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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우탕탕탕 시리즈 - 생선눈알 조심하세요.

| 조회수 : 17,144 | 추천수 : 7
작성일 : 2022-05-17 14:18:19

글이 너무도 안올라와 우당탕탕 요리사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스파라거스로 시작합니다.


요즘 아스파라거스가 아주 좋아요.

안떨어뜨리고 계속 사두고 먹는 중입니다.

부모님이 아스파라거스 심으셨으면 좋겠어요.

네, 철없는 늙은 딸 걔 맞습니다.



아스파라거스가 있으면 청소년 아침 이렇게 줍니다.

가니쉬 아니고 아스파라거스가 메인입니다.

아스파라거스, 줄기콩 이런거 좋아하는 청소년 키워요.

소시지도 베이컨도 없는 날엔 스팸 한조각으로 짭짤한 단백질 구색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토마토는 씹어먹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요즘은 갈아서 줍니다.

탄산수와 알룰로스 조금씩 넣고 믹서기 돌립니다.

청소년은 저렇게 차려주고 저는 앉아서 먹을 시간은 없어서 서서 믹서기통 들고 마십니다.


잘 나가다가 삐끗한 날.

파슬리 뚜껑 반대로 열어서 들이부었습니다.

입안 꺼끌거릴까봐 다급히 덜어낸 흔적이 남았습니다.


아스파라거스 농사는 짓지 않으시는 부모님의 여름 채소 수확이 벌써 시작되었습니다.

부추는 열심히 전 부쳐먹었어요.

부침가루는 부추들 엉겨붙을 수 있는 만큼만 조금 넣고 순전히 부추만 몽땅 뜰어간 부추전입니다.

향긋하고 바삭하고 맛있습니다.


이때 청소년 시험기간이었어요.

청소년이 남의 다리류 좋아해요.

닭발, 족발, 우족, 도가니, 쭈꾸미, 낙지 등등.

시험 첫날 먹기 간편하라고 쭈꾸미 볶아서 밥에 올려주었습니다.



시험둘째날은 힘나라고 닭볶음탕 했어요.

닭다리만 사서 했는데 압축팩에 들어있던 닭다리를 무시하고 두팩이나 뜯었더니 도합 다리가 14개...

고구마도 양파도 양배추도 당근도 넣고 싶은데...

중간에 냄비 바꿨습니다. 설거지 두배.


건져먹기엔 냄비가 너무 깊어 덜어먹었습니다.


시험 셋째날은.. 없습니다.

마지막 날이잖아요. 좀 알아서 먹자.


부추와 더불어 상추가 공수되기 시작합니다.

쌈싸먹으려고 강된장 끓였는데 강된장이 삼삼해서 상추와는 별로 안어울렸어요.

조만간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뭐.. 비빔면이나 고기가 되겠지만요.


부모님, 언니들과 4월에 제주여행을 갔다가 고사리를 끊어왔어요.

엄마가 삶고 말려서 가져다 주신 고사리.

병어와 조림을 해먹기로 합니다.

그냥 냉동실에 있는 조기를 쓸 것이지...

생선 눈알 조심하세요.

마트에서 배달을 시켰는데 얘랑 눈이 마주친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것을 깨달았어요.

내장도 들어있는 온전한 형태의 물고기라니....엉엉

자세한 과정은 생략합니다.

이거빼고 저거빼고 뺄거빼고 냄비에는 성공적으로 들어갔습니다.

'생'생선의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얼른 익으라고 강불을 켰는데 갑자기 화장실 신호가 오는 거예요.


두번째 실수.

급한불만 끄고 오자하고 화장실엘 갔는데 생각보다 길어진 볼일.

돌아와보니


사건의 현장.

바닥에도 다 튀었어요.엉엉

놀라운 사실은 병어고사리 조림에 얽힌 실수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


완성샷.

느껴지시나요? 쫄깃한 고사리의 식감. ㅎㅎ

엄마가 해주시던 통통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고사리조림은 하룻밤 불리고 삶기까지 하신거라는 걸 이번기회에 배웠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 에피소드로 넘어갑니다.

