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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개같은 사랑을 하고싶다~

| 조회수 : 1,696 | 추천수 : 9
작성일 : 2007-03-14 22: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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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사랑을 믿는가. 나는 내가 믿지 않는 그 것을 보았는데.]


...일곱 살 때의 일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여행을 하고 있었다.
유난히 더운 여름날,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 마을을 지날 때였다.
내 기억에 그 곳은 참외로 유명한 고장이었는데,


마을에서 참외를 사먹어 보려고 잠시 차를 세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때만해도 흔했던 원두막에 우리가족은 자리를 잡고 앉았고,
나는 호기심에 과수원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과수원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동산의 공터.
그 곳엔 얼굴이 벌개진 어른들이 몰려있었고, 그 사람들은
어린 내가 보기에 굉장히 충격적이고 야만적인 짓을 하고있었다.



....그들은 개를 잡고 있었다.
꽤나 덩치가 큰 개의 목을 공터에 그늘을 드리우는 큰 나무 가지에
매달아 놓고는, 야구방망이로 개를 치고 있었다.
개는 털 군데군데에 피를 묻히고 있었고,
짖어야 정상이겠지만 목이 매달려 있기 때문에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죽음은 죽음이다.
사람의 죽음은 임종이고 돌아가심이어서 심각한 것이며,
[매운탕 고깃감]의 죽음이라고 해서 도축이라는 말과 같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어쨌든 난생 처음으로 난 [죽음]이란 것이
한 생명에게 어떻게 드리워지는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개가 거의 죽어가고 있을 때였다.
맞을 때마다 개의 몸이 공중에서 이리 저리 흔들렸기 때문에
느슨해졌던 나무에 묶은 줄이 풀어져 개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술을 먹어 얼굴이 벌건 어른들이 잠시 주춤할 때
개는 뒷산으로 순식간에 도망쳤다.
삶에 대한 본능. 심하게 절룩거리는 다리였지만 매우 빨라서
어른들이 쫓아갈때 즈음에는
개가 가까운 뒷산으로 들어가 이미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빌고 있었다.
그저 아담의 창조주인 존재에게
나는 그 개를 살려달라고 바라고 있었다.
일곱 살이었으니까.


[니미...X나게 빠르네.]라는 등의 욕설섞인 어른들의 투덜거림.
그 것으로 나는 그 사건이 통쾌한 탈출극의 끝이리라 생각했다.

그 때 강아지의 주인으로 생각되어지는 사람이
휘파람을 불었다.
[누렁아-] 그 사람은 개가 사라져버린 산을 향해
무성의하게 지었을것이 뻔한 이름을 크게 외쳤다.



그리고, 나는 믿기지 않는 순간을 보게되었다.
그 사람이 두어 번 누렁이를 외치고 잠시후,
피투성이가 된 개 한 마리가
절룩거리며 뒷산을 내려와 공터로 향하고 있었다. 절룩,절룩..
힘이 다 빠져버린 걸음걸이.
하지만, 그 [복날 매운탕거리]는 주인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조금이라도 빨리 그에게 닿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주인은 손에 피가 잔뜩 배인 밧줄을 들고 있었다.




개는 핏물이 가득 고인 눈을 한채 주인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꼬리를 흔들며 그 다리에 몸을 비볐다.
주인이 개의 머리를 툭툭 친 후 그 목에 다시 줄을 묶었는데,
줄을 목에 묶자마자, 개는 숨을 거두었다.



처음에는 어린 눈에 처음 접한 죽음이었다.
생각했을 때의 그것은 슬픈 결말이었다.
하지만 지나서 생각해본 그 것은 사랑이었다...


그 게 내가 본 사랑이다.
동물의 본능이라고 생각하나?
...인간은 종족보호본능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그리고,
개의 본능은 줄이 풀어졌을 때의 도망치는 것이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랑]이라고 발음되는 그 추상적인 낱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종족보호본능.
그리고 집착.
대부분, 그 두 개를 그럴싸하게 합리화시키는 말로써,
인간이라는 동물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아들 딸낳고 오손도손 사는 종족보호.
영원히 너는 나에게만이라는 치졸한 집착.
그 것이 사랑인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이성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사랑을 보았다.


자신의 목을 조르는 그 손길마저도 구원일 수 있는 사랑 말이다.


....이곳 저곳에서, 나는 사랑이라는 말을 하루에 열댓 번은 더 듣지만,
내가 어린 날 보았던 그 장면과 같은 절실함은 아니다.


나는 사랑을 믿지 않지만,
그 개같은 것은. 분명히 사랑이다.
목을 조르는 그 따스한 체온아래 숨을 거두는것.



