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을 가장 즐겁게 받아보는 날이 바로 토요일입니다.
읽고 싶은 기사가 많아서 커피 한 잔 들고는 마루에 음악을 골라서 걸어놓고 편한 자세로 꼼꼼하게 기사를
골라서 읽다보면 메모할 거리들도 많이 쌓이는 날이기도 하고요.
연재중인 고전 오딧세이, 오늘은 그리스 최초의 서정시인이라는 아르킬로코스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다른 서사시가 전쟁영웅을 칭송하고 그들의 방패에 대해 애착을 느끼는 것에 비해 아르킬로코스는 방패는
새로 만들면 되는 것,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노래한 점을 소개하고 있더군요. 마침 시의성이 있어서
그런지 그 울림이 더 와 닿는 아침이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용으로 분류되지만 늘 즐겁게 읽는 김태권의 에라스뮈스와 친구들도 있지요.
십자군 전쟁으로 우리에게 첫 선을 보인 그는 상당한 독서력과 만화 실력으로 새로운 저자로 다가온 사람입니다.
왜 십자군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않는 것일꼬? 혼자서 의문을 갖고 있는 중인데요 그 사이에 르네상스 피렌체편
그리고 중국 한나라 이야기를 만화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그는 에라스뮈스의 한 구절 라틴어를 풀어서
소개하는군요. 전쟁은 달콤하다 ,겪어 보지 않은 자에게나 (dulce bellum inexpertis )제게 온 변화는 라틴어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서 이 글을 원어로도 읽어보고 소리내어 보기도 하고, 아 이 단어가 영어로는 이렇게 변화한
것이로구나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그저 번역어만 읽었거든요 .
고병권샘의 라틴어 인용, 그리고 일본어 시간에 조조님이 자꾸 라틴어 공부하고 싶다고 노래 부른 점
두 가지가 저를 자극한 모양이네요. 저절로 스며들어서 그런 변화를 이루다니 역시 사람은 누가 옆에 있는가에
따라서 이런 변화가 가능하구나 신기하네요.

삶의 창이란 제목으로 가끔 글을 기고하는 서울 셀렉션 기획 실장 박어진님의 글도 주목해서 읽곤 하는데요
오늘은 소피아 하우스라고 북촌에 게스트 하우스를 열고 있는 두 모녀의 이야기를 소개했네요.
외국인만이 아니라 지방에서 북촌 한옥을 아이들에게 체험하게 해주려는 부모들의 예약도 밀려든다고요
그래? 갑자기 그 곳이 궁금해집니다. 보람이의 외국 친구들이 오면 소개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메모를
해 놓았습니다.

토요일 신문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책소개인데요
오늘 주목해서 메모한 책에는 시집이 한 권 들어 있습니다.
내 인생의 책이란 제목으로 소개되는 책중에서 끝과 시작,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1923- )
197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덕분에 한국에도 시가 소개된 모양인데요, 그녀의 시에서 발견하는 구절들을
시인 진은영의 소개에 따라 읽다가 갑자기 이 시를 구해서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좋은 책 소개란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세계로 우리를 왈칵 끌어당기는 글이로군요.

선조들이 그린 우리 산하 거닐어볼까란 말로 소개된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
시대를 껴안은 당대의 작곡가들이란 말로 소개된 클래식 시대를 듣다, 지금 이 곳에서 행복하기
책읽는 청춘에게 (딸에게 소개하고 싶은 글) 자크 아탈리의 살아남기 위하여
대여점에 부탁해서 읽어보고 싶은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이렇게 꼼꼼하게 신문을 읽는 유일한 날이 바로 토요일 오전, 에밀 길레스의 피아노 연주로 듣던 베토벤과
빌려온 음반 웅산의 두 번째 노래가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토요일 오전의 풍성한 시간이 끝나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