언니가 맛간장을 만들어서 조금 덜어주었어요.

써보고 괜찮으면 더 주겠다고.

어묵볶습니다.

볶아도 볶아도 색도 맛도 나지 않는 이상한 맛간장.

계속 들이 붓는데 갑자기 병안에서 뭔가 동글동글한 것들이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쫘악.


왼쪽이 언니가 준 맛간장, 오른쪽은... 올리브입니다.

뚜껑에 라벨까지 해서 줬는데도.

다행히 뒤늦게라도 맛간장으로 심폐소생 시켰습니다.


나름 어묵볶고,감자볶고,계란까지 마느라 맛간장 병인지 올리브 병인지...

그래도 결론은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맛있더라구요 언니표 맛간장.

그래서 끓입니다.

간장으로 간 하는 요리 미역국.

미역국 끓이고 있다는 내말에 언니왈.

설마 맛간장으로 간하고 있는건 아니지?

그걸 왜 이제 말해....

진간장으로 다시 심폐소생.

짭짤,달달한 미역국잘 먹었습니다.


맛간장도 맛간장인데 최근들어 자꾸 요리를 하면서 뭔가 하나씩 빼먹는 일이 많아졌어요.

간장된 끓이면서 고춧가루를 안넣고, 떡볶이 하면서 간장을 안넣고, 부대찌개 하면서 치즈 안넣고..

그래서 요즘은 요리하기 전에 재료와 양념들 다 꺼내놓고 시작하려고합니다.


이래도 종종 놓치고 있는 재료가 있는 것은 그냥 나이탓을 해볼까 합니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아직도 주방에서는 우왕좌왕 우당탕탕 해가며 그래도 열심히 해먹고 살아보려고 합니다.


글 안올라오면 죽지도 않고 다시 돌아옵니다.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챌시
    '22.5.17 2:57 PM

    와주셔서 반가워요. 추천부터 꾹~
    병어고사리조림 제 마음에 저장!!
    남쪽 바닷가 출신이셨던 할머니께서 조그만 뚝베기에 보글보글 끓여 상에 올려주시던 음식 이에요.
    병어 또는 조기로 해주셨죠. 짭쪼롬 하고,,향긋한 그 냄새가 기억나네요. 할머니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우당탕탕은 제 주특기인데,,ㅋㅋㅋ 잦은 실수들 이야기로, 더 정겨워요.

  • 18층여자
    '22.5.17 3:11 PM - 삭제된댓글

    첼시님의 따듯한 기억에 우당탕탕을 한스푼 끼얹은 기분이네요. ㅎ
    사실 왜 병어였냐면요
    제주여행 출발전에 큰언니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언니가 밥을 두끼나 해주었는데
    병어를 구워주더라구요.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언니네 시어머니 살아계실때 제삿상에 올린 병어를 깊숙히 넣어두었다가 사위상에만 꺼내시더래요. 매번.
    인색하시거나 경우없으신 분이 아니셨는데 왜그러셨는지 ㅎㅎ
    나름의 한이 서린 생선이어서 자주 사먹는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병어에 꽂혔던것 같아요.

  • 18층여자
    '22.5.17 3:12 PM

    첼시님의 따듯한 기억에 우당탕탕을 한스푼 끼얹은 기분이네요. ㅎ
    사실 왜 병어였냐면요
    언니집서 밥을 먹는데 병어를 구워주더라구요.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언니네 시어머니 살아계실때 제삿상에 올린 병어를 깊숙히 넣어두었다가 사위상에만 꺼내시더래요. 매번.
    인색하시거나 경우없으신 분이 아니셨는데 왜그러셨는지 ㅎㅎ
    나름의 한이 서린 생선이어서 자주 사먹는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병어에 꽂혔던것 같아요.

