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창문사이로 드는 아침빛에
잠이 깨었습니다.
창밖을 내어다보니~
비는 내리지 않치만 흐린 날씨에
안개가 자욱합니다.
오늘은 거제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외도와 바람의언덕, 신선대등을 보기로 하고
부지런히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먹고는~
갈곶리 선착장으로 내달아 갔는 데.....
안개가 너무 심해 아직 배가 뜰 수가 없답니다.ㅠㅠ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선착장 주변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 몰카 몇장 찍고 있는 데 아무래도 안개가 걷힐 기미가 보이질 않네요~ㅠㅠ
그래서 멀리 보이는 바람의 언덕을 먼저 갔다 오기로 했지요
나무계단을 조금 올라가니~ 탄성이 절로 나는 시원스런 풍광이 눈앞에 펼쳐 집니다.
이름 그대로...비가 오려는 흐린 날씨의 후덕지근함을 그냥 날려 버리는
바람이 시원스레 불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풍차가 있는 곳까지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그 풍차가 있는 곳까지 올라서면 툭 트인 바다가 환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여기 저기 배경으로 부지런히 가족사진을 찍고
뚤레 뚤레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지요^^
그 너른 풀밭에서 분위기 메이커인 울 큰아들이
엄마 사진찍으라고 동생하고 공중부양 퍼포먼스를 하면서
이 엄마를 즐겁게 하네요~~~ㅎㅎㅎ
동생과 제 처와 함께 어렸을 적 장난기를 발휘하며
깔깔거리며 한참을 놀다가 내려 오는 데....
멋진 화장실이 눈에 띕니다. 올라 갈때 못 봤는 데....멋지죠?
오랜(?) 시간을 바람의 언덕에서 재밌게 놀다 내려 왔는 데도
안개는 걷힐 생각도 없이~~ 걍 외도행을 포기해야 했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신선대도 바라볼 풍광이 온통 안개에 묻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ㅠㅠ
가느다란 실비가 내리는 해안길을 따라 달리면서
촉촉한 해무에 젖은 학동몽돌해수욕장을 지나 구조라 해변에 당도했습니다.
여름휴가가 이른 해변은 고즈녁하니 바라만 보아도 좋았습니다.
역시 울 큰아들 제 처랑 해변가 사진의 모델이 되어 주네요~~ㅎㅎ
사징기 파인더 들다보며~ 울 아들며느리 둘이 꼭 잡은 손처럼만 행복하길 빌었답니다.
점심을 먹기위해 도착한 곳은 장승포의 유명난 항만식당입니다.
가격이 만만챦다 싶었는 데...그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고 맛있었습니다.
특으로 된 3인분을 시키면 다섯이 먹기가 아주 넉넉합니다.
꽃게, 소라, 미덕덕, 낙지, 조개등등 푸짐한 해물이 들어 가서 국물도 시원하니~
하긴 그 많은 해물이 수영(?)을 했는 데 국물맛 안 좋을 수가 있나요?
가족들 모두 손씻고 대들어서 남김없이 해물들과 맞짱 한번 유감없이 떠 주었답니다.ㅋㅋ
푸짐하니 점심을 먹고 찾아든 곳은 거제포로수용소입니다.
흐린 날씨에 유적공원의 분위기와 함께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내 세대에서는 겪지 않은 전쟁의 비참함이 그대로 묻어 있는 곳이더군요^^
포로수용소의 실상을 그대로 재현한 디오라마관을 관람하고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말아야겠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나선 여행길에서 만난
포로들의 역사적 비극은 더욱 더 가슴을 아프게 하더라구요~ㅜㅡ
국가와 민족과 그리고 가족...의미있는 여러 생각들이 교차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거제포로수용소 관람까지 마치고 숙소로 돌아 오는 길~
큰비는 아니어도 실비가 차창밖으로 조용히 내리더군요....
이날 저녁은 숙소의 사장님께 생선회를 부탁을 드려서 느긋한 마음으로 돌아왔지요....
숙소에는 옆방에 어제 단체팀이 들어 시끌벅적하더만
모두가 떠나고 우리 가족만 남아 실비내리는 조용한 밤을 맞이 했습니다.
날씨가 좋치않아 유명난 외도니 소매물도를 갈 수 없어 섭섭했지만
낯선 집으로 시집와서 처음으로 시댁식구들과 함께 여행을 한 며느리가
"어머님, 내년에 또 와요" 그러는 걸 보니 그래도 꽤나 즐거웠던 모양입니다.
짐짓 어색해하며 힘들어 할까봐 걱정을 했는 데.....
다락방 지붕을 두드리며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잠을 청하면서....
여자로 태어나 사랑하는 한 남자를 만나 두 아들을 낳고 키우며~
힘든 일도 많고 속상했던 일도 없지 않았지만...자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 어느 것에 비할 수 없는 이처럼 뿌듯한 행복감을 준다는 것에....
또 다시 입속을 맴도는 소리는
그래...인생사~~행복이 별거더냐...였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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