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배조청 만들기
배가 많이 있거나, 저의 경우는 배가 한창 나오는 요즘 일부러 마른 흠이 있는 배를 상자째 사서 만들어두고 1년 내내 요긴하게 먹습니다.
1. 배를 껍질과 씨 째로 네쪽을 내어 솥(두꺼운 솥일수록 좋아요)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물은 한방울도 넣지 않습니다.(찜발 위에 걸쳐서 즙이 아래로 빠지도록 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솥바닥이 탑니다. 그냥 마구 솥에 담고 은근한 불에 오래 두면 배즙이 나와서 나중에는 배가 즙속에 푹 잠기게 됩니다)
2. 그 위에 약도라지, 은행, 생강 등을 얹습니다.
3. 약불에 한두 시간 두면 배에서 즙이 나옵니다. 즙이 어느 정도 나오면 불을 약간 높여서 북덕북덕 끓이입니다.
4. 재료들이 다 우러났으면 그대로는 너무 뜨거우니까 장갑끼고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식힌 다음 베주머니에 넣고 짭니다. 약간 뜨거워야 잘 짜집니다.
5. 건더기는 버리고 갈색으로 짜진 즙을 다시 불에 올려 이번에는 센 불에 졸입니다. 어느 정도 졸여져서 거품이 생기면 불을 줄이고, 또 굵은 거품이 올라오면 다시 불을 줄여서 물엿보다 묽다 싶을 때까지 졸입니다. 식으면 물엿농도가 되지요. 이것도 양에 따라서는 두 시간 이상 걸립니다.
6. 다 졸인 것을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 뜨거울 때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보관합니다.(실온에 보관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일부러 작은 주스병에 여러병 만들었는데 당도가 높아선지 밀폐가 되지 않아도 1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더군요. 큰 병에 든 것을 먹을 때 깨끗한 숟가락으로 덜어먹어도 괜찮은 것 같아요.
부재료의 양이나 걸리는 시간 등은 그냥 제 맘대로 상태를 봐가면서 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네요. 그냥 배만으로 해도 됩니다.
이 배조청을 기침감기에 걸렸을 때 그냥 수시로 떠먹는데 저도 경험해 보았고 저희 어머니, 아이들 모두 기침할 때는 이것만 먹습니다. 너무 달아서 뜨거운 물에 타먹어도 좋겠지만 전 귀찮아서 그냥 먹습니다.
많이 만들어두면 고기 요리에 이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생전 처음으로 레시피 같은 걸 써봤는데, 어이구, 보통 힘든 일이 아니네요.
여러번 들락거리면서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 이것을 조청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배를 엿기름에 삭혀서 달여야 조청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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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갈대
'05.10.21 4:06 PM영자님? 좋은정보 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 ^^
2. 가을에
'05.10.21 4:18 PM정말 만들어보구 싶었는데.. 내일은 만사 제쳐두고 함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 새벽동산
'05.10.21 4:53 PM저번 김영자님 리플 보고 저도 했어요...
조청정도의 농도보다는 좀 더 묽게...
곰솥에 한가득했는데....좀 큰 잼병에 한병도 안 나오더군요....
냄새나 맛은 조정 맛이 납니다...ㅎㅎ
덕분에 잘 만들었답니다..4. 빠샤빠샤
'05.10.21 10:02 PM감사드려요.
이렇게 긴글을 남겨 주셨네요. 잘보고 따라해볼께요. ^**^5. mamamia
'05.10.22 3:43 AM아, 저도 이거 넘 해보구 싶은데...
결정적으로 배가 없다는...OTL
가끔 큰 슈퍼에 가면 아시안 페어라고 한국 배 비스무리한 것이 있긴 있는데,
진짜 자라다만 애들같이 생겨서요...쬐끄만하고 색깔도 시푸르딩딩하고...값만 무쟈게 비싸고...ㅡ.ㅜ
서양배는 물도 별루 없고, 과육도 완전 오래된 사과마냥 퍽퍽하지 조청으로 만들지 못하겠죠? 슬퍼라...ㅜ.ㅠ6. june
'05.10.22 4:02 PMmamamia님 혹시 미국에 계시다면 Sam's에 배 있어요. 한국 수퍼보다 훨씬 싸고 맛도 괜찮아요. 전에 Lee님이 알려주셔서 요즘 배를 배부르게 먹고있다는....
그나저나 기침감기에 좋으면 해봐야겠네요. 약도라지를 어디서 구하나....7. 새길
'05.10.22 7:17 PM아.. 정말 좋네요. 기침에 좋다니 더 눈에 띄는데요.
참 배조청이라는 말이 정 맘에 걸리신다면^^ 배청이라고 하시면 딱 맞겠는데요?
도라지를 졸이면 도라지청, 매실은 매실청, 무청도 있고... 배청이 딱 맞는 이름이겠어요..
아.. 맛있겠다.....8. 장미영
'05.10.23 6:58 PM저희 아이가 기침이 심해서 해봤는데 처음 끓일 때 배에서 나오는 즙의 양이 어느 정도되나요
아무래도 저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배즙이 거의 나오지 않았거든요9. 헤스티아
'06.1.13 5:52 PM저는 슬로우 쿠커에 해요.. 배를 뎅강뎅강 잘라 넣어 놓고 [약]으로 해 두면 한나절 지나면 알아서 조청처럼 변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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