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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낙엽 사용설명서-저무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 조회수 : 7,890 | 추천수 : 6
작성일 : 2020-11-15 15:24:03
가을에 태어난 여자는
저무는 가을이 아쉽기만 합니다.


 산책길에 만난 떨어진 나뭇잎을 집에 들여
다만 며칠간이라도 내 것 삼아보려고요.



깨끗이 씻어 말려놓으니 참 어여쁘네요. 

홍시를 잘라 얹으니 더욱 가을 가을 합니다.



딱딱한 대봉감, 빠르게 말랑한 홍시로 만드는 방법 다들 알고 계시나요?

-소주(알코올)를 꼭지에 발라 서로 붙지 않게 세워 뚜껑 덮어 두거나 바구니나 박스에 신문지 깔고 감 사이사이 사과 한두 개 두고 위에 신문지와 뚜껑 덮어 두면 쉽고도 빠르게 순차적으로 홍시가 된답니다.

호되게 앓았던 작년 가을 그렇게 익힌 수많은 감들이 저를 살려냈어요.



홍시 만들어 먹는 재미에 그만 매년 매달던 곶감만들기도 잊고 말았죠.

바람에 말려 반건시로 만들거나 반건시를 밀봉하여 꽁꽁 얼린 채 겨울을 나는 동안,



이토록 하얀 분이 일어나는 진짜배기 꿀맛 곶감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에요.

오늘이라도 곶감용 땡감 주문을 넣을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엊그제는 이쁘게 물든 낙엽을 깔고 그 위에 김밥 도시락을 올려 봤어요.

제 김밥엔 시판 단무지나 우엉이 안 들어 갑니다.

대신 집에서 만든 무장아찌나 오이장아찌를 짠기 빼고 쓰지요.

가뜩이나 맛있는 집 김밥이 무한정 들어갑니다.

살찌는 지름길임에도 자꾸자꾸 먹고 싶어 자주 싸는 김밥, 


TV에 나온 부추 달걀말이 김밥을 흉내 냈다가 제발 평범하게 싸달란 하소연을 듣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김밥을 하려고만 들면 실험정신이 발동해 변형을 거듭하게 된단 말이죠. (실은 다른 음식들도 그래요.ㅋ)



아픈 아들을 돌보느라 추석 명절 친정에도 못온 동생이 안쓰러워 산더미처럼 김밥을 말아갔다가 마음이 아파 눈물짓기도 하고,



아빠가 좋아하셔서 명절이나 생신 마다 만드는 냉채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해가게 될까 생각하니 또 울컥.


그뿐인가요.
친정엄마가 싸 보내주신 고기로 LA갈비를 재어 굽다가도,



또 소갈비를 만들거나



동그랑 땡을 넣어 퓨전요리(라고 우겨보는) 햄버거를 만들면서도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연약한 부분들 때문에 마음이 아리고는 했지요.

그래도 이런저런 재료 넣고 비빔밥을 썩썩 비벼 먹으며 애써 씩씩한 척을 하고 봅니다. (전 맏딸이자 큰언니요, 큰누나니까요.)

비빔밥 하니 생각나는 나의 마지막 낙엽 사용설명서는...


바로 요맘때 자주 해먹게 되는 파래무침을 넣어 만든 파래무침 비빔밥.



청정지역 태백 한우로 만든 육회로 육회 비빔밥을 만들기도 했고,



이도 저도 없을 땐 요즘 한창 맛있는 무로 생채를 만들어 무생채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으니



제가 비빔밥을 좋아하긴 하네요.

무생채는 김치가 똑떨어져 만들었는데



그외에도 파김치나 무말랭이 김치,



고추지(장아찌)와 봄동 겉절이 같은 것들을 김치 대용으로 해 먹었답니다.

김장 김치는 친정엄마가 동네분들과 어울려 함께 하시는 바람에 조만간 가서 받아오기만 하면 되거든요.

덕분에 요즘 냉장고 비우느라 김치 대용품만을 조금씩 해먹고 살아요.

가는 가을이 아쉬워 색 예쁜 낙엽들인 이야기를 하다보니,



오늘이 추수감사절이군요.

어제 샐러드를 하려고 꺼내둔 과일에 이런 장식을 하고 추수감사절 장식 같다며 사진까지 찍어두신 울 집 냥반,



사진을 보니 진정한 낙엽 사용은 이분이 하신 것 같네요.

