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역사모임 끝나고 점심 먹는 중에 노니님에게서 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지하철 학동역 1번 출구에서 조금 가다보면 R갤러리가 있는데 그 곳에서 뒤샹 오마쥬로 열리고 있는
전시가 있다고요. 어떻게 가면 빠른가 서로 의논하다가 강남역에서 택시타고 가는 것이 빠르겠다는 말에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고 가다가 그래도 서운하니 교보문고에 가서 살짝 책구경 하다가 가야지
그런 마음으로 들른 서점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 책 저 책 구경하다 보니 이미 전시장 문 닫을 시간이
넘어버렸네요. 아뿔싸,그래도 서점 안에서 다양한 시대, 나라, 분야, 저자를 만나고 귀한 영상물도 구했으니
전시장 못 간 대신 좋은 시간이었지 그렇게 위안을 삼고 그 곳을 나왔습니다.

새로 구한 책 다섯 권 중에서 먼저 읽고 싶은 책을 챙기고 그 대신 아침에 들고 나간 역사책, 그리고 오며
가며 읽으려고 했던 책까지 배송부에 가서 택배를 부탁했더니 그래도 가방이 무겁지 않아서 카메라를 꺼내고
강남역까지 가는 길을 찍어보려고 마음을 먹었지요. 아침의 얼굴과 해가 뉘엿 뉘엿 지는 시간의 강남역의
얼굴이 사뭇 달라서 갑자기 마음이 동했거든요.
무심코 지나다니던 커피 숍 이름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우리 안의 천사라,천사가 메타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름의 커피 숍 위에 걸려 있는 천사의 모습에 시선이 가네요.

슬리퍼까지 벗고 올라 앉아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고 있는 그녀, 무엇을 읽는 것일까 궁금해서 살짝 다가가보니
퍼즐을 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뒤에서 볼 때의 진지함과 달라서 피식 웃고 말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서
몰래 셔터를 누르게 되더군요.

저절로 빙수를 먹고 싶다고 느끼게 만들더군요. 그런데 혼자서 빙수 한 그릇을 다 비우는 것은 아무래도
양이 너무 많아서 그저 쳐다만 보았습니다 .동네에서는 도넛 가게에서 컵 빙수를 팔아서 빙수 킬러인
저는 이번 여름 덕분에 오다 가다 입이 즐거운 시간을 누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교보문고에서 강남역까지 그 짧은 거리에 참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네요.
우선 월드컵을 겨냥한 응원전에 동원할 물품을 파는 노점상이 많았습니다. 축구중계를 보지 않고 사람들의
함성 소리로 그리고 신문으로 소식을 접하는 제겐 강남역에서의 이런 장면이 현장감을 주는 시간이었지요.


역사수업하러 갈 때마다 이 상점앞을 지나다녔지만 그 때는 수업시간에 맞추어 가느라 바빠서 카메라를 꺼낼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그런데 마침 오늘은 음악회가 없는 금요일, 덕분에 어슬렁 거리면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인파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려서 원하는 프레임을 만드느라 ) 이런 저런 각도로 사진을 찍어
볼 수 있었습니다.


유리창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공연히 흐뭇해지면서 그녀 혹은 그를 찍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가 아니라 그녀가 주로 책을 읽고 있네요. 이것은 세계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한국만의 현상인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이런 장면을 많이 보아서일까요? 집에 들어오니 아들이 하는 말, 엄마 아무래도
내일 고양 종합 운동장에 가서 경기 보아야 할 것 같애 ,에 선뜻 그래라,라고 대답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