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수유+너머에 가면 늘 새로운 일이 생깁니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미처 모르지만
이야기하다보면 새로운 동아리가 생겨나거나 새로운 모임이 생겨나거나 ,아니면 새로운 음악과 만나거나
이런 식이 되기 때문에 늘 설레는 마음으로 나서는 월요일이지요.
마치 보따리 장수처럼 이고 지고는 아니어도 메고 들고 떠나는 길 (두 수업에 참석하다 보니 책도 여러 권
그리고 함께 나누고 싶은 음반이나 책, 디브이디등을 챙기다보니 ) 우연한 마주침을 자주 경험하다 보니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기분이라고 할까요?
저녁을 먹다가 해방촌 찍사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해방촌을 카메라에 담아서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는 모임인데 일요일에 출사가 있다고 나올 수 있는가 하고요.
사실 제겐 월요일 이외에 해방촌에 가는 일은 무리라서 당연히 못 갑니다.
그런데 저녁먹고 박정수샘이랑 베드민턴을 치다가 바람이 불어서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라고 판단한 뒤
다른 때라면 에티카 사전 모임 (하도 책이 어려워서 사전에 모여서 함께 내용을 공부하는 모임이 만들어졌거든요)
에 들어가야 마땅하지만 이상하게 카메라를 들고 해방촌을 걸어다녀보고 싶어집니다.

거리로 나서기 전에 루니의 작농반이 키우는 작물을 보러 갔습니다 ,베드민턴 치기 전에 들러서
휴지도 줍고 그 곳에서 물주는 사람들의 작업도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카메라 들고 나가니 마음이
제일 먼저 그 곳으로 달려가네요. 요즘 제 안에 생기고 있는 변화중의 하나가 도심에서 사는 삶을 마지막까지
계속 하는 것이 좋은가,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시도해보는 것이 좋은가 (물론 아들이 독립하고
난 이후의 문제이지만) 로 기우는 것은 작농반의 영향일까. 고개 갸웃하면서 바라보는 조그만 땅에서
지난 주에 와 본 이 곳과 확연히 달라진 장면. 한 주만에 이렇게 성장이 가능하다니 역시 자연은 능산하는
자연인가 !!

거리를 어슬렁거리면서 걷고 있는데 아주 좁은 골목에서 공을 차면서 놀고 있는 두 어린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신기해서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물론 그 때 그린님의 설명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간단하게 맞추어 놓은
씬에 접사 기능으로 그냥 찍게 되네요. 한 번 놓치고 나니 다음에는 그렇다면 기억해서 스포츠 모드로 하고
기억을 해두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딘가 좀 더 있을 것 같아서 돌아다녀보니 좁은 골목에서 야구공으로 놀고 있던 바로 그 아이가
이번에는 축구공을 차고 있네요.

글러브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그 아이가 다가와서 묻습니다.그런데 무엇 하는 사람인가요?
왜 ? 글러브를 찍으니까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더니 카메라를 향해서 환하게 웃으면서 포즈를 취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관심도 없는데 혼자서 낯선 어른에게 대응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재미있어서
한 방 찍고 나서 ,재미있게 놀라고 말하고 돌아서니 금새 공을 차는 자세가 되네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찰칵!!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생명의 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조그만 틈이라도 있으면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식물들, 그것을 그저 잡초라고 이름지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오래 된 지역이라 시멘트를 너무 단단하게 봉하지 않은 덕분에 그렇게 여기 저기 초록이 보이는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아무리 자투리 공간이라도 꽃이나 작물을 심어 놓았는데 오히려 화분보다 작물의 비율이
많아서 일산의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것과는 다른 정서가 환기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녁 수업이 시작되기 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홀로 해방촌 찍사 노릇을 한 날, 거대 풍경은 거의 다
실패했지만 (찍어놓고 들어와서 살펴보니 이것은 못 쓰겠다 싶어서 다 빼버리고 말았는데 그런 풍경을 담는
노하우를 배워야 할 것 같네요 ) 그래도 이런 시도가 좋아서 이제는 해방촌에 공부하러 가서 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늘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