모두들 힘든 와중에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소중한 분들과 추억 많이 쌓으시길...^^

여전한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혹 레시피가 궁금하시면... 

왕언냐*^^* (wwwnoel)

저도 일하면서 밥해먹는 아줌마예요. 많이 배우겠습니다.^^ 곰세마리 집으로 놀러오세요. http://wwwnoel.blog.me/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oshidsh
    '20.11.15 7:48 PM

    덕분에 저도 가을 정취에 흠뻑 젖어들었네요.
    사진 감사합니다.
    풍성한 가을 보내시기 바랄게요

  • 왕언냐*^^*
    '20.11.16 10:16 AM

    따뜻한 댓글에 기운이 납니다.
    나이들수록 지는 계절이 아쉽고... 또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사랑을 전합니다.

  • 2. 테디베어
    '20.11.16 10:37 AM

    오!! 낙엽 사용설명서 너무 잘 봤습니다.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보는 듯 합니다.
    가을가을 밥상입니다... 김밥도 비빔밥도 다 맛있겠습니다.
    따뜻하고 건강한 환절기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왕언냐*^^*
    '20.11.20 9:39 PM

    정다운 테디베어님,
    이 가을이 떠나는게 아쉬웠는데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날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네요.

  • 3. 천안댁
    '20.11.16 10:44 AM

    사진 한장 한장에서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김밥 좋아해서, 김밥이 눈에 띄기도 하고,
    요즘 파래무침을 자주해서 파래무침비빔밥도 해보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이네요~~~

  • 왕언냐*^^*
    '20.11.20 9:40 PM

    천안댁님의 댓글이 더 따스합니다.
    감사해요. 김밥도 파래무침도 같이 나눠먹고 싶군요.

  • 4. 해리
    '20.11.16 11:32 AM

    세상에! 낙엽과 음식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네요.
    창의적인 음식들 정말 아름답습니다!

    저도 큰딸 큰언니 큰누나인데 큰 자식 노릇 한 번 못하고 거꾸로 부모님, 동생들에게 받기만 하고 있어요.
    왕언냐 님 글과 사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왕언냐님과 가족분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왕언냐*^^*
    '20.11.20 9:43 PM

    해리님, 축복의 말씀 감사합니다.
    해리님도 맏이시군요.
    큰 자식 노릇 저도 잘 못해요.
    다만 늘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맏이는 맏이로 낳아지고 길러지는것 같아요.
    전 아직도 자라는 중이랍니다.

  • 5. Harmony
    '20.11.16 1:57 PM

    댓글쓴게 날아가서 다시 써요.ㅜㅜ

    낙엽 너무 이쁘네요.
    음식마다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고.. 데코가 예술입니다.
    일본의 어떤 마을에서 ( 낙엽이 이쁜 마을이겠죠? )마을공동으로
    채취해서 냉동했다가 택배하는 곳이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도 있을까요?
    이런 이쁜 낙엽 고이 냉동 보관했다가 음식점에 보내주는 사업하면
    대박나지 싶어요.^^

  • 왕언냐*^^*
    '20.11.20 9:45 PM

    댓글쓰신게 날아 갔다니 넘 아까와요.
    산책길에 만난 낙엽이 너무 예뻐서
    지나치질 못하고 담아왔는데 참 잘한일 같아요.
    이렇게 좋은 분들과 소통하게 되었으니까요.

  • 6. 쵸코코
    '20.11.16 2:10 PM

    어쩜 그리 예쁘게...
    잘 보고 저도 흉내 내보는 기회를 만들어야 겠어요. ^^

  • 왕언냐*^^*
    '20.11.20 9:46 PM

    쵸코코님, 그러세요.
    저보다 더 잘하실꺼예요.
    꼭 만드시고 올려주세요.

  • 7. 고고
    '20.11.16 11:28 PM

    제가 욱회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울동네 육회하는 집은 거의 다 돌아봤습니다.

    집에서 해먹어도 되는 거군요.ㅎ(기운 빠짐^^)

  • 왕언냐*^^*
    '20.11.20 9:48 PM

    재주 많으신 고고님이 육회를 하심
    저보다 더 맛나게 하실텐데요. ^^
    저흰 대식가라 육회를 밖에서 사먹었다간
    기둥뿌리 뽑혀서 늘 집에서 해먹는답니다.

