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마당가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봉숭아를 바라보면서
시골일에 손톱이 다 닳아 못생겨진 제 손톱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어릴적에도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빨갛게 물을 들이고 다니곤 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지금도 봉숭아만 보면 물을 들이고 싶은 마음은 왜 그런지요
뒤늦게 다가온 궂은 날씨와 몇번이나 불어닥친 비바람에도
의연하게 버티고있던 봉숭아 꽃잎이 이젠 하나 두울~
꼬투리 달린 씨앗으로 변신하느라 바쁘네요
쭉~ 빠지지 않고 뭉툭한게 이쁘지도 않은 손톱을 바라보며 그래~ 결심했어... ㅎㅎㅎ
남아있는 봉숭아 꽃을 따고 잎을 몇개 따서
이틀정도 수분을 좀 날려 보낸후에 콩콩 찧어놓고
신랑보고 손톱에 올리고 잎으로 잘 싸맨후에 실로 묶어 달라고 했답니다
애들처럼 그거 뭐하러 하느냐고 툴툴거리면서도
커다란 손으로 꼼꼼하게 잘 묶어주네요. 히히
저는 걍~ 백반도 없이 봉숭아 꽃으로만 물을 들이지요
둘이서 머리 맞대고 싸매고 묶고하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뭐하고 있냐고 하길래 봉숭아 물들이고 있다고 했더니 누가 묶어주냐고 하네요
"당근~ 아빠가 묶어주지~ "
그러니까 하하하 웃으며 재미나게 산다나요? ㅋㅋㅋㅋ
오호~ 오늘 아침에 풀어보니 그런데로 물이 빨갛게 잘 들었습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어머님이 계시거나 말거나 두손을 들어 올리면서
" 어제 봉숭아 물 들여주더니 이쁘게 물이 잘 들었어요"
어머님은 빙그레 웃으시고 신랑은 멋적은지 또 그거 뭐하러 하느냐고....
마흔중반인 나이에 아직도 철이 없는 싱싱이의 얘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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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드로메다
'07.8.16 11:01 AM마흔중반이면 어때서요 50이면 어때요^^`
요즘 대세라는 것이 나이랑 거꾸로 사는 것이죠.
세상이 많이 변해서 힘들고 고되었던 옛날시절보다는 풍요롭고 편해진 삶때문에 자신을 가꾸고 사는것이 당연한 분위기자나요.;;
어리게 젊게 철없게 사는 것이 제 생활의 모토입니다.
저도 내알 모레면 40입니다만;;
다들 저랑 이야기하거나 외모를 보면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아니라 이제 30대에 들어섰다는..(말하는거는 20대수준입니다 ㅠㅠ)
앗..저도 봉숭아물 드리고 싶어요~
문방구에서 파는거 말고^^~2. 해든곳
'07.8.16 10:47 PM연세 지긋하신 아주머니께서 봉숭아를 아파트 화단에 가득 심으셔서 꽃이 가득한 여름 내내 마음이 아릿했습니다. 어릴적 마당 한켠에 피었던 추억이 가슴을 적셨거든요. 맨발로 겅중대며 뛰어 다니던 그 시절이 얼마나 그리운지요.
3. candy
'07.8.17 9:54 AM저희집앞마당에 꽃이 한가득인데....저도 물들여봐야겠어요..ㅎㅎ
4. 꼭지
'07.8.17 4:32 PM어머...어제 저도 봉숭아꽃물을 들였답니다. 매년 아파트 주변에서 봉숭아꽃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주차하다 눈에 띈 봉숭아를 보고 얼른 내려 신문지에 뜯어가지고 와서 백반 넣어 찧어놓은 뒤 남편을 목이 빠지게 기다려(?) 결국 12시 넘어 물을 들이고야 말았답니다. 3번은 들여야 예쁜데...남편은 한번으로도 충분히(?) 예쁘다며 내일은 힘들거라는 메세지를 주네요. 오늘은 아들을 구워삶아봐야겠습니다. 너무 기분좋아요. 엄지발톱도 하나씩 들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