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뿌듯한 도시락담입니다.
주말 부부라서 항상 주말엔 모든 스케줄을 비워놓고 있었지요.
그런데 저번주는 남편이 당직이라 오랫만에 토요일 저녁 친구를 만나
정말 오랫만에 약간의 음주가무(?)를 즐긴후 친구를 꼬득여 저희 집에서 결혼사진 보면서
수다도 풀고...
일요일아침 느지감치 일어나 라면으로 해장^^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지요.
' 여보야..당신이 저녁 도시락 싸다주면 참 좋을것 같은데...힘들겠지?'
하는 애처로운 그 말에.. 그리구 남편 몰래 열심히 놀다온 미안한 마음에...
그만 약속을 하고 말았답니다.
라면먹고 퍼져있는 친구를 내쫒다 시피 보낸시각은 2시가 넘어서 였구..
적어도 여섯시엔 출발해야 했는데..해본적없은 다섯명분량을 도시락을...
후회막급에 눈앞이 깜깜했지만..
발등에 불 떨어지면 초능력을 발휘하는게 바로 제 삼십평생 살아오는 방식인지라..
이마트에 도착한 시각은 두시반이었구 정말 그렇게 빨리 시장본것두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합니다.
왜이렇게 사람은 많은지 쇼핑카트밀고 다닐 엄두두 나지 않아서 노란 바구니 들고
뛰어 아니 날아다니며 장을 본 시간은 정확히 25분 걸렸지요..ㅎㅎ
집에 도착한 시각은 3시 20분 이었구..
이제 부터 제 첫 도시락싸기 시작입니다.
대충 일순서를 정해야 했구..불쓰기두 순서를 정해야 했지요(일밥에서 한수 배운것이지요^^)
먼저 쌀부터 불렸습니다.
흰쌀밥 도시락은 좀 약한것(?) 같아 오곡밥을 하기루 했지요.
이마트엔 오곡식이 한팩에 한 7000원(8인분)쯤 하더군요..여기다가 찹쌀좀 섞고
집에 있던 고구만 하나를 큼직 큼직 잘라서 같이 불려 놓았습니다.
감자샐러드를 위한 감자와 달걀을 불위에 올리고,
고기 부터 재워야 했지요.
불고기 한근 사온것은 일단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간장,참기름,깨소금, 미림, 다진파와 마늘, 후추를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양파, 슬라이스된(참 편하더라구요) 표고 버섯과 쇠고기에 넣고 조물락거려 냉장실로 직행..
다음은 닭조림을 위해사온 닭봉에(한팩에 한 12개쯤 들었던것 같군요) 간장반컵, 설탕 5큰술에 미림.
저민마늘, 저민생강(시어머니가 주신 유리병 한가득 꿀에 저민 생강이 정말 요긴하답니다)
넣고 조물락거린후 냉장실로 보내구..
그사이 거의 타기 직전의 감자와 달걀은 꺼내 창가에 대충 식힌후
위생장갑으로 으깨기 한판(저는 이게 젤루 편하더군요)..
소금 후추 마요네즈로 간하고 달걀노른자는 도시락싼다음 뿌려주기 위해 빼놓구..
다시 냉장실로 보네구..
다음은 오늘의 메인디쉬 새우튀김 차례내요.
맘이 급해서 그런지 저번보다 튀김온도 맟추기가 쉽지 않네요.
아참, 닭조림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깐 먼저 불에 올리구 센불에 간장이 부르르 한번끓으면
일단계로 조리기 시자악..
불린쌀두 쿠쿠 잡곡버튼 누르고 밥하기 시작했는데 물맞추기가 관건인데
애라 모르겠다..그냥 대충 올렸습니다.
급한 마음에 불이 좀 세었는지 피같은 새우한마리(16마리에 거의 이만원가까이 했지만
신랑 체면두 있구 해서리 한턱 썻습니다..신랑 기살리기 한판)를 희생 시킨후
바삭히 두번 튀겨 눅눅해질까 바람한번 쏘여주고..
앗 떡밥입니다...제가 궁금해요에 올렸던게 바로 이 대목이었네요..^^
덴밥한번더해서 섞을 요량으로(눈가리고 아웅이지요) 불리지 않은 오곡으로 다시 얼른
밥앉히고..(나중에 보니 밥다시 않했으면 양이 많이 모자랗겠더라구요..)