  • 8. 비타민
    '20.11.17 12:17 AM

    낙엽도 예쁘고 김밥도 예쁘고 ‥음식들이 다 맛나보입니다
    올가을 더 행복하세요

  • 왕언냐*^^*
    '20.11.20 9:48 PM

    비타민님, 따쓰한 마음 감사해요.
    비타민님도 행복하시길...

  • 9. 소년공원
    '20.11.17 2:39 AM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집에서 15년을 살면서 이렇게 예쁘게 장식에 활용할 생각은 못해봤네요 저는 :-)
    올해 가을 부터는 더이상 낙엽 치우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감상하는 낙엽이 뒷마당에서 직접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예뻐요 ㅎㅎㅎ
    비빔밥 한 그릇 얻어 먹고 싶습니다!

  • 왕언냐*^^*
    '20.11.20 9:50 PM

    제가 참 좋아하는 소년공원님,
    이웃에 사시면 같이 비빔밥도 나눠먹고
    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수다도 맘껏 떨어볼텐데...
    마음만으로도 벌써 기분이 좋아집니다.

  • 10. 예쁜솔
    '20.11.17 12:54 PM

    음식 하나하나에 가을이 풍성합니다.
    가을의 고운 빛이 가득하네요.
    옛날에 엄마가 가을마다 창호지 다시 붙이시며
    아기 손같은 빨간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을
    창호문살 사이사이에 넣어주시면
    일년 내내 그 이쁜 잎을 감상하곤 했는데...
    왕언냐 님은 낙엽을 식탁으로 불러들이셨네요.

  • 왕언냐*^^*
    '20.11.20 9:52 PM

    어머나 창호지에 은행잎이며 단풍잎 붙이는 풍경, 저도 종종 봤었답니다.
    외할머니댁에서, 또 예전 친정집에서도요.
    예쁜솔님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그 마음이 더 아름다와요.
    감사합니다.

  • 11. 챌시
    '20.11.17 5:55 PM

    아..퇴근직전 들어오질 말았어야 하는건데..아흑. 배고파용
    무생채 비빔밥, 들기름 두르고, 한수저 먹고싶네요.

  • 왕언냐*^^*
    '20.11.20 9:54 PM

    챌시님 무생채 비빔밥, 집에서 꼭 드셔보세요.
    질리지 않는 순박한 맛이랍니다.
    들기름 두른다는 챌시님의 표현을 보니
    저도 그만 먹고싶어져서 조만간 또 해먹어야겠어요. ㅎ

  • 12. 수니모
    '20.11.19 5:30 PM

    해마다 산소가면 감을 잔뜩 따왔는데
    올핸 코로나로 벌초 남의손을 빌리는 바람에 감 구경을 못했어요.
    전 반건시도 싫고 저렇게 분난 꾸들한게 좋아요.
    낙엽색 정말 이쁘죠 저두 지난 주 한 뭉탱이 집에 들여놨는데
    오늘 창문밖 나무들은 그새 헐벗었네요. 짧은 가을이 이렇게 가는군요..

  • 왕언냐*^^*
    '20.11.20 10:00 PM

    정다운 수니모님,
    이래저래 코로나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일상을 무너뜨려 참 속상해요.
    매년 쉽게 구할수있던 감을 올핸 사드셔야겠군요.
    저도 홍시뿐아니라 곶감도 넘 좋아하는데...
    올핸 뭐가 바빴는지 늦어져서 못하지싶네요.
    수니모님의 어여쁜 낙옆도 구경시켜주시길...^^

  • 13. hangbok
    '20.11.21 12:39 AM

    와... 할 말 뚝... 잊/잃 어 버리는 중... 이에요.

    완전 박수 쫙쫙쫚!!! 두번째 낙엽 사진 보면서....음...낙엽도 참 아름 다울 수 있구나...하다..
    김밥 사진에서 눈 부비고 속재료 하나 하나 다시 보고... 그다음 김밥 사진에서 또 속재료 확인 하면서 찬찬히 감상... 와.... 정말 솜씨가 대단 하시네요!!!

    왕언냐님이 원래 솜씨가 이리 대단 하셨나요? 아님 느신 건가요? 느신거면 저도 희망이 있는 거겠죠?

    완전 맛있겠고, 아름 답네요.

  • 14. 솔이엄마
    '20.11.23 3:19 AM

    낙엽과 올려주신 음식들의 색감이 다 예쁘고 아름답네요.
    음식을 만드시면서 주위분들을 생각하시는 왕언냐님의 그 마음이 더 아름답지만요. ^^
    날이 많이 쌀쌀해졌어요.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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