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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 목 : 10년 전에 김밥 쌌던 이야기

| 조회수 : 9,474 | 추천수 : 5
작성일 : 2019-02-07 13:24:43

핸폰 사진 뒤져보다가... 김밥사진을 발견했는데.....

언제인지 기억이 안납니다....


블로그 뒤져서 김밥 싼 이야기를 찾아보니.....

10년도 넘은 글이 있네요.

사진의 김밥은 물론 그렇게 오래된건 아니지만....

어쨌든... 짝을 맞춰 올려 보아요.

10년도 더 된 글이고 블로그 글이라 반말이어요 죄송.

그리고 저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달라요^^

 






지금 시간이 오후 5시 41분.

 

벅스뮤직에서 신중현으로 검색을 했더니 88개의 노래가 나온다.

전체듣기를 눌러놓고....

그 노래들이 다 끝나고....

또 한번 돌도록....

......

김밥 만들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나 스스로 정한 근신기간.

사실은 근신하도록 압력이 가해진 결과이긴 하지만.

우야뜬동, 오늘은 요리를 하리라.

 

아침먹고.... 신랑이 나간 직후부터...

아니 장본것 까지 합치면 그전부터.... 결국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는 김밥을 만들고 있다.

어깨가 끊어질것 같고 등이 쪼개질것 같다.

속이 울렁거린다.

(나는 피곤하고 힘들면 속이 울렁거린다)

 

지금까지... 한일을... 정리해보면.....

마트가서.... 다꾸앙과.... 고기와.... 김을 사왔다....

그리고.... 쌀을 씻어 밥통에 올려놓고....

(앗, 결정적으로 밥을 안했네)

(전기밥솥 눌러놓고 왔다)

그담에 뭘 했더라....

아, 먼저 고기를 쟀다.

그리고 시금치를 다듬어서 씻어서 데치고... 무쳤다.

아는사람은 알겠지만....

시금치란 물건은 흙이 속속들이 박힌 채 숨어있어서...

다듬기도 힘들고... 흙 안나올 때까지 씻으려면...

물을 반 드럼통 쯤 써야한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내가 시금치를 씻고나면...

시금치가.... 미역처럼 흐물거린다.

이쯤에서... 이미....나는 잠시 쓰러져있었다.

 

쓰러져있다가....

신선생님이 미인을 불러주셔서... 힘을 내 일어났다.

나는 신중현의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영혼이 피곤할 때...그의 노래를 들으면....

부드러운 손으로 안마를 받는 느낌이 든다.

그의 단순하면서도 부드러운 기타음이 훌쩍이는 어깨를 살살 두드려주는 것 같다. .

문제는....숨어있던 슬픔의 바닥 까지 그의 손이 미친다는 것이다.

그의 노래는....

영혼을 쉬게도 하고....

흐느끼게도 만드는... 마성을 지녔다.

마성...

음...

여기서 또 서양골동양과자점의 "마성의 오노"가 생각날건 뭐람.

 

 

우야뜬동.... 신선생의 위로를 받으며 힘을내서....

저, 남도에서, 비바람 치는 날 내가 삽질하며 캤던... 바로 그....

우엉을 김치냉장고에서 꺼내.... 다듬었다.

껍질 벗기고 씻고 데치고...이제 조리려고 불에 올려두고 왔다.

(한종지의 우엉조림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이...대략 두시간이다) 

불에 올리기 직전에....

잠시 갈등 했었다.

아, 아무래도 오늘 안에 김밥 완성하기 힘들것 같은데....

그냥 집 앞 문가네 김밥 사다먹을까....하고.

 

내가 싱크대 앞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파묻고 있으니...

딸내미가 와서 등을 두드려준다.

엄마, 힘내.

엄마는 잘 할 수 있어. 그런다.

아....

늘 느끼지만... 이 아이는 여러 면에서.. 나보다 참 훌륭한 사람이다.

감사하다. 

 

우엉이 다 조려졌는지 보고왔다.

색깔이 영 아니올시다다.

왜 우엉이 노랗지? 까만게 정상이 아닌가말이다.

간장을 더 넣고 왔는데...느낌이 안좋다.

 

벌써 6시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빨간무도 채썰어서 볶아야하고....

고기도 볶아야하고....

아, 계란도 부쳐야한다.

다꾸앙도 짜서 썰어야한다.

젠장할,

하루죙일 준비를 했는데,

왜 앞으로 할 일이 지금까지 한 일보다 더 많으냔 말이다.

과연 맛이 있을까?

 

맛은.. 모르겠지만....

애들이 잘 먹긴 할거다.

