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처음으로 선생으로 만나게 된 제자에게
그동안 공부한 중국어 발음을 확인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선생님,발음이 실격입니다.
더 공부하고요,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발음이 오십퍼센트라고
생각하고 될 때까지 듣고 따라하고 듣고 따라하고
그렇게 느긋하게 마음먹고 연습하라고 하네요.
속으로 막 웃었습니다.
이 녀석아,네가 고등학교 3학년때 이런 마음으로 공부를
더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물론 처음에는 의기소침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발음연습을 시작했는데요 덕분에 첨밀밀 노래를
더 자주 듣게 되네요.
오늘 도서관에서 만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제게
중국어 책을 보자고 하더니,재미있는 드라마 소개해드려요?
물어보네요.그래 일단 네가 좋아하는 드라마 이름을
다 써보라고 했더니 취향이 소녀취향이라 싫어할지도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이름을 적는 것을 보니
이제까지는 일본드라마 이야기를 주로 하던 아이들이
선생이 중국어에 관심을 보이니 이렇게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을 꺼내서 보여주는구나 싶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상호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평생 즐기면서 배울 것이라고 마음을 바꾸어 먹고나니
기분도 전환이 되어서 집에 오는 길,mp3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조그맣게 따라하면서 걸어왔지요.
집에 와서 금요일 반갑게 만난 소니아 들로니의 그림을
찾아서 보고 있습니다.
소니아 들로니,그리고 로베르 들로니 두 부부 화가의
그림을 스페인의 미술관에서 발견하고 정말 즐거워했는데요
소니아 들로니의 그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보았을 때의 즐거움이 어제도 되살아나더군요.
오늘 낮에 점심을 함께 먹은 대학생중에서
여름에 유럽여행을 다녀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곳에서 제일 즐거웠는가 물었더니 역시 런던이라고
해서 내셔널 갤러리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물었더니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림은 너무 많아서
힘들었지만 한국 전시장에서 만난 그림들을 그 곳에서
만나니 정말 반가워서 가까이 다가가 보았노라고 하더군요.
미리 한 번 본다는 것,그것을 다시 만난다는 것
그것이 갖는 의미는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던 보람이가 사실은 엄마가 갔어야
더 잘 보고 왔을텐데 하고 멘트를 해서 웃었습니다.
사실 보람이도 이번 여름방학에 친구랑
광화문 전시장에 다녀왔지요.그래서 제가 그 곳에서 본
몇 그림들에 대해 이야기하니 전혀 기억을 못하는 겁니다.
같은 공간을 보았다고 해도 관심에 따라,미리 알고 있는
정도에 따라 얼마나 다른가,판화가 갖는 매력,
그리고 전시장에서 무엇을 중점으로 전시하는가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겨울 여행으로
바뀌었습니다.
승태가 물어보더군요,엄마,이번 겨울에도 여행가?
물론 가야지,그런데 갑자기 약값이 비싼 한의원에서
여러 달 약을 먹어야 할지도 몰라서 행선지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하니,자신은 해외여행은 별로 가고
싶지 않으니 좋은 선물로 만족한다고 해서 일단
마음은 가벼워졌습니다.
소개받고 찾아간 한의원에서 어깨부분부터 시작해서
맥을 짚은 한의사가 심장과 위의 기능이 약하다고
그러니 운동이 필수라면서 탁구하다가 다리때문에 쉬고
있다고 하니 적극적으로 탁구를 권하더군요.
베드민턴은 절대 금기이고 걷는 운동,그리고 탁구
운동과 식이요법만이 뇌경색을 막을 수 있는 살 길이라고
하도 강조를 해서 내일부터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탁구를 하러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학기를 시작하기 전의 마지막 일요일 밤
첨밀밀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는 시간,하루가 참 긴
일요일이었기도 하고,새롭게 해야 할 일에 마음
무겁기도 하면서 동시에 가벼운 흥분을 느끼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