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운동을 마치고 장을 보러 갔었습니다.
운전을 못 하는 관계로 걸어서 낑낑대며 장 본 물건을 들고
빙판길을 피해서 조심 조심 천천히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제게 말을 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누구지?
돌아보니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고 있는 아주 나이 드신 할머니 한 분이
조그만 소리로 이야기하시더군요.
나도 젋었을 때는 그렇게 걸어다녔는데
잘 걷는 젊은이를 보면 너무 부러버서
그 순간 마음속에 갑자기 초록색이 너울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운동가서 읽은 책에서는
오십대의 중늙은이란 표현에서 마음이 막히고
아,내 나이가 벌써 중늙은이 소리를 듣는구나
나는 마음이 너무 젊은데 하고 기분이 묘했거든요.
요즘 읽고 있는 철학책에서 과연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볼 때
우리가 누구와의 관계로 우리를 고찰하는가에 따라서 우리가 얼마나 다양하게 파악될 수 있나에 관해
실체와 양태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는 중인데
오늘 두 가지 경험을 통해 철학이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를 가이드하고 있는 격이란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내겐 아무것도 행복의 조건이 없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누군가에겐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갑자기 힘이 넘치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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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서 도서관에 나가기 전의 짬을 내어
그림을 보는 중입니다.
시슬리라는 화가의 작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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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삼각산의 눈을 보고 마음이 동해서 눈에 얽힌 그림을 찾아서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촉박하여 그것까지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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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그래도 한 점 볼 수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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