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승태가 새벽에 학교에 갑니다.
그러니 저는 그 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 해서
몸이 적응이 잘 되지 않네요.
오늘도 새벽6시에 일어나서 50분에 아이가 집을 나서는
시간까지 (정식 개학이면 학교에는 조금 더 일찍 출발하지만
그래도 아침을 학교에서 먹는데 지금은 방학이라
30분 늦게 나서는 대신 아침을 먹고 가지요.
문제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입맛이 없는 아이에게
아침을 차려주는 일이 만만치 않은 일이로군요)
제 몸은 상당히 깨어났지만 눈이 뻑뻑하고 아픈 느낌이라
그 다음 가만히 누워서 베토벤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켈리님이 새로 올려놓은 트리오곡에서부터 지난 일요일
들었던 피아노 협주곡까지

눈감고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자
마치 마술처럼 눈이 편해지면서 이제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군요.
그래도 이왕이면 베토벤으로 시작한 하루,조금 더
들어보고 싶어서 에그몬트 서곡을 마저 듣고
운명의 일악장까지 듣고 나니
마치 베토벤의 날처럼 느껴지는 하루를 시작하고 있네요.
아,이런 것도 좋구나,이번 수요일이 수요일 오전에
쉴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니 (다음주 부터
방학했던 모임이 다시 시작되므로) 그렇다면 베토벤의
날로 정하고 이런 저런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아야지
그렇게 마음을 정했습니다.


음악속으로 빠져든 날,오전에 함께 할 책은
어제 빌린 경성탐정록인데요,한 번 다시 발길을 들여놓으니
대여점에 그동안 새로 들어온 책들이 눈에 띄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1930년대 일제하의 경성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설홍주라는
탐정의 이야기
그 속에 사건해결하는 탐정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한 시대가 농축되어 드러나고 있어서 아,이 작가를
주목해서 보고 싶네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네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랍니다.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모두에게 끼치는 영향이
분명 있겠지만 사실은 그 개인 개인의 삶이 서로 달라서
어찌 보면 시대만으로 묶을 수 있는 공통요소는 오히려
적고,한 개인의 삶이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사람에 따라 상당히 큰 편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수요일 아침에 만나는 근대화의 소용돌이속에 들어간
30년대의 경성,그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아침
탐정 설홍주의 눈을 통해서 무엇을 더 만나게 될지
이 만남이 다음에 무엇과 연결이 될지 기대가 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