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한국사 수업을 (어른) 맡게 되면서
이왕 모이는 김에 앞 시간 한 시간정도 영어책도
함께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수업이 있습니다.
원하는 사람들의 영어수준이 각각이라
서로 고심하다가 고른 책이 가장 쉬운 단계부터 하자는
중론에 postcard형식으로 나라 소개하는 어린이 책을 정하고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어린이용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충실하게 쓴 화가에 관한 책도 함께 함께
읽기로 했는데 오늘 드디어 모네에 관한 책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느끼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른 화가들에 대해서도 제본을 해서 함께 보겠다고
선뜻 동의를 해주어서 역시 시작이 어렵지
그 다음에는 저절로 굴러가는 힘이 생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책이 끝난 기념으로 집에 들어와서 모네 그림을 찾아서
보고 있는 중이지요.

언젠가 읽은 글인데 이민가서 살고 있는 사람이 쓴
글이었지요.
나이가 들어서 이민온 사람들은 영어에 불편을 느끼고
글을 읽을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어린 아이들의 글부터 찾아 읽으면
읽을거리가 산더미처럼 많더라고
그렇게 시작하면 되련만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안타깝다는 내용의 글이었지요.
제겐 참 인상적이고 맞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 글이라
기억하고 있다가 이번 모임에서 바로 이런 마음으로
함께 단계를 밟아 올라가서
언젠가 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미술사 책을
제대로 된 영어책으로 읽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기대해보게 되네요.



외국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갈 때마다
제가 읽고 싶은 책,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을 구하느라
따로 책값을 준비해서 나가곤 했고
실제로 시간을 들여서 공들여서 구한 책들이
세월과 더불어 상당히 모여졌는데
이 책들이 어른들의 수업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리라곤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언젠가 그림을 보러 다니게 되기도 하고
나는 무슨 그림이 좋더라고 서로 권하고 말하기도 하는
날을 꿈꾸어 보게도 되네요.
이런 작은 기대들이 오전의 수업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자극이 되는지도 몰라요.

그림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사람이
오랜 세월 그림을 보고 그림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이제는 일상에서 그림보는 시간이 없는 저를 상상할 수 없게
된 점,사람들에게 기회있을 때마다 전시회 소개를 하게 된 점
그런 것들이 마치 꿈꾸는 느낌이 들게 하네요.
그러니 우리의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참 놀랍기도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