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수업에서 알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사실은 그 사람의 소개로 everymonth의 다바르님이
화요 강좌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리는 그 덕분에 또 그 강좌를 알게 되어 등록을 했으니
가느다란 실이 맺어놓은 결실이라고 할까요?
마침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 책을 샀다고 하길래
그 책을 빌려도 되는가 물었더니 흔쾌히 빌려줍니다.
그래서 사실 얼굴만 아는 사람의 책을 빌려보는 흔치
않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혹시나 해서 물었습니다.
제가 책을 그냥 못 보고 자꾸 줄을 치게 되는데
얌전히 줄을 그어도 되나요?
물론 된다고 많이 그어달라고 하네요.
주인이 얌전히 본 책이라서 그런지 아직 새 책같은
그 책을 손에 들고 보다가 아무래도 검정색 펜으로
다른 때보다는 조심해서 줄을 그으면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책에서 만난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서재에 있는 성히에로니무스인데요
사실 다른 그림에서는 성 히에로니무스가 광야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에 이 그림에서는 서재에 근엄한
모습으로 있어서 처음에는 의외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읽다보니
그가 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한 인물이라 화가들에겐
지식인의 면모로 비추어졌다고 하네요.
사실 그는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내고 회개한 이후에
변한 사람이라고 합니다.이런 점에서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비슷한 인생경로를 걸었던 모양입니다.
처음부터 바른 생활표로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방황을 통해서 인간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그리고 불같은 경험을 통과하면서 인생의 비밀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더 감동을 주고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 화가가 북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유화기법을 도입해서
이탈리아에 알린 화가라고 하네요.
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흥미있게 바라보게 되네요.

메시나라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네 하고 그림을 보았었는데
바로 이 그림을 그린 화가였네요.
수태고지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다른 수태고지 그림과는
달리 후광도 천사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끌리는 그림이라서 자세히 바라보게 되네요.

아하 이 남자,런던의 국립미술관에서 본 바로 그 초상화입니다.
그런데도 화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시에는 강렬한 충격을 주는 그림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히 반응할 수 없었던 것이겠지만 이제는
기억하게 될 것 같네요.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 히에로니무스인데요
그가 돌로 제 가슴을 내려치려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서재에 있는 붉은 옷을 입은 성자와는 사뭇 다른 인상이고
묘하게 이 장면이 제 시선을 오래 붙들고 있습니다.
앞쪽의 사자는 그가 구해준 사자라고 합니다.
그 이후 도상에서 성히에로니무스를 표현할 때는 자주
사자가 등장한다고요.
이야기가 전설이 되면 전설이 이야기를 끌고 가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그것속에서 우리는 원래의 이야기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가게 되지요.
금요일
원래는 느지막하게 나가서 시립미술관 분관에서 열리는 호흡전을 본 다음
친구랑 만나서 오랫만에 밀린 이야기도 하고
서점과 음반점에도 들러서 무엇이 나왔나 구경도 하고
가능하면 영화도 한 편 이렇게 마음먹었는데
비도 오고 몸도 상큼하지 않아서
전화로 약속을 취소한 다음
커피 한 잔 끓여서 마시면서 베토벤 소나타를 듣고 있는
중입니다.
음악사이로 들리는 빗소리,
그러고보니 이사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이
처음이네요.
집하고 친해지는 날로 정하고 그동안 못한 일들을
찬찬히 하면서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