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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이른 아침, 동네 한 바퀴

| 조회수 : 1,765 | 추천수 : 50
작성일 : 2010-09-06 10:05:50


  
  조카가 어느 날 stepper를 샀더군요. 그래서 마루에 놓고 함께 쓰자고 부탁을 했습니다.

문제는 운동기구가 집에 생기니 그것으로 주로 운동을 하고 (상당히 땀도 나는 운동량이 있는 기구더라고요)

밖에 나가는 일이 드물어졌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맘먹고 새벽에 카메라 들고 나섰습니다.

사실 어제 사진을 찍다가 저장용량이 없다고 글씨가 나오는 바람에 찍다 만 기분이라서

그렇다면 내일 새벽에 한 번 나서볼까? 마음을 먹었거든요.

그래도 역시 새벽이 되니 몸은 잘 깨지 않고, 자꾸 망서리게 됩니다.다른 때라면 의지박약이라고

스스로를 나무라는 상황이었겠지만 스피노자를 읽은 이후로 그런 상황이 되면 아하 정서와 정서의 기싸움에서

이것이 밀리는 것이로군,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더 하고 싶은 것이냐!! 이렇게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 루니에서의 공부가 준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올지도 모르니 우산 챙겨들고 나서서 동네 한 바퀴 살살 돌아보자고 마음 먹고 나선 길

처음 가 보는 6단지 아파트에는 맨드라미가 그 단지 정원의 상징으로 정한 것일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게

피어 있더군요. 노란 맨드라미라니 신기해서 찍고 있으니 화단에서 일하시던 경비아저씨, 새벽부터

이 무슨 할 일 없는 아줌마인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시네요.






그렇게 숱하게 지나다니는 곳인데도 한 번도 마음먹고 들어와 본 적이 없는 곳, 그러고 보니 아는 사람이

사는 곳도 아니고, 일부러 단지 안으로 들어가 볼 일이 없었구나 싶었습니다.그래서 오늘 일부러 찬찬히

구석 구석 보면서 생각을 하게 되네요, 거리가 가깝다고 더 친밀한 것도 아니고 거리가 멀다고

더  낯선 것도 아닌 것, 이것은 인간관계에도 해당하는 말이겠지요?

그러나 한 번 발걸음을 하고 나면 이 곳은 이제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게 되는...



이 꽃은 그 자체는 정열적인 느낌이고 바라보기도 좋지만 이상하게 주변 배경이 제대로 꽃의 느낌을

살리기 어려운 곳에 피어 있어서 늘 제대로 찍는 일에 실패했지요. 그러니 꽃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피어있는가 주변과의 배치가 더 중요하구나, 그러니 이런 생각이 바로 들뢰즈를 읽을 때 그 배치와

관련되는 새벽부터 머리가 요상하게 돌아가는 것은 역시 철학책을 읽고 있는 영향일까요?



하늘은 꾸물꾸물하지만 아직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신호등을 건너서 조금 더 가보자 싶었지요.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거리는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기분입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와서 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

사람도 보입니다.









같은 장미인데도 살짝 방향을 틀어서 찍으니 마치 다른 장소같은 기분이네요.




이 곳도 역시 처음 들어와 본 단지인데 유난히 꽃이 생생하게 피어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가지런히 놓인 청소 도구를 보니 그것과 꽃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련만 이렇게 잘 정돈된 곳이라

정원을 돌보는 일도 부지런히 해서 꽃이 잘 자라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길인데 아파트 단지마다 조금씩 달라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모양입니다.



여기 저기서 책가방을 맨 아이들이 나오고 있더군요.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등교는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요?

아직 잠도 덜 깬 눈으로 무거운 가방을 들고 축 늘어져서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답답해지네요. 물론 개중에는 벌써 친구들과 만나 큰 소리로 즐겁게 웃으면서 가는 여학생들도 보이긴 하지만.






평소에 가던 곳을 지나서 조금 더 가보니 어떤 단지의 뒷 길이 마치 비밀의 화원처럼 나무 숲을 이루고

그 안에 자잘한 꽃도 피어 있는 곳이 있더라고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벤치가 없어서 9단지 뒷 길 처럼

앉아서 쉴 수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가끔 들여다보고 싶은 장소를 하나 발견한 아침이었습니다.

마음속의 망설임을 이기고 나선 제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선물같다고 느꼈지요.






이제 많이 돌아다녔다 싶어서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거리가 소란스럽고 활기 넘치는 기분이 들었지요.

알고보니 벌써 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교시간이네요.

이런 시간에 거리에 있어본 지가 하도 오래 되어서 뭔가 갑자기 시간이동을 한 기분이...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들꽃
    '10.9.6 10:27 PM

    인투님과 함께 새벽 동네 한 바퀴 잘 돌았습니다^^

    상쾌한 공기도 좋고
    새벽은 고요와 힘찬 활력이 함께 느껴져서 참 좋은 것 같아요.

  • 2. 성암농장
    '10.9.10 11:24 AM

    동네가 아주 좋네요....자연이 지척이네요...

  • 3. 열무김치
    '10.9.10 5:59 PM

    근래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바삐 해 본적이 없네요.
    눈은 일찍 뜨게 되는데, 아침에 아무것도 안 하고 창 밖만 보는
    무료함을 즐기는 중?이라고 해 둘까요 ?
    게으름쟁이가 되었나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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