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month에 캘리님이 올려놓으신 브람스의 음악, 가지를 뻗고 있는 여러 모임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즐거운 동행이 되도록 메세지도 남겨 놓았네요. 나이를 핑계로 포기하지 말고 즐거운 동행이 되길 하면서요.
그 말에 사실은 오늘 정독도서관 오고 가면서 찍은 사진이 있지만 ,밤에 라벨과 드뷔시 음악을 동영상으로
보다가 음악도 음악이지만 카메라로 잡은 베를린 필하모니 단원들의 모습이 보기에 좋아서 (그 동안 동영상을
수없이 보았지만 카메라의 움직임이 예술이네 하고 눈길이 자꾸 따라다녀서 음악이 먼저인가, 영상이 먼저인가
헛갈리는 경험을 한 특이한 날이라서요 ) 우리들도 인생의 오케스트라를 이런 저런 조합으로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제 나름의 바램을 담아서 골라봅니다.


사람이 살면서 아,그 순간이 터닝 포인트였지, 그렇게 감탄하면서 뒤돌아보게 되는 시기들이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그 때가 그럴 수 있는 시기였는데 왜 그렇게 움츠러들었을꼬 한탄하게 되는 시기도 물론 있을 것이고요.
제겐 5년전의 그 시절,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스터디 모임을 꾸리기 시작한 그 시기와
요즘 수유너머의 루니에 참가한 일이 바로 그런 즐거운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무슨 일을 처음부터 함께 한 사람들의 힘이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저런 계기로 중간에 합류하게 된 사람들
가장 최근에 등장했지만 갑자기 머릿속을 환하게 비추게 해주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역시 소중하지요.
전체가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보다는 따로 또 같이 관심이 가는 때마다 헤쳐 모여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가끔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서로 소개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고요.

철학 모임의 경우는 일산에서 먼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인원이면 멀리 정독도서관까지
가지 않고도 일산에서 철학모임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그렇게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물론 거리로 보면 그것이 편하겠지만 정독도서관까지 가서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려 하는 공부의 맛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오늘 밤 진중권의 현대 미학 강의를 읽다가 (그동안 서점에서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지난 번에야
구했거든요. ) 벤야민과 푸코에 관한 그의 글이 확 들어오는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철학책이 즐거운
동행이 될 수 있게 된 것, 그것은 순전히 2년 이상 함께 모여서 책을 읽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요즘은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함께 공부하실래요? 자꾸 권하게 되는군요.



어린 시절 음악을 잘 모르던 때였어도 제겐 오케스트라 지휘자야말로 대단한 직업이 아닌가 신기하고
신비하게 여기던 적이 있었습니다.지금도 물론 놀랍다고 생각하지만 그 때 왜 그런 생각을 했었을까요?
노래도 악보 보는 것도 서툴렀던 제게 한 악기도 아니고 수많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서
소리내게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니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은 한가지 일만 잘하는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것 아닐까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하게 된 동경이었겠지요?


이상하게 오늘 연주에서는 독주, 이중주, 삼중주, 이런 식으로 연주하는 장면을 잡아서 자주 보여주어서
그럴까요? 제가 꿈꾸는 인생에 대한 표상같은 느낌이 들어서 저절로 카메라를 들고 기록을 하게 되었고
everymonth의 생일에 어울리는 영상이 아닌가 싶어서 선물로 올려놓습니다.


인생이란 오케스트라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답니다.
꼭 한 가지일 필요도 없고, 꼭 그것만 고집할 필요도 없지만 느긋하게, 그리고 길게 지속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 긴 호흡속에서 가끔은 디저트로 다른 것에 한 눈을 팔기도 하고, 아니 이것봐라, 이것이 더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이네 그런 경우 과감하게 길을 바꾸기도 하고 병행하기도 하고, 이런 재미를 누리면서
함께 갈 인생의 동행을 만나는 것 멋진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