나는, 저녁의 김밥을 위해 아침부터 밥을 안했다.

아침은 늦게 일어나서 못했고....(떡국을 먹었다)

점심은... 김밥 준비하느라 힘들어서 못했다.

(냉동실에 있던 피자를 애들에게 먹였다.

나는 김밥 준비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입맛이 없어서 굶었다)

결국 하루죙일 밥을 못먹은 애들은....

아마도..... 보채고 보채다가... 걸신들린 것 처럼....

내 김밥을 먹어줄 것이다....

푸하,

사실 내가 노리는게 그것이기도 하다.

 

우야뜬동,

오늘은 아주 헌신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신중현의 음악을 홈페이지에 깔고 싶다.

처음엔... 봄비나... 꽃잎 같은 노래가 좋았는데...

88곡을 듣다보니...

막판에는... 미인같은 노래가 제일 듣기 좋다..

거의 소리를 질러가며.. 발악을 해가며... 미인을 불렀다.

정말 나에게 어울리는 노래가 아닌가 말이다.

 

신랑이 벌써 왔다.

일을 분담해야겠다.

아무래도... 나 혼자서.. 나머지 일을 하는것은... 불가능할것 같다.

계란 부치기와.. 당근 볶기 같은 저차원적인건 신랑 시켜야겠다.

근데 문제다.

결정적으로....

모든 준비가 끝나더라도....

김밥을... 말아야하는...가장 중요한 작업이 남지 않았는가.

그건...

정말이지 고도의 정신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다.

엄마가 필요하다...

재료를 싸들고... 친정으로 갈까?

 

 

 

===========================================================================

 

이어서 정리버전.

지금시간 11시 28분.

김밥은... 거의 성공적이었다.

신랑이 계란을 부치고 상을 차리는 등 약간의 저차원적인 도움을 보탰고....

그외 중요한 일은 다~~ 내가해서....

약 7시 반쯤 우리는 김밥을 먹을 수 있었다.

다 좋았는데.... 결정적으로.... 밥이... 매우 독립적으로 되었다.

밥알 마다 제각각 딴 데로 뛰쳐나가려고... 발악하는..수준.

항상 3컵의 쌀로 밥을 하다가... 무려 5컵이나 되는 양을 하려니...

밥물을 잘못 잡아서... 밥인지 쌀인지 모를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하루죙일 굶은 애들과 신랑은...

무려 7줄의 김밥을.... 맨밥으로 치면 한밥통이나 되는..... 양을.....

가열차게 먹어줬다.

간간이 맛있다는 감탄도 보태 가면서.

나는 뿌듯했다.

늘, 사람들은 내 요리에 열광한다!

 

 

근데.... 지금 신랑은 소화가 안된다며 괴로워한다...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거야..라고 말해줬지만....

속으로는... 밥이 꼬두밥이어서 그랬을 거라며... 약간 자책하고 있다.

뭐, 어쩔 수 없잖아.

모든일에 완벽할 수는 없잖아.

어떻게 모든 요리를 다 잘할 수가 있지?

김밥은 잘 하는데....  밥은 못할 수도 있는거잖아.......

음.....

 

안그래요?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브리엘라
    '19.2.7 2:10 PM

    김밥재료 싸들고 우리집에 오지 그러셨소...
    내가 김밥집 알바는 안해봤지만 김ㅂ은 대충 잘 싸는디.

  • 2. 가브리엘라
    '19.2.7 2:13 PM

    이런...틀린글 수정하는데 바로 올라가버렸네요
    나이드니 손꾸락도 말을 안듣고..
    신중현의 노래는 언제나 진리지요
    집에서 싼 김밥이 언제나 진리이듯.

  • 오디헵뽕
    '19.2.7 9:14 PM

    집에서 싼 김밥이 진리 아닌 사람도 있어요...... 물론 신중현님의 노래는 진리지만요.

  • 3. juju
    '19.2.7 2:25 PM

    어머나~오디언니 82에서 오랜만에 뵈어요~ 저를 기억하시려나요..

    지금은 요리의 달인이신 것 같은데 십년전에 저러셨다니 ㅎㅎ 너무 재미있어요~~

    아이디에 저런 숨은 사연이...^^ 저는 아~주 오래전에 줄리 델피 닮았다는 소리를 무려 두 사람에게 들었으나 차마 스스로 인정 못해서...;;^^

  • 오디헵뽕
    '19.2.7 9:15 PM

    맞아요. 지금은 요리의 달인이어요...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어요... 흐흐흐흐.... 흐흐흐...

