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갑자기 스피커가 고장이 났습니다.
물론 컴퓨터 스피커인데요
이럭 저럭 미루다보니 오늘에야 드디어 고친 스피커가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everymonth에 올라왔으나 마음으로만 듣던
곡들을 차례로 들으면서 화요일 밤 시간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평소에는 모르고 있다가 그것이 결핍되어서야 비로소
존재가치를 사무치게 느끼는 것들이 아주 많이 있지요.
열흘 이상 스피커 없이 살면서 그동안 컴퓨터의 스피커가
한 역할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음악과 더불어 고른 화가는 며칠간 책상앞에 두고 읽고
있는 로스코입니다.

리움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보았을 때의 일이 생각나는군요.
사람이 적은 날 전시장에 가서 의자에 앉아서
오랫동안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을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물론 제가 갔을 때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해설하는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그림을 보던 시간이라 그럴 마음의 여유는
없었지만 그런 마음은 오랫동안 남아 있어서
가끔씩 그의 캔버스와 만났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종이위에 아크릴이라고 되어 있는 작품이 많이 있군요.
제겐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아크릴이 어떤 느낌일까
그런 궁금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써보면 되지? 그렇게 간단한 일인데도
이상하게 아크릴을 사서 써보는 일이 쉽지 않군요.


사람의 마음속에 그려진 금이 있지요.
이것은 어려워,이것은 곤란해,이것은 내겐 너무 과한 일이야
이런 식으로 미리 그어진 금,아니면 살면서 실패한 일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다가 굳어진 금도 있겠고요.
그런 금에 대해서 요즘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관례대로 사는 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우리 앞에 전개되는 재미있고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을 알게 되고 나서 제 안의 금들이 많이 지워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오랫만에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마치 먼 길을 떠났다가 익숙한 집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이 그림을 발견하고 나니 오늘은 이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