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수유너머에 다닌지가 벌써 9개월이 지났습니다.그런데도 늘 시간에 밀려서 남산도서관앞에서
내려서 걸어보고 싶다는 일을 해결못하고 있다가 어제 오전 바이올린 렛슨도 토요일로 바뀌고, 마침
일본어 수업의 방학이기도 해서 느긋하게 시간을 조절하는 일이 가능했지요.
일단 광화문까지 나가서 남산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역시 방학이라 그런지 광화문앞이 사람들의
물결로 마치 축제 현장같은 느낌이 들어서 한참 서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베로나의 두 신사라, 초여름에 군대 가기 전 배낭 여행을 떠난 한 제자가 베로나에서 아주 멋진 시간을
보냈노라고 하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 컷 찍게 되더군요.
성악을 전공하는 그 녀석은 베로나에서 길거리에서 노래를 불러서 (사실 보통 용기로는 어렵겠지요? )
용돈을 벌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에 간다고 하니 그 아이의 엄마가 제게 말을 하더군요.
선생님, 베로나에 꼭 들러보세요.
그런데 정말 그 곳을 제대로 보려면 여름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베로나의 야외 극장 오페라 이야기가 워낙 유명해서..


드라마에 나오는 음악만을 따서 연주하는 음악회를 소개하네요.
그 옆 계단에 앉아서 중년의 한 커플이 새우깡을 맛나게 먹고 있어서 혹시 실례가 될까봐 조심 조심
옆으로 비켜서 찍어보았습니다.그들을 한 프레임에 담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너무 가까운 거리라서
어렵다는 판단을 했는데요 거리의 재미있는 풍광이나 사람의 모습을 담고 싶을 때 그런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남산 도서관앞에서 내려 약수터를 지나 보성여고 앞까지 겨우 두 정거장인데도 걷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넘치는군요.

가장 빈번하게 마주친 것이 두 가지 식물입니다.

남산도서관 입구에 세워진 동상, 이름을 확인하니 다산 정약용이네요.
마침 요즘 아버지의 편지라는 책을 꺼내 놓고 있는 중인데, 그런 마주침이 반가워서 역시 한 컷!!
고등학교에서 배운 국사 교과서를 끝으로 한국사와의 인연이 멀어졌던 제게 역사책의 바다로 들어가게 한
장본인이 바로 다산 정약용이라서 그런지 혼자서 깊은 인연을 느끼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답니다.

서울 투어를 알리는 지도를 바라보면서 그러고 보니 서울에 와도 늘 가는 길만 다니는구나 ,내가 모르는
서울을 이렇게 투어 버스로 한 번 일주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이 장소에서 한 어린 소녀가 서서 휴대폰으로 계속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요즘은 정말 어린 아이들에게도
휴대폰은 필수품이 되어버린 모양인데 사실 그래도 좋은지 잘 판단이 서지 않더군요.

앞 쪽을 바라보고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들고 무엇인지 찍고 있습니다. 뭐지?
궁금해서 바라보니 앞길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던 중이었던 모양입니다, 주인공 남자가 여자 이름을 부르면서
뛰어 오는 장면인데 여러 번 반복해서 연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저도 한 장 찍어보았는데
다가오는 차량에게 양해를 구하고 세우는 장면도 목격을 했지요.


사람에게도 이렇게 표지를 해주는 표지판이 있다면 하는 엉뚱한 상상, 벽에 조그맣게 박혀 있는 구멍처럼
감정의 배출구가 보이지 않게 있다면 하는 상상에 웃음 지으면서 찍어본 장면입니다.

그만 놀고 수유너머에 가려고 길을 건너려는데 반대편에서 강아지를 두고 이야기에 여념이 없는
두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다는 멀찌감치에서 그들의 모습을 찍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여러 장 시도해보았지만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아니면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지 이 한 장 이외에는
모조리 엉망이 되어버렸더라고요. 그래도 그런 실패를 통해서 무엇이 문제일까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하고 위로를 삼았지요.
단 한 시간 미리 나선 것으로도 이렇게 길거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구나 ,그러니 조금씩 여유를
두고 목적지에 가는 버릇을 들으면 좋겠다 싶은 날이었는데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표지판에서 발견한
남산 야외 식물원을 못 찾았다는 점입니다. 언제 조금 더 일찍 출발할 수 있는 날이 있다면
멀리까지 가지 못하는 식물원을 남산에서 만나보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