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돌이네 흰둥이가 똥을 눴어요. 돌이네 흰둥이가 똥을 눴수다.
골목길 담 밑 구석 쪽이에요. 올레 웃담 밑 구석 쪽이우다.
흰둥이는 조그만 강아지니까 흰둥이는 끄만 강생이난
강아지똥이에요. 강생이똥이우다.
2
날아가던 참새 한 마리가 보더니 아가던 생이 마리가 봥
강아지똥 곁에 내려앉아 콕콕 쪼면서 강생이똥 꽅에 려아장 콕콕 조사봔
"똥! 똥! 에그, 더러워······." "똥! 똥! 에고, 추접해······."
하면서 날아가 버렸어요. 허멍 앙 가부렀수다.
"뭐야! 내가 똥이라고? 더럽다고?" "뭐 어떵? 나가 똥이라고? 추접허다고?"
강아지똥은 화도 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어요. 강생이똥은 부웨도 나곡 서러웡 눈물이 났수다.
3
바로 저만치 소달구지 바퀴 자국에서 뒹굴고 있던 끔 저만이 쉐달구지 바퀴 자국에서 둥굴멍 신
흙덩이가 곁눈질로 흘끔 쳐다보고 빙긋 웃었어요. 흙덩이가 눈질로 흘착흘착 쳐다보멍 배시시 웃었수다.
"뭣 땜에 웃니, 넌?" "넌 무사 우스맨?"
강아지똥이 화가 나서 대들 듯이 물었어요. 강생이똥이 부웨가 낭 대들 듯이 물었수다.
"똥을 똥이라 않고 그럼 뭐라 부르니? "똥을 똥이옌 허지 게민 뭣이옌 허나?
넌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개똥이야!" 이녁은 똥 중에서도 질로 추접헌 개똥이라!"
강아지똥은 그만 "으앙!" 울음을 터뜨려 버렸어요. 강생이똥은 그만 "우왕!" 울음을 터좌 부렀수다.
4
한참이 지났어요. 참이 지났수다.
"강아지똥아, 내가 잘못했어. 그만, 울지 마." "강생이똥아, 나 잘못허연. 고만, 울지 말라."
흙덩이가 정답게 강아지동을 달래었어요. 흙덩이가 정답게 강생이똥을 달랬수다.
"······." "······."
"정말은 내가 너보다 더 흉측하고 더러울지 몰라······." "실은 나가 이녁보다 더 숭칙허고 추접헐지도 모르켜······."
흙덩이가 얘기를 시작하자, 흙덩이가 기 시작허난,
강아지똥도 어느 새 울음을 그치고 귀를 기울였어요. 강생이똥도 오꼿 울음을 멈춰네 귀를 기울였수다.
5
"······본래 나는 저어쪽 산비탈 밭에서 "······본디 나는 저듸 사록밧디서
곡식도 가꾸고 채소도 키웠지. 곡석도 가꾸곡 키도 길롸서.
여름엔 보랏빛 하얀빛 감자꽃도 피우고······." 름엔 보랏빛 허연빛 지실고장도 피우고······."
"그런데 왜 여기 와서 뒹굴고 있니?" "겅헌디 무사 이듸 왕 둥굴맨?"
강아지똥이 물었어요. 강생이똥이 물었수다.
6
"내가 아주 나쁜 짓을 했거든. "나가이 아주 나쁜 짓을 해젼.
지난 여름, 비가 내리지 않고 가뭄이 무척 심했지. 지난 름, 비가 안 완 뭄이 잘도 심했주.
그 때 내가 키우던 아기 고추를 그 당시 나가 키우던 애기 고치를
끝까지 살리지 못하고 죽게 해 버렸단다. 끝지 살리지 못행이네 죽게 해 부런."
"어머나! 가여워라." "어우야! 불쌍허다야."
"그래서 이렇게 벌을 받아 달구지에 실려오다가 떨어진 거야. "겅허난 영 벌 받안 달구지에 실려오단 털어진 거라.
난 이제 끝장이야." 난 이제 매기여."
