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春川ChunCheon 2009/07/07 08:24 http://blog.hani.co.kr/chris/24134 ..
탈도 많고 말도 많던 MB의 재산기부를 두고 뒷담화가 무성하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애시당초 약속했던대로 빨리 했더라면 아니 작년 촛불시위 이후라도 기부하며 서민행보를 한다고 쑈라도 했더라면 여론에 밀려 용산같은 대형참사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350억원이란 거액으로 자신의 측근인 고소영 강부자들을 줄세워 호가호위하며 장학재단을 만들어 그이름을 淸溪라 한다면 이제까지 그의 악착같은 재산 형성과정과 정치역정으로 보아 이미지에 맞지도않고 청계천 사업을 일생일대의 대역사로 착각하는 것 같다.
우선 큰인물이라면 재산의 사회환원이란 조건이 없어야한다. 그런데 MB의 재산기부는 국밥집 할머니의 많지 않은 전재산 기부나 얼마 전 있었던 한 가난한 할머니의 500만원 기부보다 감동이 적다. 왜냐면 재산기부를 약속해놓고 정말 해야하는지를 국민에게 너무도 묻고 따지다가 할 수없이 마지못해 하는 형국이 되었고 이는 차후 MB의 일해재단 형식이 될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재단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다 X묻은 측근들인데 재단이사에 한승원이나 박원순같은 공평무사한 사람들이 포함되지 않고 이벤트 발표하듯 떠들썩하고 KBS의 특집방송같은 것은 치밀한 각본에의한 국면전환용이고 퇴임후를 대비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나의 할아버님은 박정희시대의 야당 국회의원이셨다. 주말마다 고향집에 내려오시면 집안은 손님들로 들끓어 가마솥 걸고 밥과 국을 끓여대고 조손들은 용돈받을 절호의 기회를 노렸다. 안방에 앉아 계실때 먼저들어가 큰절하고 용돈과 책값달라고 떼쓰면 주실때도 있지만 "없다" 라고 안주시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데 민원을 해결하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미역국값이나 생계를 호소하면 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나누어주시고 때론 어머님을 불러 창고의 쌀까지 퍼주라하셨다. 나는 사실 어렸을 때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화도 나고 돈받아 좋아하는 분들이 밉기도했다.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재산은 할아버지께서 정치하시는 동안 야금야금 없어졌다.
당신께서 우리자손들에게 남겨주신 우리집 가훈은 知足是富也(족한줄 알면 그게 부자다)라는 말씀인데 지금도 누군가 써주신 액자가 집안에 걸려있다.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들에게 베풀고 콩한쪽이라도 반쪽씩 나누어 먹을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 평소지론이셨는데 거의 100세까지 무병장수 하신 것을 보면 많은 분들에게 쌓은 음덕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당신의 뜻을 받들어 2001년 돌아가셨을 때 자식들이 모여서 임종당시 가지고 계셨던 얼마의 재산과 자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당신의 호를 따서 작은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강원도 최대의 장례식이었던 7일장에 들어온 조위금은 모두 할아버지 모교인 **농고에 기탁했고 지금도 철저하게 각 학교별로 신청을 받아 고향의 생활보호 대상자의 자녀들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고 요즘은 원주까지 지역을 넓혔다.
오늘날 돈이면 최고라는 물질만능시대의 가치로 보면 자기돈 써가며 산팔고 땅팔아 정치하는 것은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의 얘기다. 당신께서도 젊은시절 잘못하신 것이 많다고 늘상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런 잘못을 후회하시고 인생 후반기는 좋은 일하며 사신 것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박정희가 공화당으로 오라고 꼬드기고 협박하고 집안식구들이 승진이나 사업에 많은 방해를 받았지만 끝내 거절하신 것도 나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때 공화당으로 갔다면 우리는 지금 엄청난 거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MB처럼 거액의 장학재단은 아니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난하면 아무도 모르게 나누어주는 장학금을 보면서 할아버지께서 자식들에게 남기신 정신이 소중하다고 여긴다.
할아버지께서는 살아 생전에 측은지심이나 십시일반이라는 말씀을 많이하셨고 그게 우리조상들의 정신이라하셨다. 아직도 우리 자손들은 고향에서는 000집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산다. 부자도 아니지만 치사한 짓은 하지도 못하여 때로 불편할 때도있지만 내 배부르면 남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것이 결코 어렵지는 않다고본다.
MB가 재산을 기부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진심일지도모른다. 더구나 그는 우리처럼 지방의 작은 집안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제왕적인 현직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지못한 뒷담화를 듣는 것은 그가 보인 지난 1년 반 동안 철저하게 서민과는 거리가 먼 행보로 진정성이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재벌이나 유력인사들의 재단은 정수장학회나 이건희 회장의 경우를 보더라도 비록 좋은 곳에 돈이 쓰인다 할지라도 그 의도가 재산보호와 증식의 한 수단이 된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MB가 이런 꼼수라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나는 용산참사의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그의 재산일부를 떼어내 아직도 구천을 떠도는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치루도록 해주고 유가족 분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것을 촉구한다. 큰인물이라면 마땅히 그래야한다. 그렇다면 나는 MB의 진정성을 믿자고 앞장서 나설 용의도 있다.

MB여! 족한 줄 알았으면 이젠 정말 서민을 위하심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