이 가능했던 것은 역시 수유너머에서의 일본어 수업에서 미리
거의 일년간 훈련이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 때는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지금도 가끔
의아하게 생각할 때가 있지요. 아, 인생에는 그렇게 무모한 용기로 발을 내딛고 그것을 통해서 고생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힘을 얻는 경우가 있구나, 그 때의 일보가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갖고 왔는가 고맙다 고마워
그런 기분입니다.
집에 돌아오는 것 자체가 늦은 월요일, 그래도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피곤한 지도 모르고 모네 그림을
고르려고 검색하다 보니 그가 베네치아에 가서 그린 여러 장의 그림이 눈길을 끕니다.
저 풍경속으로 가는구나, 드디어 !! 그런 실감도 나기 시작하네요.
그 여행에서 새로운 멤버들과 어떤 여행을 즐기게 될 것인지, 그 여행에서 나는 무엇과 만나게 될 것인지
아무것도 미리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 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요?
번역의 무게에서 벗어나니 갑자기 마음이 가볍고 그래서 더 즐거운 상상속으로 들어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