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새벽이나 마찬가지 시간, 8시가 못 되어 집을 나섰습니다.
금요일의 호수공원, 마치지 못한 숙제가 있는 기분이 들어서요. 이른 아침에 나서면 다른 빛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요. 그런데 벌써 햇살이 뜨겁게 느껴지고, 몸은 아직 깨지 않아서 힘이 없고
사람이 평소에 하지 않는 일을 무리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에너지가 나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제대로 찍힌 사진이 드물어서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이 시간의 나들이가 값지게 느껴지는 광경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이 두사람이 할머니와 손주라고 생각을 했지요. 참 자상하게 손주가 할머니를 챙기는구나
이야기도 잘 걸고 할머니의 걸음에 속도를 맞추기도 하고 자리를 정하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요.
사진기를 조절한 다음 제게 한 장 찍어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처음 찍어보는 터치폰이라 조금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찍은 다음 물었습니다. 할머니, 손주랑 함께 나오신 모양이네요. 참 보기 좋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 왈 손주가 아니라 손주사위라고 하네요.

그래요? 놀라서 다시 바라보게 되네요. 저도 한 번 찍어도 될까요?
할머니는 망서리는 기색이었지만 손주사위는 웃으면서 포즈를 취해주더군요.

그 자리에서 헤어진 다음 한참 가다가 다시 보았습니다. 두 사람을
이런 광경이 마음속에 불러들인 아름다운 바람이 된 아침이었습니다.
딸의 시부모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부부를 알게 되었던 때의 신선함도 생각나네요.
한 두번도 아니고 한달이나 두 달에 한 번 정도 국내 ,국외를 막론하고 여행을 다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앗 소리가 나는 경험을 했지요.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을 깨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는 아름다운
충격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네요.


이미 사진에서 마음이 떠나 비어있는 벤취에 앉아서 들고 간 책을 한참 읽다가 나오던 길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수련이 핀 곳을 찾아갔습니다. 사진기를 들고 온 사람들, 이미 삼각대를 세우고
심각하게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일요일 아침 카메라 들고 나간 일은 생각보다 성과가 적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광경에 눈도 마음도
퉁풍이 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