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빗속을 뚫고 (사실 나가기 전 고민이 많았습니다.정독도서관까지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아침에 일어나서 몸도 부실한 기분이고,비가 오는 날은 공연히 밖에 나가기 마음도 겹쳐서) 영화모임에
갔습니다,
걱정한 대로 처음 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지만 조금 지나서 영화모임의 리더 오목눈이님을 만나서
둘이서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이번 영화는 마더,그리고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돌로레스 클레이본,안토니아스 라인,바람난 가족
가족의 탄생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미리 보기로 했었고 영화이론서에서는 영상표현의 기본과 스타일을
읽고 실제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이 되는가를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겨우 둘이서,그렇게 재미없는 모임을 이렇게 생각했다면 물론 이런 글을 쓰지도 않겠지요?
모임의 장인 그녀는 실제로 프랑스에서 영화공부하고 현장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서
우리들이 못 보고 지나가는 장면들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덕분에 화요일 공짜로 영화강의를 제대로 들은 기분이 든 날이었습니다.
마더도 그렇지만 제겐 바로 전 날 본 가족의 탄생에서의 카메라가 인상적이어서 그 작품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영화속을 빠져나와 서로의 인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기 전 아직 덜 읽은 책 그녀에게 말하다에서 인터뷰하는 문소리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오아시스와 박하사탕에서 만난 문소리,가족의 탄생에서는 처음에는 문소리인지도 모르고 보았던 주인공 미라
바람난 가족의 문소리,이렇게 다양한 얼굴의 문소리에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지니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소리까지 만나고 나니 그녀가 궁금해지네요.

아니 궁금해진다기 보다 배우로서 여러 가지 얼굴을 보이면서 계속 커가기를 지켜보고 싶다고 하는 것이
더 제대로 말하는 것이겠지요?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도 아니 무슨 가족이 탄생한다는 것이지,이상하다 고개 갸웃거리며 보다가
마지막에 채현이가 집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나온 그녀의 엄마 두 사람이 나와서 경석이에게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는 장면,그리고 집안에서의 장면을 보고서야 아하 하고 영화제목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어도 그들은 이미 가족이 되어서 살고 있었던 것인데요,그것이 그냥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바람난 가족에서 만난 문소리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나와서 흥미로웠습니다.
영화로서는 가족의 탄생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훨씬 좋았지만 영화배우로서는 바람난 가족에서의 그녀가
재미있는 캐릭터로 느껴졌습니다.그리고 몸이 유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대사처리에서의 시큰둥하거나
가끔 씨니컬한 대사,이런 처리가 재미있더군요.
다른 영화에선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오랫만에 호로비츠가 연주하는 스카를랏티를 틀어놓고 문소리에 대해서 아침부터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그녀에 대해서 며칠간 생각한 것이 흘러넘쳐 그것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이 되었다는 것인데,그런 느낌을 주는 여배우라,참 드문 경험이라서 신기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