  • 4. 솔이엄마
    '19.2.7 6:58 PM

    김밥을 싸려고 준비하시는 글을 읽는데
    제 숨이 왜 조여드는 기분이 들까요... ㅎㅎㅎㅎ
    한줄한줄 숨죽여가며 읽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
    김밥 못마신다는 것도 엄살이셨네요. 너무 맛있게 보입니다.
    앙~ 지금 하나 집어먹고 싶어요.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 오디헵뽕
    '19.2.7 9:18 PM

    늘 솔이엄마님네 식탁 끄퉁이에 투명인간이 되어 살짝 끼어앉아 밥 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느날 밥이 이상하게 빨리 없어진다 싶으면 저인가 여기소서....

  • 5. 요리맹
    '19.2.7 8:54 PM

    신기하네요. 사진보고 첫 느낌이 밥이 좀 굳었네..였는데, 밥이 설어서 그랬군요. 사진빨이 넘 정확했네요.
    글 내용은 ㅎㅎ 거의 제 수준. 빙의돼서 글 달아요. 님은 10년 전, 전 5년 전

  • 오디헵뽕
    '19.2.7 9:19 PM

    흑흑... 요리맹님...... 흑...
    저 사진은 몇달 전 만든 김밥 사진이란 말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6. 코코2014
    '19.2.7 9:02 PM

    세상에....어쩜 이렇게 맛깔나게 글을 쓰실까요..
    귀여우면서도 동질감 들고... 읽으면서 감탄사 연발..

    님 글 덧글 달려고 백만년만에 로그인했어요.
    님 팬 될래요~~~
    자주 글 올려주세요 plz~

  • 오디헵뽕
    '19.2.7 9:17 PM

    10여년 전 어릴 때 쓴 글이라 그래요. 지금은 김밥 따위, 순식간에 해치워요.
    반나절 밖에 안 걸려요!!

  • 7. 해피코코
    '19.2.7 9:11 PM

    아...김밥을 준비하시는데 왜 제가 떨리지요?
    저도 30년 전에...ㅎㅎㅎ
    너무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오디헵뽕
    '19.2.7 9:21 PM

    아, 예술가님 납시었네요.
    전 코코님 요리를 그 어떤 예술품 볼 때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어요.
    존경합니다아아아아......

  • 8. 소년공원
    '19.2.8 2:57 AM

    요리도 훌륭하지만 글이 찰지게 재미있어요 :-)
    키친토크 게시판에 글재주 많은 분들 모두 존경합니다!

  • 오디헵뽕
    '19.2.8 7:40 AM

    아니 소년공원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면 제가 몸들 바를 몰라서 매우 감사합니다. ㅋ
    명왕성 얘기 잘 보고 있어요.

  • 9. Harmony
    '19.2.8 11:57 AM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김밥마는 이야기로 이렇게 재미를 주시다니~^^
    지금은 한국들어와 계신건가요?
    어디에 계시든
    종종 즐거운 키친토크 기대할게요.

  • 오디헵뽕
    '19.2.8 1:45 PM

    한국에 들어온지 어언 강산이 변할정도 됐어요^^
    제가 요즘 요리는 잘 하는데 사진을 못 찍어서 키톡에 못 올린다는거 아닙니까.

  • 10. 꽃소
    '19.2.8 12:29 PM

    요리 초보일땐 손님 맞느라 김밥 준비하면 꼭 밥이 고두밥이 되어서 손님도 저도 소처럼 한없이 되씹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ㅎㅎ
    오드리님 김밥이 저녁식사때까지 안 끝날까봐 손에 땀을 쥐며 읽었네요. 다 읽고 미션 완성한듯 후련한 기분은 덤이네요. ㅋㅋ

  • 오디헵뽕
    '19.2.8 1:46 PM

    초보일 땐 다 그러죠.
    근데 왜 전 아직도 이러고 있을까요....

  • 11. 고고
    '19.2.8 9:27 PM

    오드리 햅번이 아니라 ㅎ
    오디와 뽕으로 읽었다는 사실 ㅎㅎㅎㅎ
    반가워요.
    자주 뵈요^^

  • 오디헵뽕
    '19.2.9 8:26 AM

    네. 다들 오디야 혹은 뽕아 그렇게 불러요. 제 정체성도 그쪽에 가깝죠^^

  • 12. 꽃게
    '19.2.9 6:00 AM

    아휴 저도 조마조마하며 읽었어요.
    그래도 포기는 아니어서 다행이에요.ㅎ

  • 오디헵뽕
    '19.2.9 8:27 AM

    제가 메멘토라 힘든걸 자꾸 까먹어서 무시로 도전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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