휴우우...느껴 지실지 모르겠지만 결혼 8개월차 초보주부의 도시락싸기는 정말 바빳답니다.
불고기 불에 올린시간은 거의 다섯시 반이었답니다.
뚜껑 닫아 센불에 올려놓고 해놓은 것을 용기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감자샐러드은 작은용기 두개(지퍼락과 래이드 밀폐용기가 좋더군요.)에 나누어 담고
빼놓은 노른자 체에 쳐서 색깔두 내구..
브로컬리 살짝 데쳐 놓은것으로는 큰용기 가장자리에 모양내구 나서
쌓아 놓으면 눅눅해 질까봐 새우은 여덞마리씩 용기두개에 나눠담았습니다.
닭조림은 땅콩을 칼 꽁무니라 빻아서 좀 뿌려주구
불고기는 용기에 담고 통깨로 마무리..
정말 남주기 아까운 울엄마의 김장김치(김치 냉장고 아랫칸에 신주단지처럼 모셔놓았던)도
넉넉히 담고..
약간 덴밥과 떡밥을 대충섞으니 쓸만 하던걸요?...ㅎㅎ
밥공기 만한 용기에 6개에 나누어 담고..
양상치와 방물토마토 브로컬리 남은거 섞어 오뚜기 간장드레싱 얹어 간단히 샐러드 하나 담고
국물이 없어 빡빡할까봐 아까 끓여 식혀 놓은 보리차두 큰 물병에 담고(생수보단 낮겠지요?..)
혜경님표 볶은 고추장(엊그제 만들어 놓았지요)에 간장두 락앤락 작은데 담고..
이정도면 그래두 그림이 좀 되겠지요?..
땀범벅인 얼굴에 메이크업베이스 대충바르고 파우더치고 립스틱만 바르고..
원채 싫어하는 향수지만 않뿌릴수 없었지요..허걱..지금생각해두 찜찜하지만
꽃단장할 시간은 정말 없었습니다..
그래두 처음 뵙는 직장 동료들한테 밥하다 뛰어나온 마누라는 쫌 아닌것 같아 향수좀 썻네요..
맛있게 먹었습니다..정말루...급한 맘에 한 음식이라 맛이 날까 싶었는데..
시장이 반찬이라(의도된 바는 아니었지만 ) 다들 정말 맛있게 드시더라구요..
남편이 그러더군요..장모님 오신건 아니지?..
정말 뿌듯하구 자랑스러워 했구..저두 으쓱했지요..
요리를 이맛에 하는거구나...늘 여기 들어와 남의 살림 엿보기만 했지 살림다운
살림 해보지 않은 저였지만 이젠 쬐금 자신감이 붙네요..^^
씽크대 한가득 설겆이를 뒤로한채 잠이 들고
월요일날 조금, 그리구 오늘 직장 세미나 발표인 관계루 어젠 날밤새구..
오늘에서야 모든 뒷정리와 주말에 미뤄 놓은 청소두 하구..
이렇게 글쓰면서 정리합니다.
지금까지 초보주부의 도시락담이었습니다..
칭찬좀 해주세요..ㅎㅎ
- [요리물음표] 오곡밥이여.. 6 2003-06-10
- [키친토크] 뿌듯한 도시락담입니다... 13 2003-06-11
1. 김혜경
'03.6.11 9:22 PM칭찬해드리고 말고요. 대단하십니다. 저라도 그렇게는 못합니다. 정말 잘하셨어요.
2. natukasi
'03.6.11 9:32 PM8개월차라셨는데...혹시 사기친거 아니신지...ㅋㅋ
cocoa님의 탁월한 센스, 솜씨, 노련한 손놀림이 그려지네요...
시장하지 않았아도 그 도시락 맛있었겠어요.
밥하다 뛰어나온 마누라티 안내려고 향수뿌렸다는 대목에서 안웃을수 없었네요..공감하며....3. 김새봄
'03.6.11 9:48 PM와우~ 놀랍습니다.정말로 놀라워요.
도시락을 받은 남편분의 표정도 않봐도 보이구요.
또 남편분을 생각하며 바쁘게 움직이신 코코아님 모습도 상상이 갑니다.
마구마구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8개월차..부럽습니당..4. 김현주
'03.6.11 9:51 PM대단하십니다.어떻게 그 짧은시간에 정성이 가득담긴
도시락을.... 진짜 8개월 맞아요?
