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는 사람은 드물지만 해마다 이름모를 꽃들은 그 무덤의 주인들을 빛나게한다.
첫 해..
시골살이가 많이 힘들고 외로울 때 나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이름모를 그 무덤 주위에서 따뜻한 햇빛 받으며 혼자 울고하였다.
그 때만 하여도 무덤가 주위에 할미꽃이 없었다.
어린시절 무덤가 주위에서 할미꽃을 본 기억이 있어 당연히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할미꽃뿌리가 어디에 좋다라는 소리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뿌리째 캐가 진짜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할미꽃이 없었다.
작년인가보다..
양파밭에 일을 마무리하고 그냥 집에 들어가기 뭣하여 또 무덤가를 올라갔다.
아니 그런데 이제껏 없었던 할미꽃이 제법 많았다.
털 보송보송한 할미꽃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몇 송이를 뽑아서 집 장독대에 심었다.
촌장님은 무덤가 주위에 있는 꽃은 절대 뽑으면 안된다고 겁을 팍 주었다.
그러고보니 왜 할미꽃치 무덤가 주위에 피는지 옛날에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할머니 혼자서 세 손녀를 키우면서...< 나중에 너희들 시집가면 나는 누구하고 살까>
하니 세 손녀가 모두 할머니와 같이산다고 하였다.

세 손녀 모두 시집을 보내고 손녀가 너무 보고싶어 첫째네 찾아가니 문전박대당하고
둘째네도 똑 같이..
할머니는 막내손녀를 찾아가서는 또 그럴까보아 멀리서만 막내손녀를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는데
막내손녀는 할머니만 걱정하다가
어느날 ..
할머니찾아가다 집근처 무덤가 주위에서 할머니를 주검으로 발견하여 손녀가 그 자리에 할머니 무덤을 만들어 주었는데
할머니 무덤주위로 허리 꼬부랑 꽃이 피웠는데 그 꽃이할미꽃이라고..
어린시절 언니가 사서 보내주는 책 속에 이런 이야기를 읽은것같다.
진짜다..
할미꽃은 진짜 무덤주위로만 핀다.
할미꽃 본지가 꽤 되었는데 이제 그 할미꽃이 우리집에 씨를 내려 많이도 피었다.
꽃이 막 피면서 보송보송한 털이 꼭 손녀를 그리는 할머니 마음같고
꽃 피면서 허리가 꼬부랑하게 되는것은 손녀들을 생각하는 영낙없는 우리네 할머님 모습이다.
햇빛 좋은 날
장단지 뚜껑 열어두고 하릴없이 앉아서 옛날을 추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