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이 언니 생일이었어요.
그래서 토요일에 언니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어요.
춘천에 가까이 사는 친구들을 초대하고 메뉴를 짜고 장을 잔뜩 봐서 요리를 마련하고~
작년에 집들이할 때 해보고
거의 일년만에 다시 한번 파티를 하는 거네요.
설렘과 행복한 긴장으로 며칠을 준비했어요.
다들 바쁠텐데 초대해 응해준 친구들한테 너무 고마워서
꼭 맛있는 걸 먹여 보내야지~욕심이 나더라고요.
메뉴는~
♡ 현미밥
♡ 채식 타르타르 소스를 곁들인 동태구이와 샐러드
♡ 수수 토마토 소스
♡ 오징어 잡채
♡ 한라봉쿠키
♡ 감귤초코렛케이크
이렇게 였어요.
언니와 저 둘다 아토피때문에 채식을 한지 십년이 넘었거든요.
고기는 안먹고 가끔 생선과 해물은 먹는 정도예요.
그래서 이렇게 상차림이 좀 특이해요.
그래도 이렇게 까탈스럽게 먹은 덕에 건강해졌답니다.
채식위주로 한다고 해도 손님초대를 하려다보니 동태와 오징어요리를 준비했어요.
쿠키와 케이크 역시 채식 쌀베이킹으로 만든거고요.
미역국을 끓이려고 며칠 전부터 별렀는데 다른 요리가 많다보니 힘들어서 그냥 안했고요~
파티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요리는 동태구이와 채식 타르타르소스예요.
동태를 올리브유와 청주, 마늘에 재웠다가 구워내고~
두부마요네즈와 피클로 타르타르소스를 만들었어요.
우리끼리만 먹던 음식이라 다른 친구들이 좋아할까 걱정했는데
동태구이가 동이 나서 "이제 없네~" 탄성이 들렸답니다.
다들 타르타르소스를 두부로 만들었단 걸 믿지를 못하고...
수수를 넣은 토마토 소스는 유카 선생님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건데요.
고기대신 수수를 넣는다는 게 신기해서 한번 따라해 봤어요.
수수가 아토피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된장, 간장과 조청으로 소스맛을 낸 게 아니라
토마토쥬스를 많이 넣고 오래 끓여서 토마토 맛이 많이 나도록 만들었어요.
온갖 피망, 당근, 표고버섯, 양파~
온갖 야채가 들어간 토마토 소스니 제 입맛엔 꽤 괜찮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솔직히 걱정이 되어 자신감 없게 권했는데요~
(토마토 소스에 수수가 들어간 좀 특이한 요리잖아요...)
다들 맛있게 먹어주었어요.
뭐든지 맛있게 먹어주는 좋은 친구들^^
오징어 잡채는 슬린언니가 했어요.
생일 상을 편안히 받아야 하는데 저 혼자는 역부족이다보니....
생일둥이 슬린언니가 엄청난 양의 당면을 삶고 야채를 다듬어 볶고 오징어도 삶아내고......
날더운데 땀을 뻘뻘 흘려가며 만들었어요.
그리고 슬린언니가 만들어 냉동고에 얼려 놓은 한라봉필샤브레 반죽이 있길래~
친구들에게 맛보이고 싶어 제가 얼른 잘라서 구웠어요.
이건 생일 파티의 하이라이트 감귤 초콜렛 케익이예요.
시트는 언니가 구웠고요~ 장식은 제가 했어요.
슬린언니가 초코시트를 너무너무 맛있게 구워주었는데~
그런데 두부 크림은 두부물을 너무 많이 짜서 크림이 좀 빡빡해졌어요.
실수 투성이 케이크인데도 맛있게 먹어준 슬린언니 그리고 친구들~
너무너무 고마워^^
두부크림만 제대로 만들었으면 완벽한 맛이었을 것 같아요^^
사실 언니가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어서 글루텐없는 쌀가루로 빵을 만들어보겠다고 할때는...
전 별로 반기지 않았어요.
원래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온갖 도구 사느라고 살림 늘어날 거 걱정부터 되었거든요.
저에게 모진구박 다 받으며 고집스럽게 쌀베이킹을 한 언니에게 참 고마워요.
아토피라는 병이 사회생활이 쉽지는 않아서
전 지금껏 잠깐잠깐만일하다 아파서 다시 그만두고....
언니는 이제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딪게 되어요.
경제적으로도 항상 위태위태했는데
곧 언니가 채식 쌀베이킹,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에 관해 쓴 책이 나와요.
이젠 사회생활도 건강관리도 조화롭게 성공적으로 잘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기뻐하는 언니의 모습^^
솔직히 저는 생일을 꼭 챙기고 선물을 받고 그런 작은 기쁨을 기대하고 즐기고
그런 타입의 인간이 아니거덩요.
도리어 쑥쓰럽고 그렇지.
그런데 언니는 친구들도 왁자지껄 불러 파티도 하고 선물도 주고 받고~
그런 작은 행복에 울고 웃는 그런 사람이예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생일파티를 하니까 정말 좋았나봐요.
그동안 가녀린 감성의 언니를 이해해 주지 못해서 미안.
삼십이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제가 눈과 귀를 닫고 살아서인지
이제서야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새롭게 배우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언니 생일마다 신나는 이벤트를 마련해줄게^^