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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 조회수 : 1,880 | 추천수 : 80
작성일 : 2009-07-18 11:30:33

Green Day - 21 Guns


이 영화의 전편은 아무 생각없이 봤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이라기 보다는 삶에 치이다 보니 영화든 뭐든 문화생활에는 조금의 여유도 없었던 그 당시, 영화판에 어떤 영화들이 인기가 있고 주목을 받는지 등등 전혀 모른 상태에서 무작정 찾아간 영화관에서 그냥 시간이 맞아서 본 게 바로 전편의 트랜스포머였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나는 정도입니다.

사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 정도의 명료하고 권선징악적인 단순 스토리에 황당스럽기 그지없는 마법같은 상황들이 판을 치는 내용이라면 더도말고 딱 틴에이저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이번의 2편에서는 좀 더 정신없고 시끄러운 상황들이 더욱 배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동안 말로만 들어오던, 조그만 TV화면이나 컴퓨터 모니터로만 보아오던 미국군의 첨단 무기들이 커다란 스크린에 고삐풀린 망아지 마냥 너도나도 등장해서 마구 활개치며 뛰어다니는 것과 함께 변신하는 로보트들의 종횡무진 활약상과 하드코어하기 까지한 모던록 음악들과 섹시한 메간 폭스까지...

조금 더 자세하게 표현하자면 "10대 남자애들" 영화군요.

음악은 Linkin Park와 Green Day, Goo Goo Dalls 등 요즘 아이들이 열광하는 록 그룹들의 노래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어 말 그대로 한아름 가득한 선물꾸러미, 혹은 파티같은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저기 위(↑)에 링크된 음악은 Green Day의 "21 Guns"로 이 영화에 나온 음악들 중에 가장 안정감있고 조용한 편에 속하며 메간 폭스가 연기한 히로인의 테마곡이기도 합니다.
영화 자체가 이런 록 음악과 배경음악, 로보트들의 소리, 등장 인물들의 커다란 목소리에 디셉티콘 로보트들과의 전쟁 상황에서 나는 무기들의 소음까지... 영화를 다 보고나면 다른 느낌보다 그냥 "시끄럽다"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남는군요.

이 영화에서 제가 한가지 조금 주의 깊게 생각해봤던 것은 그동안 미국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그네들의 정서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고나면 생각도 잘 안나는 이 영화를 굳이 극장에 가서, 그것도 큼지막한 아이맥스 화면으로 본 이유는 예고편에서 봤던 미 해군의 항모전단이 디셉티콘의 습격을 받아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이 바다속으로 침몰하는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헐리웃에서 영화가 만들어진 100여년의 역사 동안 그 어떤 영화에서도 미국의 항공 모함처럼 국가 이데올로기의 힘의 상징이 처참하게 몰락하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미국이 대외적으로, 상징적 의미로 내세우는 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같은 마천루, 그리고 성조기와 시민 개개인의 자유수호 의지 같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그것들을 지탱하는 힘으로 상징되는 가치는 바로 전 세계 해군력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막강한 그들의 해군력이고 그 해군력의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미국의 힘을 떠받치는 항공모함은 비록 영화라 할지라도 결코 침몰하거나 부서져서는 안되는 절대가치이기도 한 법입니다.
그런데, 그 미국을 떠받치고 있는 힘의 상징이 침몰한 사건이 바로 2009년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인 것인데 이는 21세기 들어 미국인들의 보편적 정서상에 커다란 변화가 있음을 암시하는 사건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그 변화에는 지난 2001년에 일어났던 9.11테러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은 미국 밖에서 그들을 보는 우리와는 달리 그들 스스로는 상상도 안될만큼 커다란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그 사건 이후 10년도 안된 시점에서 미 해군의 항모전단이 외계의 기습을 받아 항공모함이 침몰하는 장면이 헐리웃에서 제작되었다는 건 이제 그들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지탱하는 사고의 패러다임이 사회도처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변화들이 얼마나 어덯게 변할지는 앞으로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부시의 미국보다는 훨씬 착해진 미국을 기대하는 세계의 관심처럼 그들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수호하고 이해하는 시민들의 정서 또한 조금은 더 겸손하고 착해지기를 기대하는 관심에 부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10대 남자애들이 좋아할만한 장면으로는,

블랙 호크와 롱보우 아파치 헬기들의 공지 합동 장면들과, 바다속으로 침몰하는 니미츠급 핵추진 항모 루즈벨트 함(USS Theodore Roosevelt, CVN 71)과 C-17 전략수송기들의 편대 비행, F-22 랩터 전투기들의 편대비행, F/A-18E/F 수퍼호넷의 출격장면, 미 해병대의 M1A1전차, AH-1Z Viper 공격헬기, 그리고 어지간해선 일반에 잘 공개가 되지 않는 B-1폭격기의 폭격장면, F-16전투기들의 편대비행 장면들까지...
개인적으로 F-16의 자태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고 있던 터라 이 시점에서 사진한장 안걸어둘 수가 없겠네요.


* 네덜란드 공군, F-16
(이 사진은 네덜란드 공군의 시범용 기체라 오렌지 색인데, 물론 이런 색깔로 영화에 등장하는건 아닙니다.)