향수로 마무리 깔끔합니다.ㅋㅋ
근데 덴밥은 뭐고 떡밥은요.
제가 몰라도 넘 모르죠...5. 세실리아
'03.6.11 10:06 PM아웅, 너무너무 훌륭하세요!! 짝짝짝!!!
남편분이 감격의 눈물 흘리셨겠어요 정말 ^^6. cocoa
'03.6.11 10:16 PM과찬의 말씀들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말한마디보다... 오히려 님들의 글에 이렇게 행복한 이유를..
고맙습니다..^^7. juju
'03.6.12 1:10 AM8개월이면 저랑 똑같은데... 훌륭하십니다.
저는 도시락 싸볼까 하다가, 포기한적만 두번입니다..8. 김효정
'03.6.12 10:00 AM와~ 놀란 입이 다물어지질 않네요.
정말 8개월차 맞으세요?
글을 읽다가 불고기와 닭조림이 메인인줄 알았는데 거기다 새우튀김까지?? @o@
남편분 정말 으쓱하셨겠어요.
저는 꿈도 못꿀 일이네요. 존경스럽습니다~9. 지네네
'03.6.12 11:47 AM우와~~ 머찌십니다,정말^^ 저두 언젠가는 그렇게 함 해보겠지여?? ㅎㅎㅎㅎㅎ
그렇게 빠른시간내에 해내다니 대단하십니당^^10. 나혜경
'03.6.12 11:51 AM정말 숨이 차네요.
훌륭하시옵니다.
juju님, juju님도 잘 하실거 같은데요....11. 데이지
'03.6.12 1:26 PM저도 8개월찬데.. 왜 이리 차이가 나는겁니까?
하여간 고생하셨네요..
대단해요^^12. 김지연
'03.6.12 2:42 PM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기 죽습니다. - 결혼8년차 -13. 비아
'04.5.6 3:08 PM멋지다..
저도 함 해보고싶은데...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추천 |
---|---|---|---|---|---|
41087 |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5 | 코코몽 | 2024.11.22 | 1,689 | 0 |
41086 |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5 | ··· | 2024.11.18 | 8,882 | 4 |
41085 |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28 | Alison | 2024.11.12 | 12,039 | 5 |
41084 | 가을 반찬 21 | 이호례 | 2024.11.11 | 9,386 | 2 |
41083 |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 필로소피아 | 2024.11.11 | 7,483 | 2 |
41082 |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 백만순이 | 2024.11.10 | 8,078 | 2 |
41081 |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 행복나눔미소 | 2024.11.08 | 3,266 | 4 |
41080 | 바야흐로 김장철 10 | 꽃게 | 2024.11.08 | 5,397 | 2 |
41079 | 깊어가는 가을 18 | 메이그린 | 2024.11.04 | 9,723 | 4 |
41078 |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 차이윈 | 2024.11.04 | 8,323 | 6 |
41077 |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 라일락꽃향기 | 2024.10.31 | 7,329 | 2 |
41076 |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 주니엄마 | 2024.10.29 | 9,955 | 6 |
41075 |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 모하나 | 2024.10.29 | 7,128 | 2 |
41074 |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 은초롱 | 2024.10.28 | 6,466 | 5 |
41073 | 오랜만이네요~~ 6 | 김명진 | 2024.10.28 | 6,109 | 3 |
41072 | 혼저 합니다~ 17 | 필로소피아 | 2024.10.26 | 6,117 | 4 |
41071 |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 방구석요정 | 2024.10.26 | 5,071 | 3 |
41070 |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 꽃게 | 2024.10.22 | 10,008 | 4 |
41069 |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 은초롱 | 2024.10.22 | 5,608 | 2 |
41068 |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 | 2024.10.22 | 8,448 | 5 |
41067 |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 Alison | 2024.10.21 | 5,988 | 7 |
41066 |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 602호 | 2024.10.20 | 3,437 | 2 |
41065 |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 꽃게 | 2024.10.20 | 6,178 | 6 |
41064 |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 항상감사 | 2024.10.20 | 4,115 | 4 |
41063 |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 은초롱 | 2024.10.16 | 7,796 | 2 |
41062 | 여전한 백수 25 | 고고 | 2024.10.15 | 7,435 | 4 |
41061 |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 18층여자 | 2024.10.15 | 8,410 | 3 |
41060 | 요리조아 18 | 영도댁 | 2024.10.15 | 5,458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