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플린트 - The People Vs. Larry Flynt]
감독 밀로스 포먼 / 출연 우디 해럴슨, 커트니 러브, 에드워드 노튼 / 1996년 콜롬비아작
밀로스 포먼 감독은 그의 고향 체코슬로바키아가 한동안 공산주의 체제의 획일적인 사상적 주입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만행을 가장 경멸하지 않았을까...고 생각됩니다.
미국으로 망명온 그에게 가장 감격스러웠던 것은 아마도 무슨 말이건 표현이건 일단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었다는데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미국만의 독선적인 사상의 간섭은, 오히려 또 하나의 장애가 됐을지 모릅니다.
그의 필모그라피 면면에 흐르는 자유를 향한 뜨거운 갈구는,
"뻐꾸기 둥지를 날아간 새"에서 정신병동에 갇힌 사람조차도, 비록 미쳤지만 자기 생각을 평등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헤어"에서는 사회적으로 아무런 쓸모도 없어 보이는 잉여인간일지언정 그들만의 순수한 사랑과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외쳤으며,
"아마데우스"에서의 모짜르트는 기존의 탄탄한 예술계의 전통에 반하는 한이 있더라도 음악은, 예술작품은 그 자체로 공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항변했고,
이 작품, "사람들 대 래리 플린트"에서는 포르노라는 하위문화를 향유하는 저질 인간이라도 나름의 존중받아야 할 사회구성원들임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래리 플린트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수많은 포르노 잡지들 중에서 가장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서 포르노라는 하위 문화의 표현 수위를 가장 넓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허슬러 - Hustler"의 편집자이자 발행인이자 관련 기업 그룹의 총수입니다.
극중 래리 플린트의 주장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상식적이며 당연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살인은 불법이지만 그 현장을 사진으로 찍으면 뉴스위크지의 표지도 되고 심지어 퓰리쳐상까지 받는다. 섹스는 합법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좋아한다. 그러나 그걸 사진으로 찍어 잡지에 실으면 감옥에 가야한다. 수많은 살인을 인간성이란 이름으로 자행하는 전쟁과 섹스, 어느쪽이 인간에게 더 유해한가..?"
사람들은 누구나 이 질문의 정답과 자신이 그동한 사회적으로 알게 모르게 학습되어온 생각들의 차이에서 조금의 혼란을 느낄 것이며 누구라도 이 둘의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은 없습니다.
미국의 보수 우파는 도덕과 윤리만이 건전하고 강력한 미국을 지탱할 것이라 믿고 래리 플린트를 미워하며 결국 그를 암살하려고까지 했지만 실패하고 맙니다.
이 과정에서 래리 플린트는 현재까지 하반신 마비 상태로 평생을 휠체어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비록 그의 몸은 휠체어에 가두었지만 그의 머리속으로부터 샘솟듯 분출되는 아이디어들과 그의 말은 막을 수 없었고 급기야 미국의 전통적인 보수적 기독교 지도자인 제리 폴웰을 조롱거리로 만드는 풍자기사로 대법원까지 가게 됩니다.
처음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는 제리 풀웰이 고소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하고 대신 상대방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한 혐의에 유죄를 선고하지만 마지막 대법원에서는 미국의 수정 헌법 제 1조의 핵심적 해석에 의해 래리 플린트의 손을 들어주고 말게 됩니다.
벌금 1만달러 형을 선고받자 야하고 늘씬한 미녀들을 동원해 쓰레기 봉투에 담아온 1달러짜리 1만장을 법정 바닥에 뿌리며 "벌금냈어~!!" 당차게 선언하는 자유인.
대법원 항소때 기자들 앞에서 "나같은 쓰레기 3등 시민의 자유를 보호받는다면 당연히 당신들같은 1등, 2등 시민들의 자유는 저절로 쟁취되는 것이다." 떳떳하게 선언하는 자유인.
영화속 래리 플린트는 그렇게 유머와 인간성과 자유를 향한 열망을 갖춘 보통사람으로 그려지고 그것이 때로 속물처럼 망가지고 싶은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은근한 욕망에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또한 영화는 우디 해럴슨의 열연과 에드워드 노튼의 성숙한 연기 또한 밀로스 포먼의 짜임새있고 노련한 연출과 만나 더욱 상승 효과를 일으켜 안정적이고 정교한 드라마의 힘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커트니 러브, 많은 사람들이 이 여자의 열연에 대해, 이 영화에서의 이미지에 대해 찬사를 쏟아냈지만 전 이 여자가 싫습니다.
노래도 싫도... 그저 싫은데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드라마의 힘과 영화 표현하고자 하는 자유를 향한 갈망과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를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다 좋습니다.
PS. 이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전 포르노 산업에는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포르노는 심각한 정신적 질병을 항상 동반하며 마약중독이나 컴퓨터중독보다 훨씬 치명적인 중독 현상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포르노물에 노출된 후유증으로 가장 심각한 것은 언제나 폭력을 동반한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한 인간의 자유에 대해 근원적인 사회성과 인간관계에까지 치열하게 파고든 영화적 속성을 높이 삽니다.
그리고, 나와 반대되는 개념의 자유가 불편하다면 권력으로, 완력으로 짓밟는 것 또한 반대합니다.
끈질기게 대화하고, 정당한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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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다면, 불편할 영화 - 래리 플린트
회색인 |
조회수 : 1,569 |
추천수 : 142
작성일 : 2010-07-07 01: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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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캐드펠
'10.7.7 3:18 AM회색인님의 영화 이야기 정말 오랫만이어요
소개해주신 영화는 못봤지만 아래의 PS.는 전적으로 공감하는 의견입니다^^~2. 금붕어
'10.7.7 9:27 AM오우 저랑 비슷한 리뷰네요.저도 이영화를 케이블에서 예전에 봤는데 잊혀지지가 않더군요.
다만, 한 인간의 자유에 대해 근원적인 사회성과 인간관계에까지 치열하게 파고든 영화적 속성을 높이 삽니다.
그리고, 나와 반대되는 개념의 자유가 불편하다면 권력으로, 완력으로 짓밟는 것 또한 반대합니다.
끈질기게 대화하고, 정당한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저도 이렇게 생각하면서 봤거든요
영화소재가 포르노와 관련된 사업이 나오다보니 거부감이 일었던것도 사실이지만
그 영화는 포르노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던 건 아니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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