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대화도서관에 갔을 때 만난 책의 제목입니다.

이미 같은 저자가 쓴 클래식 오딧세이를 읽은 적이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빌려온 책인데요
생각했더 것보다 훨씬 더 흥미로워서 파워 오브 아트가 끝나면 다른 멤버들에게 동의를 얻어서
다음에는 이 책을 이라고 저절로 생각하게 된 책이기도 합니다.
제목에서 시사하는 대로 그림과 음악을 접목시켜서 쓴 글인데요,음악이야 전공이니 그렇다해도
그림을 음악에,음악에 그림을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에 감탄을 했습니다.
한 집안에 진회숙,진은숙,진중권 이렇게 한국 예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집이 있다니 신기하다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마침 책안에 17편의 음악을 골라서 녹음한 음악 씨디 한 장도 들어있어서 토요일 아침 틀어놓고
듣고 있는 중인데요,이 책을 재미있다고 휙휙 보기엔 아깝다,그림도 찾아가면서 읽어야지 해놓고는
자꾸 손이 가서 결국 반이상 읽자 과감하게 책을 덮고 그녀가 소개한 여러 음악가와 화가의 조합중에서
참을 수 있는 가벼움,뒤피와 모짜르트를 선택하여 오늘은 라울 뒤피의 그림을 보려고 합니다.

뒤피하면 처음 생각나는 것은 역시 그의 파랑이지요. 요즘처럼 계속 비가 내려서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계절에 그의 색감을 보는 일은 마음을 밝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어딘가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군요.

어제 학교에서 면담이 있었습니다.이미 약속을 잡아놓은 시간,그러나 밖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어서
난감하더군요. 택시를 타고 학교 이름을 말하고는 눈감고 엠피쓰리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데
낯선 곳에서 차를 세우고 다 왔다고 하네요.놀라서 제가 말한 곳은 이 곳이 아니라고 다른 학교라고 하니
운전기사는 자신은 예고라고 들었노라고 주장을 하더군요.그럴리가!
그래도 어찌 할 수 없어서 다시 방향을 돌려 학교까지 가 달라고 부탁을 했지요.늦는다고 연락을 여러번 해도
선생님의 휴대폰은 먹통이고,이왕 늦은 것 초조해해도 소용이 없으니 그냥 편한 마음으로 가자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생각보다 택시요금이 많이 나와서 합의를 했지요.기사님이 잘 못 들은 것,제가 확인을 하지
않은 것 두 사람 다 책임이 있으니 원래 요금보다 많은 추가금액을 둘이서 나누자고요.
그래도 선선히 동의를 해주어서 다행이었지요.만약 아니라고 다 내라고 하면 기분도 상하고
늦은 시간에 억울하기도 하고 그랬을테니까요.

부랴부랴 교무실을 찾아서 들어가니 다른 반 선생님이 여학생과 상담하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영문과가 기피대상이 되었나,너는 영문과 가면 될 성적인데 왜 경영을 고집하느냐고
아이를 설득하고 있는 선생님 목소리에 여학생은 저는 문학은 모른다고 대답을 하더군요.그렇다면
공부를 더 해야지,말로만 경영 ,경영 하면 어떻게 하니?

인사를 하고 저도 자리에 앉아서 아들과 셋이서 말하자면 삼자 면담이란 것을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그동안의 성적을 펴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사실 더 바라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할 정도로 삼학년에 올라와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아이가
이상하게 믿었던 과목인 영어에서 들쭉날쭉한 성적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라 그것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인문학을 하기엔 기본적인 지식이 너무 모자라서 가능하면 학교보다는 경영학쪽으로 학과를 보고
진학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더니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꼭 그렇게 정하지 마시고 학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면 어떤가 권하기도 하더군요.
이렇게 하는 면담이 막상 당일 하루의 시험을 모의고사처럼 치룰 수 없으면 다 사상누각이 되어 버리는
그것이 수능 시험만으로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의 비극이라서 지금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인가
제겐 의문이지만 그래도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라서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지요.


사실 아들의 성적이 오른 것은 거의 소설같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그래서 더 바라서는 곤란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시간을 조금만 더 잘 쓴다면,조금만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나서 공부를 한다면
이런 식으로 저혼자 자꾸 조급한 마음에 고민을 하게 되네요.
그러니 사람이 적절한 선에서 마음을 꽉 붙들어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올 한 해 실감을 하고 있습니다.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니 생각을 내려놓고 음악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돌리니
갑자기 소리가 가슴안으로 확 들어오는 기분이로군요.

이 그림을 보고 있자니 요즘 방영중인 일본 드라마중에서 우주 비행사를 목표로 하는 고등학생들의 꿈을 그리는
트윈 스피카가 생각나는군요.
그런 학교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인지는 모르지만
쏘아올릴 자신만의 로켓을 찾아가고,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좌절하면서도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청춘이라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간,우리들의 아이들에게도 그런 청춘이 펼쳐지길 하는 마음으로
이 그림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게 되네요.

책에서 저자는 뤼피가 그린 드뷔시,바흐,그리고 모짜르트에의 예찬중에서 모짜르트 그림에서만 파랑을
쓴 것에 주목하고 자신도 역시 모짜르트하면 파랑이 생각난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의 그림을 찾기 시작할 때는 이 세 작품을 찾아서 함께 보고 싶었는데 싸이버상에 올릴 수 있는
그림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대신 뤼피는 어떤 그림으로 세 작곡가를 예찬했을까
각자 상상하는 것도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