  • 2. 항상감사
    '22.5.17 4:38 PM

    병어고사리 조림 폭탄, 사진만 봐도 스트레스가... 저걸 언제 다 닦아ㅠ 내일은 저도 아스파라거스로 아침 차려볼랍니다^^

  • 18층여자
    '22.5.18 8:40 AM

    얼른 잊어버리려고 냄비 다른 화구로 옮기고 뜨거울때 바로 닦았답니다.
    계속 보면 저도 스트레스 받을것 같아서요.
    뭐 고사리때문에 다시 머리를 쥐긴 했지만
    냄비 올려놓고 화장실 가면 안된다. 체득한걸로 되었습니다.

  • 3. 솔이엄마
    '22.5.17 4:55 PM

    ㅋㅋㅋ 맛간장대신 올리브국물! 들어간 어묵볶음 맛이 궁금해요.
    생생한 고사리는 사진보고 막 웃었어요~
    즐거운 소식과 잼난 이야기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고3 엄마하느라 괜스리 바빠서 소식 못전했네요.
    중간에 고3이가 코로나도 걸리고해서ㅜㅜ
    조만간 소식 전하러 올께요.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저는 수업하러 갑니당~

  • 18층여자
    '22.5.18 8:42 AM

    무슨 맛이 느껴질법도 한데 정말 아무맛도 안났어요.
    올리브 우린 국물이니 몸에는 좋으려니.... 지중해식 어묵볶음이려니... 하고 먹었습니다.

    안그래도 솔이엄마님 고3밥상 왜 안올라오나 궁금하고 기다려지던 참이었어요.
    기약 주셨으니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 4. juju
    '22.5.17 7:48 PM

    제가 바빠서 18층에 내려가지 못하는 동안(저는 19층 여자^^) 이렇게 맛난 음식을 해드셨군요~ 저는 생닭 속에 손 넣어 깨끗이 씻는 것도 하고 살아있는 전복 손질도 거침없이 하는데 생선은 이상하게 만지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손질해준 생선 씻어 요리는 하는데 몇년전 제 팔뚝만한(제 팔뚝 진짜 굵은데;;;) 생선을 남편 친구가 몸보신하라고 낚시 후 살아있는 채로 갖다준 걸 너무 괴로워하다가 동네 단골 생선가게 사장님께 부탁해서 겨우 손질해왔던 경험이 있네요. 생선머리만 집에서 제일 큰 냄비를 가득 채웠어요;;;

  • 18층여자
    '22.5.18 8:48 AM

    병어는 그나마 내장이 다른 생선에 비해 적은 편이라고..

    낚시...팔뚝..살아있...
    아...몸보신이라니

    다이나믹 19층이군요.
    몇년전이시라지만 그래도 애쓰셨어요

  • 5. 긍정의힘
    '22.5.17 9:55 PM

    재미난 글에 한참을 웃었어요. 덕분에 냉장고에 있는 아스파라거스도 생각났고 마약계란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까지 발동합니다.

  • 18층여자
    '22.5.18 8:51 AM

    ^^
    사실 맛간장 아니어도 맛있는 마약계란.
    저는 반숙 좋아해서 반 가르면 노른자가 주루룩 흐르는 정도로 삶아요.
    그래서 많이 못 만들고 한두끼에 다 먹을 정도양만 해서 먹어요.

    밥위에 볶은 아스파라거스, 마약계란 올리면 한그릇 요리 뚝딱이겠는데요

  • 6. 소년공원
    '22.5.18 10:51 PM

    깜빡깜빡 저도 그런 실수 자주 해요.
    갱년기 증상인가 싶어요 ㅎㅎㅎ
    그래도 올리브 국물은 어묵과 맛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
    부추 많이 들어간 부침개 한 젓가락 얻어먹고 싶어요!

  • 18층여자
    '22.5.19 11:38 AM - 삭제된댓글

    재료와 양념 미리 늘어놓아도
    사실 첫번째 재료사진에서는 설탕이 빠졌고
    두번째 사진에서는 참기름이 빠졌답니다.ㅎㅎ
    정말 정신머리 어쩜 좋아.

    제가 계속 간장의 짠맛만을 기대하며 간을 보아서인지 정말 아무맛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얼른 맛간장으로 덮어버렸지요.

