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한다고 하지만 제겐 요새가 바로 그런 시기로군요.
쪽지로 보내주신 캐드펠님의 레서피가 잘못하면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거든요)
처음에는 그냥 블로그안에 옮겨놓았지만 그렇게 하면 찿기 어려울 것 같아서
요리 레서피란 카테고리를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러 가야 하는 바쁜 아침인데도
어쩐지 지금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카테고리를 만들어놓고 흐뭇한 마음으로 길을 나서는데 휴대전화가 울리는 소리, 오랫만에 점심 식사
시간이 가능한가 묻는 히소산님 전화였는데요 다른 날이라면 불가능한 월요일, 마침 내일 시험보는 아이들이
있어서 수유너머에 못 가게 된 바람에 점심 약속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와 맛있는 점심, 그리고 즐거운 대화도 다 좋았지만 단품 요리로 소개할 만한 요리 있으면 알려달라고
해서 책표지에 가득 적어왔는데요
미루어두면 아무래도 흐지부지 될 것 같아서 또 정리를 해놓게 되네요.

누군가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라도 다른 누군가에겐 정말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겠지요?
그것을 혼자서 끙끙대면 거기서 한 발 나가기 어렵지만 어렵다, 못한다는 것을 정직하게 알리고
도움을 구하면 생각지도 못한 도움이 온다는 것을 배운 것, 그 덕분에 새로운 인연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이런 것이 사는 일을 생기있게 만든다는 것. 그것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 즐겁습니다.

목요일 수업중에 현악기 이야기가 오고 가고, 토요일 전화할 일이 있었을 때 목요일 멤버중의 한 명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그리고 약간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합니다.
선생님, 이것은 비밀인데요, 사실 저 광화문에서 첼로 구했어요. 그리고 수요일날 레슨 받기로 했답니다.
아,첼로 !!
사실 첼로는 제 로망이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시작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작한 사람이 생겼더군요.
축하한다고 마음을 다 담아서 인사를 했습니다.

몇 년 지나서 함께 연주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통화를 마무리하면서 느꼈던 묘한 감동이
지금도 기억나네요. 음식과 음악,두 가지 서로 다르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배합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네요.
아침 레슨 시간에 피아노 곡을 여러 곡 골라서 이 중에서 연주하기에 좋은 곡을 골라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어디에 쓸 것인가 궁금해하시길래
목요일 모임의 책이 끝나는 날, 어떤 집에 모여서 가능한 사람들끼리 연주도 하고
함께 놀 거라고 하니까 정말 놀라시더군요. 그녀가 곡을 골라주면서 이 곡을 피아노로 치면서
바이올린과 합주를 하면 좋은데 하시더라고요.
언젠가 그런 날이 올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