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나붙은 현수막에서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이
내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우선
요일이 언젠가를 확인했지요.
일요일,그렇다면 곤란하구나 마음을 접었지만
피아노 협연에 김선욱,그리고 베토벤과 브람스라니
이상하게 잊기 어려운 연주회소식이었습니다.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sapiludens님과 통화하다가
그 이야기를 했지요.
그랬더니 그녀가 아주 명쾌하게 방학중이니
금요일 저녁에 수업을 하고 일요일에 시간을 내보는 것은
어떤가 하고 의견을 내주더군요.
저는 한 번 정해진 일에 대해서 융통성이 없어서
(아무래도 수업에 관한 한 그렇게 하기로 작정하고
나서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제대로 잘
되지 않는 편이지요) 그 생각은 못하고 있다가
켈리님께 연락해보니 마침 1월의 마지막 금요일에는
음악회 일정이 없다고 합니다.그렇구나,그렇다면
하고 마음을 정하고 예매를 했지요.

그리곤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어떤 소리로 이 교향악단은 내게 베토벤과 브람스를
들려줄 것인가 !
에그몬트 서곡의 첫 음이 흘러나오자 역시,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저절로 마음이 집중되면서 멜로디를 따라가는
시간 정말 행복하다는 마음이 절로 들더군요.

그 다음이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입니다.
4번이 어떤 곡이지? 3번이나 5번은 자주 듣던 곡이라
익숙한데 4번은 어떤 곡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협주곡의 처음이 피아노 소리로 시작되는 이 곡을 듣자
아하,알고 있는 곡이로구나,갑자기 친근한 마음에
더욱 흥미가 생겼고 3악장이 끝날 때까지 피아노소리와
서로 어울리는 현과 관악의 주고 받음,거기다
지휘자의 움직임에 주목하느라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로 연주회장에 모인
사람들이 한 마음을 보인 다음 인터미션 시간에
신미선씨랑 밖으로 나갈 때 그녀가 말을 합니다.
눈물이 나네요,너무 좋아서
이런 찬사는 연주자에게 보내는 최고의 인사가 아닐까요?

마지막 남은 곡이 브람스 교향곡 일번입니다.
교향악단의 공연때 아무리 협연이 좋아도 역시
교향악단의 본령은 교향곡이라고 생각하는 제겐
마지막 이 곡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역시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던 시간
제겐 2악장의 관악기의 음색과 3악장을 새롭게
발견하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간 사람들,이대론 헤어지기 아쉬워서 잠깐
어딘가 들러서 간단히 먹으면서 이야기하기로 했는데
잠깐이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집에 들어오니
상당히 늦은 시간이지만
머릿속을 떠도는 음악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로
잠들긴 어려워서
에그몬트 서곡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아보았지요.
마침 에그몬트 서곡은 베를린 필의 연주가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어서 오늘 들은 곡과 비교하면서 들어본 다음
지금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찾아서 들어보는
중입니다.

언젠가 제주도에 가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을 꼽으라면 역시 음악회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제주도에서는 많이 있을까? 하는 것이더군요.
이 이야기를 하니 막내 여동생이 내놓은 답안
언니,고민하지 말고 한 달에 한 번 올라와서 듣고 싶은
음악을 몰아서 듣고 가면 되지 않아?
아직 먼 후일의 일이면서도 음악회에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제가 우습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이렇게 농축된 몰입의 기쁨을 주는 일이
많지 않구나,그 순간의 즐거움을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집에서 교향곡을 듣는 일은 연주회장에서의 느낌처럼
몰입이 어려우니 아무래도 당분간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들을 찾아서 듣게 될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드는 밤
,마냥 소리의 아름다움에 빠져있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