  • 18층여자
    '22.5.19 11:41 AM

    재료와 양념 미리 늘어놓아도
    사실 첫번째 재료사진에서는 설탕이 빠졌고
    두번째 사진에서는 참기름이 빠졌답니다.ㅎㅎ
    정말 정신머리 어쩜 좋아.

    제가 계속 간장의 짠맛만을 기대하며 간을 보아서인지 정말 아무맛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차승원식 네이밍 기법으로
    '지중해식 어묵볶음'이라 생각하려구요.

  • 7. 샤라라
    '22.5.19 1:53 AM

    맛간장과 올리브 색깔과 병 모양 똑같아요..ㅠㅠ...
    어묵볶음에 올리브기름 좔좔 흘러서 더 고소했을거 같아요.

    중간에 오이소박이 맛나보여서 침 삼켰어요.

  • 18층여자
    '22.5.19 11:40 AM

    양념과 소스류를 냉장고 맨 윗칸에 올려두는데 저리 비슷할 줄이야...
    맨윗칸에 있으니 뚜껑에 해준 라벨도 무쓸모였어요.

    오이소박이로 보신것 아마도 대파김치일거예요 ㅎㅎ
    저희 엄마가 은근 김치유행에는 민감하셔서 담아주신 대파김치예요.
    개운하고 달짝지근하고 좋았어요.

  • 8. 날개
    '22.5.19 11:24 AM

    제가 한동안 못왔는데 강력한 뉴페이스 이신가요? 18층여자님 글에 위트와 유머가 넘치시네요.넘 재밌게 읽었어요.비록 한두가지 실수를 하신대도 열정적으로 음식해서 가족들 먹이시는거...존경스럽습니다^^

  • 18층여자
    '22.5.19 11:45 AM

    네, 강력한 뉴허당입니다.

    보글보글 요리해서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날도 얼마남지 않은것 같아요.
    아이가 어릴때 육아의 힘듦보다도 빨리 지나가는 아기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었는데
    청소년기에 이르고 보니 벌써 같이 앉아 밥먹는 일도 쉽지 않더라구요,
    열심히 해 먹이고, 먹어보려고 합니다.

    과분한 말씀 감사합니다.

  • 9. 바다
    '22.5.20 9:49 AM

    처치 못한 아스파라거스 베이컨 말이 해서
    먹어야 겠어요 .고기 구이 보니 생각이 ..
    마침 내일 토요일 이라
    별식으로 잘 되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 18층여자
    '22.5.23 8:26 AM

    별식 맛있게 드셨나요?
    고기 기름과 참 잘 어울리지요^^

  • 10. 주니엄마
    '22.5.24 10:52 PM

    스테이크 먹음직스러워서 군침흘렸어요 ~~

    다양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만큼이나 재미난 스토리
    혼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 18층여자
    '22.5.25 8:37 AM

    고기. 참 옳습니다.
    갈비살을 길죽한채로 한줄씩 랩핑해두고 이도저도 귀찮을때 굽습니다.

    주니엄마님의 여름채소는 시작되셨나요?
    요즘 날이 참 가물어서 이래저래 농사준비가 어렵다던데

    비오는 날 꼭 주니엄마님 나무향 가득한 펜트리에서 마시는 커피이야기 꼭 올려주세요.
    비소식과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 11. 잠못드는밤
    '22.5.27 7:19 PM

    댓글은 거의 안 남기는 사람인데... 글이 넘 재미있어요^^ 팬이 되었습니당~~

  • 18층여자
    '22.5.30 8:37 AM

    저도 다른 분들 밥상구경하며 가끔 댓글만 달다가 15년쯤 되니 글이 써지더라구요.
    다음에도 꼭 댓글 써주세요.
    15년 후에도 82는 이 자리에 있을것 같으니 그 안에 저도 잠못드는밤 님의 밥상 구경하고 댓글 달 수 있겠지요.

  • 12. Alison
    '22.5.30 12:15 AM

    음식들이 참 맛있어보입니다!

  • 18층여자
    '22.5.30 8:38 AM

    우당탕탕해도 금방 볶고 끓여낸 정성발로 먹히긴 합니다.ㅎㅎ
    아! 그래서 제가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오는 반찬을 잘 안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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