..세상은,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목적의식과 표리부동과 배신, 상처로 가득 차있다.
사랑따윈 해본 적도 없고 믿지도 않아.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개같은 사랑을 꿈꾼다.
언젠가....한 번 뿐이겠지만,
그 한 번으로 족하겠지...


 

어느 싸이트에서 퍼온 글에 약간의 수정을 가해서 올렸습니다~

Dana Winner -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황영희
    '07.3.15 10:37 AM

    아침부터 울컥 했습니다. 주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 그 사랑을 우리는 종족번식을 시켜가면서까지 만들어 놓고 그 것에 보답으로 죽음을 줍니다.. 정말.. 어휴,,

  • 2. Emile
    '07.3.15 12:28 PM

    .......
    목젖을 옥죄이며 눈물이 한동안,
    내곁에 엎드려있는 우리강지들 다시한번 안아줍니다.
    "누리야,단추야 생이다하는날까지 그선하고 사랑스런 눈빛 잃지않게 해줄께"

  • 3. 지원
    '07.3.15 3:36 PM

    그냥 생각만으로도 힘들어 끝내 다 읽지를 못하겠습니다
    저도 어린시절 그런 광경을 보았기에...개 그을리는 냄새가 너무 싫었고
    동네에서 조금 부족한 오빠가 있었는데...그 오빠가 그런일을 도맡았습니다
    그래서 그 오빠를 참 싫어라했던 기억...
    나중에 그 오빠가 미쳤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른들은 그동안 그런 못된짓을 해서
    그런거라 했었죠...(그런일을 시켰던 본인들이 말입니다)

    얼마전 가출한 저희집강아지가 몹시도 그립습니다
    어디서든 무탈하게 잘 살아줬으면 합니다 정말 무탈하게....

  • 4. gs sagwa
    '07.3.16 9:28 AM

    어제 아침에 읽었답니다.
    얼마나 울었나 몰라요.
    지금도 눈가에 눈물이 고이네요.
    너무 슬퍼요.
    저두 강아지 한마리를 5년째 키우는
    시골에서 사과를 키우는 40대 주부랍니다.
    너무 귀엽고 충성심이 강하고 총명한
    우리 강아지 생각하면
    너무 끔직하고 슬픈이야기네요.

  • 5. peacejung
    '07.3.16 5:26 PM

    정말 슬픕니다.
    그 불쌍한 개는 왜 주인이 불렀을때 내려왔을까... 바보같이....
    그 주인은 그렇게 충성심 강한 개한테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있었을까.....나쁜 사람...
    너무 불쌍합니다. 너무 불쌍합니다...
    주인을 향한 개의 사랑, 충성.....

    우리집 진돗개가 지금 17살인데 최근에 시력이 나빠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개들도 나이가 들면 시력, 청력이 나빠지나봐요. 볼때마다 불쌍해요.
    끝까지 함께하면서 잘해줄거예요.

  • 6. 보라별
    '07.3.17 5:24 PM

    온 몸과 맘이 떨리네요.....

  • 7. 홍천시골청국장
    '07.3.19 10:30 PM

    눈물이 나네요..
    어릴적 많은 누렁이들이 그렇게 갔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주인의 손에 그렇게 가는 누렁이들이 있겠지요.
    인간이란...
    정말...

  • 8. 이선희
    '07.3.23 11:41 AM

    눈물이 좌판을 안보이게 하네요.
    누렁이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 이게 바로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 아닐까요?
    가끔 tv를 통해 정말 세상에 저런 자식이 있을까 할 정도로 부모를 폭행하고 막 대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의 부모님들을 보면 멍이 들도록 구타를 당했어도 어느 누가 혹시 알까 두려워 혼자 아픔을 견디며 쉬! 쉬! 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
    아무리 못난 자식일지라도 혹 피해가 갈까봐...
    저도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예전에는 이해를 못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 9. 은조
    '07.3.23 11:47 AM

    오늘 아침 기사에 늙고 병들은 아버지를 술먹고 피투성이 되도록 패다가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에 송치된 사연이 나왔어요. 한두번이 아니였던 폭력. 참을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그래도 자식이 구속되는걸 바라는 부모가 어디있겠소?" 그리고 기자의 마지막 멘트.
    인간이 될수는 없지만 짐승만 못할수 없습니다...

    세상 모두다 내맘같지 않고, 배신하고 배신당하고, 하루종일 우울한 기분에 이유없이 눈물 많이 났습니다.그래도 난 아직은 개같은은 사랑을 꿈꾸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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