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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토요일 밤,그림을 보다

| 조회수 : 1,317 | 추천수 : 138
작성일 : 2009-02-01 00:53:54


   일요일 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켈리님이 올려놓으신 하이든의 음악을 들으면서

우선 블로그에 글 옮기는 일을 했습니다.

워낙 분량이 많아서 하루에 조금씩으로 노선을 수정하고 나니

규칙적으로 이전의 삶과 만나는 신기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셈이지요.

오늘은 엠파스에 처음 사진을 올리는 방법에 성공한 날의

즐거움,한창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길거리에서 만나는

나무나 꽃에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신기해하던

내 모습이 들어있어서 혼자서 막 웃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열정이 사그러 들고,그리곤 다시

그 마음을 되살리는 일이 힘들어지는 그런 일의 반복이

왜 오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볼 시간이 되기도 하는군요.




오늘 그림을 보겠다고 생각한 순간 저절로 손이 간

화가가 도미에입니다.

평소에는 잘 들여다보지 않는 화가인데,마음이 끌린

이유는 어제 대여점에서 빌린 이야기,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때문입니다.

도대체 무슨 제목의 소설인가,궁금해하기만 했지

읽어볼 생각을 못 했던 이 이야기는

11살 주인공이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나서

엄마,동생과 함께 차속에서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을 때

길거리에서 본 전단지에서 개를 찾아주면 500달러

사례금을 준다는 말을 듣고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집을 장만하고 싶은 욕심에 개를 훔치고자 마음먹는데서부터

시작하는 웃음과 울음사이를 번갈아가면서 끝까지'

읽게 만드는 이야기로 우리를 초대하는 글이지요.




지상의 방 한 칸이 절실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아이의 시선도 시선이지만 제겐 두 아이의 삶을 짊어지고

힘들어하면서도 책임을 버리지 않고 애쓰는 엄마에게

시선이 가서 저절로 도미에의 작품에 손이 간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난 번 반가운 손님으로 온 아이들을 어제 밤 만났습니다.

그 아이들에 더해서 연락이 된 다른 멤버들까지

더구나 보람이마저 엄마,나도 그 언니,오빠들 오랫만에

만나고 싶어,이렇게 되어서 대부대가 한 자리에 모여

서로 관심사에 따라서 이야기가 오고 갔지요.

그 이전에 개별적으로 잠깐 잠깐 만난 적은 있어도

한 자리에 앉아서 오래 된 이야기,지금 살아가는 이야기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가

이런 저런 이야기속에서 5년이란 세월의 무게를 느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를 싫어했던 한 여학생은

대학교에 들어가서 자신의 적성과 너무 맞지 않는 공부를

하기가 힘들어 부모의 지원을 받아서 결국 다시 공부해서

지방에 있는 교육대학에 다니고 있더군요.

네가 초등학교 선생님을 한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구나

제 첫 마디에 그 여학생의 반응,저도요,상상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방학이 있는 일이라서 우선 제대로 해보고

그 다음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싶어요.

시골에서 학교에 다니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혜택을

받고 살았는지도 알겠고,가족이 귀하다는 것도 알았다는

그 아이는 방학동안 한 달간 런던의 대학 기숙사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하네요.

가족이 함께 하는 그냥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라 (아버지가

파일럿이라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해외여행의 경험이

많았던) 한 곳에서 살았던 경험이 자기를 많이 크게

만들었노라고,그래서 여행이 아니라 낯선 환경속에서

생활을 직접 해보는 경험을 가능하면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더니 저보고 이야기하더군요.

선생님 그림 좋아하시지요? 저도 이번에 미술관에

가서 많이 느끼고 앞으로는 그림에 관한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화제가 그런 쪽으로 뻗어나가서 아이들과 대화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막걸리에 요구르트를 탄

술을 조금은 과하게 마신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속이 쓰려서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좋았던 기억입니다.






도미에의 그림을 찾다가 중간에 만난 스코틀랜드 출신의

디자이너 작품이네요.

아이들과의 대화를 생각하다가 마음이 내켜서 골라보았습니다.



2월에 미국에서 비지니스과목으로 대학을 마치고

그 곳에서 취직을 한 제자가 잠깐 귀국을 한다는

소식을 어제 들었습니다.

함께 공부한 아이의 누나이기도 한데

그 때 누나,그리고 그 아이의 어머니와도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누나도 누나이지만 선생님이 만나고 싶은

것은 너네 엄마거든

왜요?

평생 하시던 일을 접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그 아이의 엄마는 제게 역할모델이 되는 분이지요.

그래서 새로 시작하시려는 일에 대해서 궁금한 것

알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해보려는 것인데

장난이 가득한 그 녀석이 말을 하네요.

그러면 누나에겐 선생님이 누나와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전할까요?

뭐라고?



2월에 언니가 오면 비슷한 전공이니 한 번 만나볼래?

그렇게 할께

이렇게 선선하게 대답하는 딸이 신기하네요.

다른 의미에서 저도 그 만남에서 어떤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인가 기대가 됩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09.2.1 10:49 PM

    하이든 / 첼로협주곡 1번 (Cello concerto No.1 in C major, Hob.Vllb:1) - Jacqueline Du Pre

  • 2. intotheself
    '09.2.2 3:23 AM

    카루소님

    일요일 밤 마음에 품고 있던 연주회에 다녀와서 행복한 시간

    이 곳에서 하이든의 곡을 만나서 즐거운 after를 하고 갑니다,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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