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기 전 어수선한 상태에서 피아노 연습하기 어려워
당분간 쉰다는 것이 레슨을 오랫동안 못 받았습니다.
물론 쉬는 기간중에도 시간여유,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에는
조금씩 연습하긴 했지만 지속적인 것은 어려웠지요.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오늘부터 다시 레슨을 받기로 했는데
어린 선생님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하농과 메트로눔을
들고 왔네요.
박자가 제멋대로는 제 소리를 드디어 고쳐야 한다고 마음을
먹은 모양입니다.
오래 전에도 한 번 메트로눔을 들고 왔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사나워져 도저히 연습을 못하겠다고 떼를 써서
그냥 들고가게 한 것인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거절이 어려웠습니다.
이것이 기회인가 싶어서 하농연습을 한 손씩으로 매일 하는 것
그리고 박자에 맞추어서 그것도 여러 곡 말고
한 곡만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속으로 막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아이들에겐 기본에 충실하라고 늘 말하면서 제 자신은
지키지 못하고 피아노를 치고 있기 때문이지요.
왜 피아노를 치고 싶은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레슨이 끝나고 그녀가 말을 합니다.
선생님에게 (제 제자에게서 피아노를 배우는 중이라)
이번 연주회에서 치는 곡을 들려드리고 싶다고요.
악보는 어디에 있니?
다 외웠다고 하네요.
그렇지,연주회에서는 악보를 보지 않고 치는 것이니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서 슈베르트 곡을 치는 겁니다.
우리집 피아노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날이 처음이네요.
피아노가 주인을 잘못 만나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데
피아노를 제대로 치는 사람들을 만나면 피아노는 얼마나
다양한 소리를 들려줄 것인가 생각하니 공연히 마음이
이상합니다.
지금 주인이 제대로 소리를 못내면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도 초청하여 소리를 내는 기쁨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을 한 날이었습니다.

그것도 좋지만 오래도록 연습을 하여 언젠가
제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피아노에게 제대로 주인을 만났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도 좋겠네 그런 생각도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