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요일 오바마 연설문을 외우고, 문장의 기본구조 익히기, 그리고 이디엄을 익히는 수요 영어교실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총 23개중에서 벌써 8번째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문장의 밑그림을 상상하면서
문장을 암기하는 것이 가능해진 멤버들을 보면서 함께 하는 힘을 느낀 날이었지요.
더 놀라웠던 것은 이 모임의 멤버중에서 예습,실제 수업에서의 순발력등이 뛰어난 마리포사님에게
다음 번에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joy luck club을 건네주면서 방학동안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공부하면 좋을지 연구해보면 어떤가 하고 부탁을 하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다른 시간을 쪼개서 스터디 모임을 만들었다고 전하더군요.
와 소리가 절로 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기다려서 바쁜 사람들은 미리 가고 아이들이 함께 와서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감자탕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들, 전업주부, 일하는 엄마, 일하다가 아이에게 뭔가 정서적인 문제가
생긴 것 같아서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 여러가지 사연들이 나오면서 생각을 많이 한
시간이기도 했지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에 정답은 없겠지요?
딸아이가 사회에 나갈 나이가 되어 가니 이런 문제들이 무심하게 들어넘길 소재가 아니라서
귀를 쫑긋 하고 듣게 됩니다.
실컷 먹고 실컷 놀고 집에 들어와서 악기 연습을 하던 중 전화가 왔습니다.
호수님의 전화였는데요, 선생님, 지금 어디세요?
집이라고 하니 잠깐 집에 들리겠다고 하네요.
무슨 일일까? 기다리면서 연습을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습니다.
이상해서 밖으로 나가보니 현관 밖에 꾸러미가 있네요. 음식을 한가득 담아서 놓고 간 모양입니다.
나중에 통화를 하면서 왜 벨을 누르지 그랬냐고 하니 벨을 눌렀으나 제가 소리를 놓친 모양이더라고요.
그녀, 호수님은 마리포사님의 친구로 어느 날 함께 목요 모임에 나왔습니다.
너무 쉽게 사람에게 다가오고 뭐랄까, 장벽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어라,어라 하는 사이에 이제는 일상에서 자주 만나고, 많은 것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선물은 정말 싼타가 온 것보다 더 반갑고 기쁜 선물이로구나, 남에게 이런 선물을 하기엔
어림없는 나는 ? 이렇게 생각하다가 모든 사람이 다 음식으로 선물할 수는 없으니 ,그냥 기쁜 마음으로
받고 맛있게 먹는 것으로 된 것 아닐까 하고 마음을 바꾸어 먹었지요.
밤에 들어와서 아침에 먹을 수 있게 음식을 조리고 있던 중 보람이가 말을 하더군요.
엄마, 맛있는 냄새가 나네, 사연을 이야기하니 신기해하면서 엄마는 이 동네에서 공동체를 만들어서
살아가는 것 같다고 느낀 모양이더라고요. 음식 냄새를 맡고 나온 승태도 맛있겠다 침을 흘리고
그래도 내일 아침에 먹어야겠다고 한 마디...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음을 나누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덕분에 밤에 보람이랑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좋은 일을 상상하면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실망할까봐 실망이 싫어서 자꾸 먼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본다는 아이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왜 그럴까? 그래서 그런 마이너스 기가 얼마나 삶에 해가 될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요. 한 번에 딱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노력을 하면
어떨까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저런 예를 들면서 말하다보니 나는 과연 자식을 잘 알고 있는 엄마인가
갑자기 어리둥절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렇게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고 잘 못 알기도 하면서 가족으로서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이야기를 통해서 물꼬를 트면서 살아가는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 아닐까 , 이제 졸리다고 하품 하는
아이에게 새벽 출근해야 하니 이제 자라고 불끄고 나오면서 직장이나 혹은 결혼으로 집을 떠나게 될 때까지
가능하면 많이 이야기하고, 많이 들어주고, 그런 시간들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