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볼레로, 제목만 보면 무슨 공연인지 알기 어렵지만 장미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의 이미지를
그렇게 표현한 모양이더군요. 스트라빈스키, 도발을 공부할 때 자주 언급이 되었고, 요즘 러시안 레전드란
제목의 음반을 계속 빌려서 듣다 보니 생애 처음으로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의 곡을
연속으로 듣게 되어서 관심이 촉발된 상태였습니다.그러니 안상수픽업그룹이 도대체 무엇하는 사람들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이 공연에 가고 싶다고 했지요.

함께 출발하기로 한 호수님이 집앞으로 오기 전 잠깐 시간을 내어 집앞 꽃밭을 찍었습니다.
마침 금요일이 아네모 모임이 있는 날, 모임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을 보충하는 의미로 아침에 영화보러 갔을 때도
저녁에 춤을 보러 가는 중에도 카메라를 챙겼지요. 그러니 결핍이 꼭 부족을 뜻하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혼자 웃었지요.

그림이 될 만한 곳을 찾아서 가는 것이 물론 좋겠지만 그런 여유가 없을 때 주변에 시선을 두면 그 곳에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카메라에 담고 싶은 ,아니면 각도를 조금 달리하면 담을 만한 그런 모습이
드러나는 것, 그러니 관심을 갖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2010년, 사람의 몸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홀린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공연중에서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에 접속이 많이 된 해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장르를 넓히고
제 안에 이것은 좀 아니다 싶다고 미리 정해버리고 관심도 두지 않았던 것들을 서서히 부수는 그런
해가 되고 있다고 할까요?

노천 카페에 촛불을 켜놓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인공 촛불이었습니다. 그래도 분위기는 그럴 듯해서
호수님,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캘리님과 더불어 이야기꽃이 피어났습니다.

노천카페에서 바라보니 라 보엠을 소개하는 플래카드가 보이네요. 라 보엠이라 미미라는 여주인공이 나오는
바로 그 오페라인데요 그래서 이야기는 미미와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의 비슷한 점과 차이점으로 넘어가고
그 사이에 마리포사님,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도착을 했습니다. 그러면 오늘의 멤버는 다 모인 셈이라서
공연장으로 갔습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처음 파리에서 공연되었을 때 굉장한 사건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공연되는 음악을 들으니 왜 그랬을까 확 이해가 되네요.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음악, 문제는 소규모 공연이라 음악이 오케스트라가
아니고 소리를 녹음한 것이라 아쉬웠지만 사람의 몸으로 표현하는 음악, 몸이 음악이 되는 시간을 느낀 점이
새롭더군요.
사실 마리포사님 부부는 이 공연을 뉴욕에서 피나 바우쉬 작품을 보았다고 하니 아무래도 우리들이
느끼는 것과는 비교가 가능해서 몰입이 덜 했을 것 같으나 이 공연이 처음인 세 사람은 정말 놀라서
공연이 끝나고 브라보를 힘껏 저절로 외치게 되더라고요.
봄의 제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시작된 볼레로, 이 음악을 한 자리에서 이렇게 차분하게 끝까지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들은 것은 처음이었지요. 8명의 무용수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그들의 몸동작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공연이 끝나고, 까맣게 빛을 죽인 무대를 끝으로 공연이 끝나도 일어설 수 없어서 한참을 앉아 있었더니
가이드하는 여성이 들어와서 왜 나가지 않는가 하는 표정으로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네요. 이 무슨 분위기 깨는
일인가 싶었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으로 할 일을 하는 것이겠지요?
이 공연덕분에 새롭게 눈뜨게 된 음악과 몸의 아름다움, 이것이 다음에 무엇으로 연결이 될 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