부근에서 디셉티콘과의 전투를 지원하는 함정들 중에서는 니미츠급 항모 USS John C. Stennis(CVN 74)와 구축함 키드가 등장하는데 약간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대사를 워낙 빨리 말하는 통에 제대로 알아듣진 못했고 자막에 키드라고 나왔는데, 구축함 키드는 예전에 이란이었나 이라크였나가 미국에 주문했다가 외교적으로 틀어지는 바람에 팔지 못했다가 몇 년 전에 대만에 팔린 스푸르언스급 베이스의 과도기적 방공구축함입니다.
그런데 영화에 등장한 함정은 최신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방공구축함이더군요...;;;

원래 키드는 미국의 초기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방공구축함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걸로 기억되는데 하여간 거기서 레일건을 발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부분에서 번역가 홍주희씨가 여기저기 웹상에서 많은 영화팬들의 비난을 듣고 있는데요, 이는 번역상의 치명적인 오류 때문입니다.

"레일건"은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 전자기장 무기체계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선 "강철미사일"로 번역이 되었더군요.
현재까지의 연구성과에 의하면 강력한 전자기장 효과로 탄두를 발사하는 체계의 무기라 포탑의 설계방식에 따라 탄두 종류도 정해지겠지만 탄두가 "강철"이 되기엔 상당한 무리가 따릅니다.

레일건은 그냥 레일건으로 불러야지 그걸 억지로 한국말로 바꾸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그럼 TV는 그림상자, 아이스크림은 얼음뽀숭이라고 왜 번역을 하지 않았는지...;;;

또 한가지는 오토봇들과 공동작전을 하는 미국 합참 소속의 특수부대가 필름 원자막에도 엄연히 "NEST Team"이라고 나오는데 그걸 또 굳이 "트랜스포머 작전팀"이라고 지나친 친절을 발휘하기까지...

또한 영화에는 GM대우의 마티즈의 후속 모델 "스파크"도 등장하고 LG의 몇가지 첨단 핸드폰도 등장합니다.
스파크는 이름처럼 매우 샤프한 이미지의 경차로 등장하는데요, 현재까지의 유선형의 귀여운 모습보다 좀 성숙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LG핸드폰은 샤인폰과 루머폰, 그리고 버사폰까지 모두 3가지 등장하는데 디자인이 아주 멋지군요.

하여간, 이 영화는 스토리도 단순 명료한데다가 도무지 생각거리도, 고민거리도 없으며 주인공은 영웅처럼 활약하고 부상으로 아름다운 여성의 사랑도 쟁취되는 전형적인 "10대 남자애들" 영화로 자기역할에는 매우 충실할 뿐만아니라 보여주는 서비스 또한 대단히 수준급인 영화입니다.

미국의 군수산업 홍보영화같은 생각은 들지만, 어쨌거나 이 영화가 겨냥하고 있는 관람층의 욕구를 100% 이상 만족시켜줄만한 영화입니다.



PS. 다행히 스포일러는 없는것 같군요.
PS2. 부제목 "Revenge of the Fallen"은 원래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는 말입니다. 등장하는 캐릭터중에 "폴른"이란 캐릭터가 오토봇들에게 전편에서 패한 것을 복수한다는 내용인데 이것이 "폴른의 역습"으로도, "패자의 역습"으로도 다 번역이 가능한 말이라 배급사에서도 꽤나 고심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부제목이 그냥 "리벤지"입니다. 딱 일본다운 발상이군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와달
    '09.7.18 2:33 PM

    무기에 대해선 잘 모르겠구, 이뻐지고 날씬해지고 픕니다
    이게 얼마동안의 여자들 바램이었을까요?
    그러나 나오는 영화족족 그 소망을 꺽는현실.. 메간폭스!
    그녀는 어디서든지-입약간 벌린모습이더군요-
    그거이라도 따라쟁이하자..... 결심했습니다

  • 2. Clip
    '09.7.19 1:41 AM

    부서져서는 안되는 절대가치라는 게 항공모함이여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영화의 장면을
    위해 미국방부가 항공모함의 자료나 본체를 제공했다면 이미 광고효과로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않았을까 싶어요.

    깨지지 않는 절대가치가 깨진 경우를 또 찾는다면, "미국 영화에선 아이들이 죽지 않는다."를
    깼던 어느 영화에서-머릿속 지우개의 작용으로 제목이 기억 안남-그 선을 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3. 보리
    '09.7.19 8:27 AM

    아이스크림--- 얼음뽀숭이, 재밌네요.
    어떨 땐 영화보러 가서 2시간 가까이 앉아 있는것이, 시간이 아까울따름일 때가 있는데,
    이 영화도 님의 해석을 듣고 나니 별로 안보고 싶어지네요. ^^

  • 4. 회색인
    '09.7.20 9:59 AM

    해와달님 /
    그러고보니,,, 메간 폭스 멀쩡하게 입다물고 찍은 사진은 거의 못본듯 하네요...!??;;;

    Clip님 /
    헐리웃의 금기가 깨지기 시작한건 정확하게는 80년대 말쯤부터였지만 이런식으로 노골적으로 깨진적은 이번이 처음일듯합니다.

    보리님 /
    저도 한번 더 보라면 못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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