그 때 저쪽에서 소달구지가 덜컹거리며 오더니 갑자기 멈추었어요. 그 때 저듸서 쉐달구지가 덜컹거리멍 오단 확 멈췄수다.
7
"아니, 이건 우리 밭 흙이잖아? "메께라, 요거 우리 밧듸 흙아니라?
어제 싣고 오다가 떨어뜨린 모양이군. 어제 싣건 오단 털어진 모냥이군.
도로 밭에다 갖다 놓아야지." 또로 밧디레 져당 놔사주."
소달구지 아저씨는 흙덩이를 소중하게 주워 담았어요. 쉐달구지 아지방은 흙덩이를 소중하게 주선 담았수다.
8
소달구지가 흙덩이를 싣고 가 버리자 쉐달구지가 흙덩이를 싣겅 가 부난
강아지똥 혼자 남았어요. 강생이똥 지만 남았수다.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난 추접한 똥인디, 어떵허민 착허게 살 수 이실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아무짝에도 쓸 수 어실 건디······."
강아지똥은 쓸쓸하게 혼자서 중얼거렸어요. 강생이똥은 쓸쓸허게 지냥으로 중얼거렸수다.
9
겨울이 가고 봄이 왔어요. 저슬이 가곡 봄이 왔수다.
어미닭 한 마리가 병아리 열두 마리를 데리고 에미 마리가 빙아기 열두 리를 랑
지나가다 강아지똥을 들여다봤어요. 지나당 강생이똥을 베려봤수다.
"암만 봐도 먹을 만한 건 아무것도 없어. 모두 찌꺼기뿐이야." "아맹 봐도 먹을 만한 건 나도 어쩌. 모두 찌꺼기뿐이여."
어미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냥 가 버렸어요. 에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멍 그냥 가 부렀수다.
10
보슬보슬 봄비가 내렸어요. 보슬보슬 봄비가 내렸수다.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어요. 강생이똥 아피 퍼렁헌 민들레 싹이 돋았수다.
"너는 뭐니?" "이녁은 뭐라?"
강아지똥이 물었어요. 강생이똥이 물엇수다.
"난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야." "난 곱닥한 고장을 피우는 민들레라."
"얼마만큼 예쁘니? 하늘의 별만큼 고우니?" "얼마만이나 고와? 하늘에 별마니 고와?"
"그래, 방실방실 빛나." "기여. 방실방실 빛나."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어떵민 경 곱닥헌 고장을 피와?"
"그건 하느님이 비를 내려 주시고, "건이 하느님이 비를 려 주곡,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 똣헌 햇볕을 쪼여 주난게."
"그래애······. 그렇구나······." "기여······. 경했구나이······."
강아지똥은 민들레가 부러워 한숨이 나왔어요. 강생이똥은 민들레가 부러왕 숨이 나왔수다.
11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겐디 가지 꼭 필요한 게 이서."
민들레가 말하면서 강아지똥을 봤어요. 민들레가 멍 강생이똥을 베려봤수다.
"······" "······"
"네가 거름이 돼 줘야 한단다." "이녁이 걸름이 돼 줘사 허여."
"내가 거름이 되다니?" "내가 걸름이 되다니?"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이녁 몸뚱아리를 오꼿 녹영 나 몸 소곱으로 들어와사 허여.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경해사 별추룩 곱닥한 고장이 피는거라."
12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어우야! 기? 정말 경해?"
강아지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강생이똥은 하도 지꺼정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버렸어요.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부렀수다.
13
비는 사흘 동안 내렸어요. 비는 흘 간 렸수다.
강아지똥은 온 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강생이똥은 온 몸이 비에 맞앙 게 부서졋수다······.
부서진 채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 부서진 채 땅 소곱으로 스며들어강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어요.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수다.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어요. 줄기를 탕 올랑 꽃봉우리를 맺었수다.
14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봄이 참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민들레 싹은 송이 곱닥한 고장을 피왔수다.
향긋한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어요. 향긋한 고장냄새가 름을 타멍 퍼정 나갔수다.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빙세기 웃는 꽃송이엔 아꼬운 강생이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 눈물겨운 사랑이 득 어려 이섰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