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수업 끝나고 목동으로 가는 자전거님 차에 동승해서 주엽역에 나갔습니다.
평일에는 가능하면 낮 시간 집에서 에너지를 축적하면서 음악도 듣고, 잠도 자고,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한 다음 오후에 말끔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수업하려고 하는 편인데 오늘은 아무래도
어제 수업의 영향일까요? 요리에 필요하지만 집안에 없는 도구들을 사러 갔습니다.
역시 못하는 사람들은 연장탓을 하는 셈인가요?
이왕 그 곳까지 가니 요즘 일산 그랜드 시네마에선 무슨 영화를 하나, 역시 사람은 버릇을 고치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일단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는가 없는가 확인을 하고 없으면 그릇 가게에서 바로 집으로
혹시 있으면? 그 다음 생각을 해 볼 일이라고 마음을 정하고 가 보니 브라더스가 올라와 있습니다.
짐 쉐리단 감독 나의 왼발과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감독한 사람이 만든 영화네요.
그렇다면 당연히 보아도 된다는 생각에 일단 마음속으로 접수를 한 다음 ,아직 시간 여유도 있어서
그릇 가게에서 찬찬히 필요한 물건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고르다 보니 손으로 들고갈 수준의 무게가 아니네요.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갑자기 머리가 잘 돌아갑니다. 이것 택배로 배달이 되나요?
같은 동네라서 가게가 끝나면 아파트로 직접 배달해주겠다고 합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아무런 계획없이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영화를 보는 일은 흔하지 않은 경험이라서
신선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날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자 2007년에 해외로 파견가는 군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그 해에 무슨 전쟁이 ?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알고보니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네요.
아프가니스탄, 진실의 순간에서 만난 그 곳을 영화관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물론 다른 맥락으로지만요.
영화의 시작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가족들입니다.
브라더스라는 제목이 시사하듯이 역시 이 영화의 갈등구조는 두 형제의 이야기이겠지요?
동생과 주인공의 아내입니다. 어라,저 여주인공하고 반갑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네요.
전쟁이 개입된 이야기, 후일담의 이야기가 되는 경우 힘을 갖고 있는 나라의 시작에서 그려진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 전쟁뿐만 아니라 사후에 까지 제대로 그 내막을 바라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한 편,또 한 편은 거대담론이 아니라해도 그 안에서 전쟁을 겪은 개인은 이전의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 하는 점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과 본 이후,스틸 사진을 보는 일은 사뭇 다른 경험이란 것, 음악회에 가기 전과 다녀 온 후에
같은 음악을 들어도 다르다는 것, 혼자서 읽을 때 낑낑거리면서 읽던 책이 한 번의 강독 모임에 다녀온 후
다시 보면 갑자기 눈에서 비늘이 벗겨지는 것 같은 경험을 하는 것, 레서피만으로 낑낑대다가 직접 요리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면 갑자기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카메라 작동법이
마치 외국어처럼 느껴져서 고개 갸웃거리다 포기했지만 꼭 집은 해설 한 번으로도 이미 설명서가 조금은
보이기 시작하는 경험, ,이런 식의 이야기가 숱하게 마음에 와닿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
이 영화를 소개하다 보니 극장에서 상영할 때는 때를 놓치고 느지막히 디브이디로 빌려본 영화가 생각납니다.
이 영화에도 역시 두 형제가 나옵니다. 조금 더 깊숙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인데요 캔 로치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영화라서요.
영화 검색을 하다 보니 아직 못 본 캔 로치 감독의 영화가 보이는군요.
다음에 비디오 가게에 가는 날, 이 영화가 있는지 알아보아야겠군요. 영화란 역시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제 맛이지만 늘 그렇게 할 수 없으니 그것이 문제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